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선 전철역은 기존 경춘선 철로보다 많이 직선화됐으며, 철로와 마찬가지로 상당 노선이 북한강을 따라 간다. 강을 따라가다 보면 ‘산은 강을 넘지 않고 강도 산을 넘지 않는다’는 우리 전통의 산과 강의 개념인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경춘선 주변의 산들은 대부분 북한강을 경계로 서로 마주보고 있다. 백두산에서 시작된 산줄기는 대간을 따라 남하하다가 여러 강을 만나 새로운 줄기를 낳는다. 한강에서도 마찬가지다. 백두대간은 한강을 만나 한북정맥과 한남정맥으로 갈라진다. 북한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산들은 대개 한북정맥과 한남정맥이나 한강기맥에서 가지를 치고 나온 산들이다.
검봉 국민의 숲 전망대에서 북쪽으로 조망이 확 트여 북한강과 삼악산 등이 내려다보인다.
한북정맥 화악지맥의 끝자락에 있는 부납산과 비스듬히 마주한 굴봉산(308.1m)~검봉(530.2m)은 백두대간에서 한강기맥으로 빠져나와 내린천과 내촌천을 사이에 두고 다시 춘천지맥으로 가지를 친다. 가리산~연엽산으로 연결된 춘천지맥은 검봉까지 흘러나오다 굴봉산에서 마지막 정기를 다한다. 바로 앞에 유유히 흐르는 북한강으로, ‘산자분수령’의 전통을 다하기 위해 스며들기 때문이다.
강선사에서 강선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다소 가파르다.
검봉~굴봉산에서는 한강을 경계로 마주 보이는 산들이 동쪽으로 삼악산, 북쪽으로 계관산․북배산, 북서쪽으로 화악산․석룡산․명지산․국망봉 등의 봉우리들이 선명하다. 경춘선 전철 개통으로 이들 산으로의 등산이 더욱 용이해졌다. 어느 전철역에서나 등산이 가능하다. 검봉~굴봉산으로 가기 위해선 강촌역에서 내려도 되고 백양리․굴봉산역에서도 가능하다. 일단 접근이 가장 쉬운 강촌역에서 검봉(산)을 오르기로 했다.
강선봉 올라가는 길에 하얀 눈이 내려 백설의 세상으로 변했다.
강촌역에서 검봉을 오르려면 강선사를 찾아야 한다. 강촌에서 가장 큰 플러스마트를 왼쪽에 두고 오르는 길이 검봉 출발지점이다. 플러스마트는 강촌에 사는 삼척동자도 알만한 크기의 마트다. 그것도 대로변에 있어 쉽게 눈에 띈다.
강선사까지 오르는 길은 시멘트 포장길이다. 강선사 조금 못 미쳐 왼쪽으로 등산로가 본격 시작된다. 삼거리에 ‘검봉산 등산로’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등산로 입구로 들어섰다.
강선봉 정상에도 눈이 쌓여 있다.
등산로는 가파르다. 눈이 쌓여 더 힘이 든다. 쌓인 눈 때문에 등산로는 보이지 않지만 등산객들의 발자국은 몇 개 남아있다. 한국인들의 등산열정은 참으로 대단하다. 이렇게 눈 쌓이고 눈 내리는 평일에도 등산하는 사람이 있다. 국민 최고의 레저를 넘어 등산에 관한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강선봉 정상을 내려서면 등산로 이정표가 간혹 나온다.
발자국을 따라 계속 올라갔다. 강선사에서 강선봉까지 1㎞쯤 되는 거리는 오르막의 연속이다. 주변에 바람 막는 능선이 없어서 그런지 갑자기 바람이 쌩쌩 불었다. 눈발은 흩날리지만 발걸음은 계속 전진이다. 강선봉이 멀지 않았는지 저 멀리서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강선봉 정상 직전엔 등산로 정비작업 하는 인부들을 만났다. 밧줄도 새로 교체하고 가드레일도 설치하고 있다. 아마 새 전철이 개통되면 등산객들이 많아질 것을 대비해서 미리 등산로 안전작업을 하는 것 같다.
검봉 국민의 숲 조성예정지에 있는 전망대에서 조망되는 북쪽 여러 봉우리를 소개하고 있다.
이젠 강선봉이다. 강선사가 있는 봉우리라고 해서 강선봉이란 이름이 붙었다 한다. 등산로와 주변 풍광 외에는 보이는 게 없다. 등산지도 상에는 구멍바위가 있다고 하지만 눈 덮인 등산로와 주변은 전부 하얗게 보일 뿐이다. 강선봉 정상에서는 사방이 확 트였다. 잠시 사방을 살펴보지만 전부 은색으로 보일 뿐이다. 이렇게 하나의 색으로 통일되는 것도 연간 며칠 되지 않으리라.
검봉으로 향했다. 검봉은 산의 형상이 ‘칼을 세워둔 모양과 같다’고 해서 칼봉 또는 검봉이라고 불렀다고 전한다. 어떤 지도엔 그냥 검봉이라는 표기하고, 또 다른 곳엔 검봉산이라고 적고 있다. 등산로 이정표에는 전부 검봉산으로 돼 있다. 국립 지리정보원에서는 ‘검봉’이라고 한다.
검봉을 지나니 사람 발자국은 보이질 않고 바퀴가 지나간 듯한 이상한 자욱만 남아 있다.
강선봉에서 검봉 가는 길은 큰 능선을 따라 나아가야 한다. 왼쪽 경사면으로 계속 내려가면 자칫 둘러갈 수 있다. 오른쪽 능선으로 가야 검봉으로 간다. 강선봉까지는 등산객 발자국이 제법 보이더니만 이제부터는 발자국은 없고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가는 처지가 됐다. 조금 이상하다 싶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주봉 능선이 아니고 칡국수집으로 하산하는 왼쪽 경사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강선봉에서 왼쪽 경사면으로 조금 내려오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주능선으로 가야 하는 것을 잠시 놓친 것이다. 이른바 흔히 말하는 ‘알바’를 했다.
다시 500여m 올라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제 본격 주능선으로 접어들었다. 송전탑을 지나 삼거리가 나왔다. ←검봉산 정상 0.7㎞, 때골 칡국수집 1㎞ ↓, 강선봉 1.35㎞→ 표지판이 나왔다. 물론 당연히 검봉산 정상으로다.
불과 700m밖에 안 되는 검봉 정상이 왜 그리도 힘든지. 눈길이라 더 그렇다. 정상에 발을 옮기니 눈 덮인 삼각점과 정상 비석이 반긴다. 이정표는 ‘봉화산 4.7㎞․문배마을 1.95㎞→, 강선봉 2.05㎞ ↓’라고 가리키고 있다. 육계봉을 거쳐 굴봉산으로 가려면 잠시 문배마을 방향으로 가야 한다.
검봉에서 굴봉산 가기 전에 강촌 스키장을 필히 거친다. 여기서 굴봉산으로 조금 더 가면 강촌골프장을 지나야 한다.
100m쯤 내려서니 앞이 확 트인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다. ‘검봉 국민의 숲’안내판도 있다. 춘천시 남면 백양리 50㏊를 산림욕과 자연학습장으로 2012년까지 조성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확 트인 조망은 전방으로 명지산․국망봉․화악산․삿갓봉․용화산․삼악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국민의 숲도 한창 조성 중
500m쯤 지나 이제 제대로 된 사거리가 나왔다. ← 문배마을 1.9㎞, 육계봉 1.3㎞․굴봉산 4.9㎞․엘리시안 강촌 2.9㎞ ↑, 국민의 숲 입구 1.33㎞→ 이정표가 있다. 이곳에서 새로 생긴 경춘선 백양리역으로 가려면 엘리시안 강촌뱡향으로 바로 하산해야 한다. 강촌역 출발지점에서 지금까지 약 4.5㎞, 엘리시안 강촌까지 약 3.5㎞, 도합 8㎞정도 되는 거리다. 엘리시안 강촌에 가면 강촌CC 바로 앞에 경춘선 전철 백양리역이다.
강촌역 주변 북한강변 옆 임도에 쌓여 있는 눈 풍경.
경춘선 전철 개통으로 강촌역과 백양리역, 경강역, 굴봉산역 어디서나 등산을 즐길 만한 산으로 수두룩하다. 기존 경춘선 철도에서 경강역이라 불렀던 역은 전철에서는 굴봉산역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되면 아마 굴봉산을 찾는 사람이 더욱 많아지고 등산로도 제대로 조성되리라 싶다.
강촌․백양리․굴봉산역에서는 따로 택시나 버스를 탈 필요도 없이 원점회귀 산행도 가능하고, 강촌역에서 강선봉~검봉~육계봉~굴봉산을 거쳐 굴봉산역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로 돌아올 수 있다. 백양리역에서는 육계봉~검봉~강선봉으로 하산, 강촌역에서 전철을 탈 수 있다. 강촌역에서는 강선봉~검봉을 거쳐~봉화산으로 돌아 원점회귀 산행도 가능하다. 물론 소요시간은 본인의 체력이나 주행속도를 감안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