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광고회사 국장이 어느 날 갑자기 사표를 내던지고 네팔로 간다면…. 그것도 나이 40 넘어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에, 30대 후반의 사랑하는 아리따운 처녀를 기약도 없이 내버려두고. 돌아와서 무얼 할지 계획도 없이….
누가 감히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사람들은 어떻게 판단하고, 무슨 생각이 들까?
여기 스스로 역마직성이 자기를 가장 적확하게 표현한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있다.
그 당사자 백경훈씨(54)가 두 번째 책을 냈다. 제목은 <신의 뜻대로, 파키스탄 그 거친 땅에서 만난 순수>. 이 책 제일 첫 부분에, 그것도 프롤로그 앞에 역마직성(驛馬直星)이라고 본문 10배정도 크기로 써놓고, ‘이는 늘 분주하게 멀리 돌아다니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나를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적확한 말은 없을 성 싶다’고 자기를 소개하고 있다. 보통 사람이 보기엔 황당하기도 하고, 괴짜 같기도 하다. 그러나 막상 만나보니 큰 키에 미남에다 호인형 스타일이다. 부인도 상당히 예쁘다고 자랑한다. 그런데 왜 떠났냐고 물어봤다.
백경훈씨가 차를 마시며 자신의 생활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산을 좋아했고, 직장생활하면서도 차에는 모든 캠핑장비가 항상 완비되어 있었다. 여차하면 어디든지 떠나 최소한 하루이상 묶다 오는 게 일상화 되어 있었다. 94년 광고회사 시절 어느 날 히말라야 테이프를 보게 됐는데, 한마디로 나에게 충격으로 와 닿았고, ‘언젠가 꼭 가봐야지’ 하는 역마살이 작용하기 시작했다. 그 역마살의 실행 시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95년, 96년엔 회사에서 장기휴가를 주지 않아 떠나지 못했지만, 97년엔 사표 낼 각오로 네팔로 날아갔다”
지금부터 딱 10여 년 전 일이다. 당시 주변에서 그랬다고 한다. “당신 같은 사람이 네팔 한번 갔다 오면 아마 그 후유증 벗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그 말이 나에게 딱 들어맞았다”고 그도 말했다. 귀국하자마자 그는 자석이 끌어당기는 것처럼 네팔밖에 생각나지 않았다고 했다. “네팔의 자연은 한마디로 거대한 물신(物神)같았다. 그 전에 보았던 영상이나 그림과 비교할 수 없었다. 나를 거대한 블랙홀로 빨아들이는 힘이 엄청나게 느꼈다”
그러던 그는 드디어 99년 사표를 내고 네팔로 훌쩍 떠났다. 노총각인 그가 떠난다고 집에 전화하자, 어머니는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계시더니 딱 한마디 “미친 놈”하시면서 끊었다고 한다. 그는 네팔, 파키스탄 등을 다니면서 이슬람 문화에서 대해 상당히 우호적으로 변했다. 그의 책에도 적고 있다. ‘한 손에는 코란, 한 손에는 칼은 터무니없는 낭설’이라고.
그런데 그의 집에는 온통 기독교 일색이다. 형은 미국에서 목회자이고, 여동생은 전도사, 아버지는 장로이시고, 어머니는 살아계실 때 교회 성가대를 지휘하셨다고. 그도 한때 성가대를 지휘했다고 한다.
아무튼 2년 반 전에 7년여를 기다려준 그미와 가정을 이뤄 지금은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꿈꾸고 있다. 이슬람 국가를 마음껏 누비고 다녀 한국에서 제일가는 이슬람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부인도 그에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