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있었던 일

추석이다가오니마음이허虛해서일까.

어제밤예전의병이도졌다.아내에게말도없이집을뛰쳐나간것이다.

8월한달은내가하는일의특수성으로일이거의없다.그래서직원들도월급의60%만주고한달동안쉬게하고있다.그러다보니나도거의출근을않고집에서쉬는날이많다.

쉬니까느는건칵테일마시는일이다.몸무게는20여년간80kg을변함없이유지하니걱정없지만아랫배가튀어나오는게문제다.그래서아침마다홍제천을걷거나아니면우리동네안산鞍山을오른다.

어제아침도홍제천을경유해서안산까지다녀왔다.

운동을마치고온아내와점심을먹고아내는피곤하다며한숨자겠단다.

혼자서유투브로이것저것음악을듣다보니또한잔생각이났다.슬라이스치즈를안주로야금야금몇잔마셨다.알딸딸취기가오르니간에바람이든것이다.

저녁무렵잠자는아내를깨울수가없어아무말도없이옷을차려입고집을나섰다.

동네초밥집에서생선회를시켜놓고소주를마시는데난데없이소나기가쏟아졌다.

유리창너머쏟아지는빗줄기를보노라니갑자기고향생각이났다.몇년전만해도이런때는무조건터미널로달려가고향가는버스를탔겠지만이젠나이도있어그럴수는없었다.

마음을달래느라소줏잔만기울이는데뜬금없이친구L이떠올랐다.휴대폰으로연락을했더니어,그래.친구야.우짠일이고.반색하는친구의음성이모기소리만큼가늘었다.

야,오데아푸나.아푸기는,내가늘그렇다아이가.니좀보로가까.그래,오이라.

집이옛날신길동거게가.아이다,이사했다.오덴데?김포공항가는데마곡지구근방이다.

그래,그라모기다리라.내마싰는회떠가지고가께.그라고친구S도불러라.알겄다.

급히소줏잔을비우며생선회를포장해달라고부탁했다.

친구L은세상말로’ㅂㅇ친구’였다.지금경상대학교가있는정촌에서살다가국민학교3학년때봉래로전학왔고그때부터고교졸업할때까지절친으로지냈다.

초등학교시절엔친구집이장대동이어서밤마다놀러갔다.친구는위로형님이한분있었고여동생이셋있었다.여동생은친구의작은엄마소생이었는데인물들이빼어났었다.여동생중큰애는나와동갑내기로우리와한학년이었다.그친구집에는여동생의친구들도많이놀러왔다.그친구들중Y가내마음을빼앗아간첫사랑이었다.

고교를졸업하고서울에서대학을다녔던친구는휴학하고군대를갔다온뒤소문도없이사라졌다.

나중에알고봤더니일본으로갔다는것이다.몇년이지난1978년여름인가고교동창으로부터연락이왔다.L이일본에서귀국했는데나를만나고싶다는전갈이었다.

오랜만에친구와영등포에서만났다.일본에서사출射出관련일을했다며모공장에서근무한다고했다.

그후로친구와자주만났다.그렇지만그의삶은그렇게만만치않았다.

설명하자면길어생략하지만어떤일을계기로친구와소원해진지가그럭저럭8년여가되었다.

간혹생각은났지만연락조차하지않았다.더러친구들자녀결혼식장에서만났지만악수정도로끝났다.

그러다가며칠전친구로부터연락이왔다.너무격조했다며국민학교시절친구서넛과점심이나하자고했다.내심반가웠지만핑계를대며다음으로미루었다.

그친구L이엊저녁갑자기생각이난것이다.

초밥집을나와택시를탔다.물론생선회와소주까지챙겨들고.^^

차안에서친구와통화하며기사까지바꿔주었다.기사도위치를알겠다며걱정말란다.

갑자기비가내려서일까.성산회관앞에서성산대교가는길이차들로막혀장난이아니었다.

기사는상암동쪽으로빠져가양대교를타자고했다.우여곡절끝에2만원넘게차비를내고내렸지만친구가가르쳐준곳이아니었다.다시택시를타고간신히마중나온친구와만났다.

며칠전이사왔다는아파트는새로분양받은것이란다.

친구부부와막내가살고있다는데친구부인과막내는외출중이었다.

친구S는술이취해못왔다.둘이서식탁에앉아생선회를펴놓고소주를따랐다.

친구는병색이완연했다.다리도절고배가불룩해서야,니도뱃살이장난아이다했더니뱃살이아니고오줌통이란다.

지난봄에암수술을받았다고했다.

둘이서지난추억들을나누며소줏잔을기울였다.

취중에야,니여동생중에둘째말이다.내가제대하고고향있을때진주모초등학교선생했다아이가.

글마한테맘이좀있었거든.니가일본만안갔시모함엮어볼라캤다아이가.내말에친구는싱끗웃었다.

두시간여이야기를나누고친구와헤어졌다.집으로돌아오니아내는아무말도없이티비만보고있었다.

미안한마음에옆방으로들어가잘수밖에없었다.ㅎㅎㅎ

아침식탁에아내와마주앉았다.아내는뜻밖에속풀어라며북어국까지끓여주었다.

미안해서내일부모님성묘가려는걸취소하겠다고했다.

아내는명절이다가오니당신속에바람이든것같다며다녀오라고말했다.

글쎄,지금까지는다녀올생각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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