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추억나들이 (22)

다음날,출근한영호가대충일감들을마무리한시간이오전11시였다.정윤주선생에게서듣기로는진경이근무하고있는초등학교가사천시내에있다고했다.정년을4년정도남긴진경은아직도학년담임으로있고진주집에서출퇴근한다고일러주었다.그녀는결혼하지않은30대중반의아들과함께살고있다는말도덧붙였다.

오전11시면아직수업중이겠지.

수업시간에전화를넣을수는없다고생각한영호는대신문자를보내기로했다.

그래,그게좋겠어.

영호는무릎을쳤다.기억속에서잊혀졌던사람이전화를걸어온다면누구라도당황하고갈피를잡을수없을것이다.

하지만한통의문자는상대방의마음에여유를줄수가있고,대뜸목소리로충격을주는것보다훨씬나을것이다.

영호는차분히마음을정리한후진경에게문자메시지를보냈다.

‘하진경선생님,오랜만에인사드립니다.한번뵙고싶네요.연락주시면고맙겠습니다.서영호.’

문자를보내고난영호의가슴은기대와설레임으로콩닥거렸다.마치10대의소년이짝사랑하는소녀에게연애편지를띄운심정이었다.

아마지금쯤휴대폰을열어봤겠지.마음이어땠을까.

기자들이써올린원고의교열을보면서도영호의마음은쉽게진정되지않았다.

정오正午를지나점심시간이되었건만진경으로부터아무런연락이없었다.초조한마음에신문을뒤적거리고있자니김윤서사장이다가왔다.

행님,정심(점심)이나같이하입시더.날도덥고한데냉맨우떻십니꺼.

조오치,글안해도시원한거한그륵했시모싶었는데잘됐네.

두사람은진주냉면을잘한다는식당으로갔다.날이더워선지식당안은사람들로북적거렸다.겨우자리를잡고앉아주문을했다.윤서가상의를벗으며말했다.

이집이요즘은진주냉맨맹소(명소名所)가돼가꼬이름께나날리지마는옌날진주냉맨에대노모그맛이아이라예.

행님도기억하시지예.우리가궁민핵교댕길때장대동골목안에있었던H식당말입니더.지끔생각해도그냉맨기가찼다아입니꺼.궁물(국물,육수)이울매나썬턴지(시원하던지)묵으모속이깨운했다아입니꺼.

그래,그집냉맨참맛있었제.애릴(어릴)때우짜다가겨울밤에한분(번)썩아버님이그집냉맨을시키주모춥어서부들부들떰서도(떨면서도)궁물한방울안내기고묵었제,하모.그란데인자(이제)그집도없어진지오래됐제.

그집말고6,70년대에는수정동나무전거리에있었던P식당이라꼬그집냉맨도유맹했다아이가.

지도잘알지예.그집냉맨도참맛있었는데우짜다가없어지고,진주의맛이자꾸사라진단말입니더.

그랑께지역신문이나서갖꼬그런전통의맛을살리는캠페인을벌리야된다쿵께.

그렇치예,잘연구해서함분(한번)시작해볼람니더.

점심식사를마치고두시가넘어서신문사로들어왔지만그때까지도진경으로부터연락이없었다.

그렇겠지,40년이지나생각지도않은문자를받았으니충격이컸겠지.그리고금방답신을보낼수도없을거야.

천천히생각해보고보내든지하겠지.

마음을느긋하게먹으니영호의마음도한결편해졌다.이제공은진경쪽으로갔으니그녀가판단할일이었다.

설령영호의마음을무시하고모른체한들어쩔도리는없는것이다.

그날은금요일이어서주말을이용해서울을다녀올까했지만혹시진경으로부터연락이라도올까봐다음으로미루었다.

주말내내진경의연락을기다렸지만허사였다.

내가너무쉽게생각했나.그토록내게감정의앙금이쌓였단말인가.

영호가진경과의만남을포기할즈음인닷새후그녀로부터연락이왔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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