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4중주

요즘자꾸아랫배가나오길래극약처방에들어갔다.집에서쉬는날은하루두끼만먹기로했다.
어제도아침만먹고이것저것입을대다보니저녁밥은안먹어도될것같았다.티비를보거나음악을듣다가밤열시쯤되어잠자리에들준비를했다.그런데그때부터배가고파지기시작했다.
아무래도고픈배를안고잠을청하기는어려울것같아눈질끈감고밥과반찬을챙겼다.이를본아내가한마디,지금밥을먹으면열두시까지는잘생각을말아란다.소화가된후잠자리에들라는엄명이다.
그영을어이거역하리오.식사후티비채널을돌리기시작했다.
마침KTV에서’서울의지붕밑’을보내주고있어몇번이나보았지만주목하고있다가우연히EBS로돌렸다.
마침’세계의명화’를시작하려고광고를내보내고있었는데제목을보니’마지막4중주’였다.앗사,호랑나비.
이영화가감동적이라고이야긴들었지만기회가없었는데제발로찾아오다니,단단히준비를했다.
그러곤훌륭한한편의영화를잔잔한감동속에감상할수가있었다.
영화의스토리는간단했다.
창단25주년기념공연을앞둔현악4중주단’푸가’는예상못한위기를맞게되었다.첼로주자이자단원들의정신적지주이기도한피터가고령으로파킨슨병을앓게된다.이에피터는단원들을모아놓고25주년기념공연을은퇴공연으로하겠다며곡목은현악4중주곡중최고의난곡인베토벤의현악4중주곡14번으로하자고제안했다.
이때부터단원들에게비상등이켜진다.항상제2바이올린만맡았던로버트는나도이젠제1을맡고싶다고나섰다.
이에아내인비올라주자줄리엣이만류하다가감정싸움으로변했다.모멸감을느낀로버트는술집에갔다가외박을하게되었고줄리엣은용서할수없다며집을나가라고다그쳤다.
로버트와줄리엣의딸알렉산드라는바이올린주자인데부모의친구인제1바이올린주자대니얼에게교습을받다가둘은사랑에빠졌다.이를안부모들은노발대발했고결국알렉산드라는대니얼에게만나지말자고선언한다.
이런인간적인갈등을영화는음악에서의불협화음으로풀이했다.네대의악기가40여분간끊임없이연주하다가불협화음을내듯이인간들의삶도질주하는생의여정에서때로는엄청난불협화음들을일으킨다는것이다.
결국연주회에서현악기들의질풍과도같은연주속에더이상따라갈수없는첼로는손을놓았고,후속주자로니나리를추천하며조용히무대를떠난다.이니나리가한국사람이라는것도감동이었다.
연주회는청중들의동의를구한후새로운주자를맞아연주를계속했다.

내가이영화를보며감동받은것은베토벤의현악4중주곡14번C#단조op.131이주제음악으로나온것이었다.무척까다롭고어려운,때로는지루함을느낄수있는곡을택했다는데이영화의묘미가있다.

10대청소년기부터고전음악을들어온내소견으로는나이에따라즐겨듣는음악들이달랐다.20대청년기엔교향곡을좋아했고30대에는협주곡을많이들었다.40대중년기엔각종소나타류를,50대에는성악곡을좋아했다.
60대노년기에들어오니그동안멀리했던실내악곡이눈에들어왔는데,그중심은현악4중주였다.
악성베토벤도노년에현악4중주곡을많이작곡했다.
그는평생15곡의현악4중주곡을남겼고,14번이가장늦게작곡되었지만출판순서로작품번호를매기다보니14번이되었다.그런데,이곡은여느4중주곡들과는많이도달랐다.대개의4중주곡이4악장으로구성되었지만이곡은7악장에달했다.하긴,13번이6악장이었고7악장푸가가있었지만주위에서너무지루하단말에7악장은없앴다.
게다가연주시간40여분에이르는7악장을쉼없이연주하라는주문까지했으니이곡을연주하는사람들에겐엄청난모험이요고난일수밖에없었을것이다.
이곡은1825년연말쯤시작해서이듬해5월에완성되었다.작곡기간은반년정도걸렸다.
베토벤은이곡을친구요한볼프마이어에게증정했다가죽기2주전인1827년3월시트터하임남작에게증정했다.
그이유는조카칼때문이었다고학자들은말했다.베토벤은조카칼을끔찍히도사랑했지만칼이자살소동을벌이는등베토벤의속을무척이나썩혔다.이런칼을제8보병연대장보좌관이었던시트터하임남작이보병연대사관으로채용했다.이를고맙게여긴베토벤이그의작품중최고로아꼈던이곡을남작에게다시증정한것이었다.
이현악4중주14번은슈베르트와도인연이있다.
베토벤생전에는이곡이연주되지못했고,초연은베토벤이죽은다음해인1828년10월빈에서열렸다.
이연주회에친구와참석했던슈베르트는이곡의심오함과자유분방한구성에빠져정신을잃을정도로매료되었다고한다.그후두달도못되어슈베르트는임종을맞았는데,죽는순간까지이곡을한번더듣기원했다고한다.

음악연주에’약방의감초’처럼나오는피아노가빠지고제1,2바이올린과비올라,첼로가연주하는현악4중주는어쩌면우리들늙은할매,할배를연상시킨다.
상큼한아가씨같은피아노가없는자리에날카로운목소리로잔소리를늘어놓는앙칼진할매같은제1바이올린이있고,굵직한음성으로꾸짖거나호령하는할배를떠올리는첼로가있다.그래서현악4중주는인생살이를달관한듯한노인들의따스함과때로는애잔함이있다.

이곡의제1악장은아다지오마논트로포(너무느리지않게),푸가형식으로구성되어있다.
연주가시작되면제1바이올린이주제를연주하고제2바이올린,비올라,첼로의순으로주제가옮겨간다.그여리디여린목소리로네가지악기가토해내는음색은우리들늙은이의황혼을보는듯하다.

참멋지고감동있는영화’마지막4중주’를재미있게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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