청마靑馬가 노래한 봄 이야기

지난며칠간미세먼지와꽃샘추위로잠시움츠리게만들었지만계절의시계는쉼없이달린다.

아파트앞우람한목련나무에도꽃망울이돋아나고가지마다잎새들을틔울채비로부산하다.

길에나서면사람들의차림새도한결가벼워보인다.두툼한목도리도싱그러운머플러로바뀌었고,무거워뵈던외투도자취를감추었다.

동해안엔또한차례폭설이내려동장군이마지막안간힘을쏟기도했지만간드러진봄처녀의콧노래앞엔어쩔수없나보다.창틈으로스며든햇살이어머니의품처럼마냥따스하다.

책장에서허만하의산문집’청마풍경靑馬風景’을꺼내들었다.’삼월이야기’가눈에들어온다.

<삼월의햇살은환하고부드럽다.그것은모차르트음악의푸근한은총같은것을품고있다.가을의햇살처럼이성적이고청명하지않다.바다의물빛은그러한햇살을흡수하면서전조轉調를거듭한다.동해안길을달리는재미의하나는그러한바다의물빛을바라보는데있다.바다의물빛에서계절의추이를읽는것이다.

………나에게문외불출의한그림이있으니그것은바로삼월의햇살에포근히잠겨있는경주의산천을그린이인성李仁星의수채화다.봄비가갠뒤의경주의도시가아득히영원한침묵처럼자리하고있고,왼켠으로는멀리고분古墳들이아득한시간을상기케하려는듯봄안개속에잠들어있는것이원경이다.배경은서악이라고도불리는선도산仙桃山이다.갈색의연기같이잎을달지않고있는미루나무들이봄의햇살가운데서있고논은아주연한초록빛기운이감도는흙빛을하고있다.강은얼어있지않다.이러한이른봄의자연이근경이다.>

(1930년의청마유치환)

허만하의글은계속된다.

<일반에게는잘알려지지않았지만’청마시초’에수록되어있는그의초기작품의하나로’조춘早春’이란작품이있다.나는이작품을읽을때마다어쩐지삼월의환한햇살을느끼곤한다.짙은그늘을만들고마는여름의그것과는다르지만그런대로눈부시다.그러나그햇살은어디까지나부드럽다.그전문을인용해본다.

밤새자애慈愛로운봄비의다스림에

태초太初의첫날처럼반짝깨여난아침

발돋움하고빨래너는안해의모습도어여쁘고

마을위고목古木가지에깍깍이는까치소리도기름져

흠뻑물오른검은가지,엄지같은움

하늘엔자양滋養한햇발이우유처럼자옥하다.>

지난2월13일이청마가부산에서이승을떠난마흔일곱번째되는날이었다.

이아침봄기운을만끽하다보니생상의’서주와론도카프리치오소’가떠오른다.

지금까지도기억이생생한65년의삼월초,그때나는지독한독감에걸려꼼짝없이방안에갇혀있었다.

열은펄펄끓고일분이멀다하고튀어나오는기침과객담,콧물에심신이지쳐있었다.

그암울한상황에서허덕일때라디오에서흘러나왔던생상의그곡.유장한바이올린의심금을울리는음색과오케스트라의자지러질듯한화답.그음악은내게오아시스의단물처럼청량감을주었었다.

얏샤하이페츠의바이올린으로그음악을들으며봄처녀를맞이해야겠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