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법원장에 양승태 전 대법관이 지명됐다는 소식에 사실 굉장히 반가웠다. 왜냐하면 대법원장 내정자와 함께 지난해 초 함박같은 눈이 내리는 가운데 화악산 1박2일 야영산행을 같이 했고, 그 이후 저녁 자리도 한두 차례 가지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그의 인격에 굉장히 감동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양승태 대법관 겸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0㎏이 훌쩍 넘는 배낭을 메고 눈 덮인 화악지맥을 종주하고 있다.
물론 대법원장 내정자에 대한 소식은 그 당시 동행한 부장판사에 의해 계속 듣고 있었다. 차기 유력한 대법원장 후보로 꼽히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기 전부터 사실은 그로부터 듣던 터였다. 법원 내에서 선후배로부터 신망이 두텁고, 특히 후배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고 했다. 그런 사실은 다른 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내가 구체적으로 본 적이 없어 모를 수 있지만 당시 1박2일 산행하면서 있었던 경험을 중심으로 그가 정말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화악산으로 향하던 중 여러 등산로가 나오자 지도를 보면서 방향을 가늠하고 있다.
당시 일행 중에 대법원장 내정자의 젊은 운전수도 있었다. 등산로는 간혹 위험한 암벽길로도 가야하고 눈이 푹푹 빠지기도 했다. 항상 대법원장 내정자 옆에 있어야 할 젊은 운전수는 젊은 기분인지 산길에서 날라 다녔다. 대법원장 내정자 주변에서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나와 대법원장 지명자 둘뿐이었다. 가끔 젊은 운전수를 찾았으나 도저히 불러도 대답하지 않은 거리까지 떨어져 있었다. 한참 후에야 만난 젊은 운전수에게 간단히 한마디 했다. “항상 내 옆에 있어야지. 혼자 그렇게 멀리 가면 어떻게 하냐.”고. 그리고 그것뿐이었다. 그 젊은 운전수는 또 부담 없이 활동했다. 그러나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았다.
야영 텐트 안에서 직접 가져온 쇠고기를 능숙한 솜씨로손수 구우면서 자르고 있다.
눈길로 계속 갔다. 한밤중이 되어 텐트를 쳐야 했다. 손수 가져온 2~3인용 텐트를 직접 배낭에서 꺼내 치기 시작했다. 이미 수차례 해본 숙달된 솜씨였다. 하긴 경남고 시절 산악부 활동을 했으니 이 정도는 이미 몸에 배인 듯했다.
텐트 안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배낭을 다시 싸고 있다.
이윽고 텐트를 치고 큰 텐트에서 저녁자리 겸 한잔이 오갔다. 고기 굽는 장비와 고기를 손수 가져와 후배들을 위해 구웠다. 후배 판사가 한다고 해도 “이건 내가 해야 제맛이 난다”며 양보하지 않았다. 당시 대법관이 구운 고기를 처음 맛봤다. 가장 맛있는 고기를 선별해서 가져 왔다고 했지만 실제 고기맛 보다는 대법관이 구웠다는 그 자체에 더 맛이 있었다. 후배 판사들도 잘 먹었다.
본인이 가져온 텐트를능숙한 솜씨로 직접 걷고 있다.
대법원장 내정자는 이와 같이 소탈하고 뭐든지 손수 하는 스타일인 듯했다. 장비도 하나 빠트리지 않고 본인이 손수 챙겨왔다. 오히려 후배들이 챙겨오지 못할 것까지 미리 짐작이나 한 듯 하나씩 꺼내기도 했다. 그의 꼼꼼함과 아량과 세심한 배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일행들은 함참 텐트를 걷고 있는데, 벌써 텐트정리를 하고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 다음날은 조금 맑게 개였다. 마찬가지로 같이 걸었다. 대법원장 내정자의 거의 워딩에 가까운 표현이다.
“은퇴 후 품위유지 할 수 있는 여유만 된다면 가급적 변호사 개업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후배 법관들에게 부담 주지 않고 전임 대법관 이미지로 그대로 남고 싶은 심정입니다. 남는 시간은 바빠서 못 다한 트레킹이나 원 없이 다녔으면 합니다.”
실제로 대법원장 내정자는 전임 대법관으로서 품위유지를 위해 그의 말대로 그대로 실천했고, 대법원장 내정자는 퇴임하자마자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과 미국 요세미티로 트레킹을 갔다. 그러던 중 차기 대법원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양승태 전 대법관이 차기 대법원장의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는 보도를 보고 잠시 고민을 했다. 그 전부터 그에 대한 후속 얘기를 한 번 더 쓰고 싶었다. 왜냐하면 최근 누군가 법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크게 보도됐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냐’ 싶었다. 이미 양승태 대법관은 대법관으로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있는데 말이다. 그런 내용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이런 분이 먼저 있었다고 알리고 싶었다. 그런 와중에 차기 대법원장 유력 후보로 보도됐다.
법원산악회에서 2008년 6월 첫 해외원정을 떠나 일본 다테야마를 오르고 있다. 법원산악회는 옛날 창립했지만 유명무실 하다가 양승태 대법원장 내정자가 다시 활성화 시켰다.
고민에 빠졌다. 지금 그런 내용을 다시 써야 하나, 아니면 누군가 결정되고 나서 써야 하나로 망설였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훌륭한 인격을 가진 분이 당연히 대법원장에 임명되어 마땅하지만 혹시 좋은 내용과 미사여구로만 쓴다면 임명권자나 의사결정 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7년 12월 15일 법원산악회 계방산 송년산행하면서.
그러다 차일피일 미뤄졌다. 다시 한번 더 고민하게 됐다. 이번에 모 일간지에서 양승태 전 대법관이 아닌 두 사람이 유력한 후보로 좁혀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번에 결정했다. 누군가 결정되면 반드시 쓰겠다고. 며칠 있다 전혀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양승태 전 대법관이 차기 대법원장 내정자로 지명됐다고.
2009년 9월 5일 한강기맥 종주하면서 오대산 상왕봉에서.
당시 대법원장 내정자와 같이 1박2일 산행한 뒤 썼던 기사의 일부다.
“지금까지 35년 동안 법관으로 지내오는 동안 항상 나에게 부족한 점이 많다는 사실을 느끼고 자신을 채찍질하려고 노력해 왔지만 여전히 미흡한 점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언제나 마음 한 구석이 무거운 느낌을 지우지 못합니다. 내가 험한 산행을 좋아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몸이 부서지는 듯한 힘든 산행으로 자신을 시험하고 담금질함으로써 다소간의 위안을 얻으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존경스런 인물이다.
2006년 6월 17일 법원산악회 청량산 등산하면서.
2010년 1월 18일 한강기맥 종주 중 구목령을 지나 운무산으로 향하고 있다.
배영선
08.20,2011 at 12:50 오후
양승태 대법원장님을 응원합니다. 좌익들의 무분별한 선동과 근거없는 정부 비난, 음해로 전국이 신음하는 이때, 보수진영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셔서 부디 국가안보와 사회질서 확립을 위한 올바른 활동 기대합니다.
신경억
08.20,2011 at 3:50 오후
내가 나라와 구김ㄴ과 역사를 위해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것도 큰 축복입니다. 부디 초심을 잃지 마시길 바랍니다…. 축하드리고요,
비풍초
08.21,2011 at 12:54 오후
내용과는 무관한 질문 하나 드립니다^^
우리나라 산에서 산행 중에 불을 사용해도 되는지요? 요즘엔 산장이나 정해진 캠프장에서만 사용해야하는 걸로 알았는데… 그러고보니 비박하는 경우에는 예외인가요???
박정원
08.21,2011 at 8:55 오후
국립공원 구역 내에서는 불을 가지고 갈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공원구역에서도 지정된 야영장이나 흡연장소가 있습니다. 거기서는 불을 소지할 수 있죠. 국립공원 외의 지역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일반 산 어디서나 다 야영을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허용하고 있는 지역이 있습니다. 그 곳에서만 불을 소지하고 야영을 할 수 있습니다.
창공
08.28,2011 at 7:48 오전
비상시국에 처한 우리나라를 위해 휼륭한 인격과 철학을 가진 분을 대법원장으로 모신다니 너무 기대가 됩니다. 상식이 통하는 법치국가가 살만한 나라라고 확신합니다.신의 가호를 빕니다.
비풍초
12.08,2011 at 9:56 오후
그냥 추측입니다만, 사진에서의 장소는 야영장도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고기를 굽고 있네요.. 제가 알아본 바로는, 산에서는 야영이나 불을 피우려면 사유서를 제출하고 사전 허가를 받아야할 정도로 규정이 엄격하다고 하더군요.. 지리산 산장에서 조차도 산장밖에서의 야영이나 밥해먹는게 원칙적으로 금지되어있다하던데요..
Steve Yoo
09.23,2014 at 5:16 오전
양승테 대법원장 이분이 원세훈 재판을 실질적으로 무죄로 만든 , 대한민국 사법부를 박근혜의 친위부대로 만든 분으로 기억하겠습니다.
김주오
01.02,2015 at 11:24 오전
본문과 좀 다른 의견입니다. 현재 국내 산에서 야영을 하는것은 거의 대부분 불법입니다. 정확하게 따지면 야영은 불법이 아닌데. 화기를 소지하거나 화기를 사용하는것이 불법이죠, 따라서 일반적인 야영활동은 의도하지 않더라도 불법을 저지를수 밖에 없는게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국립공원도 너무 지나치게 야영과 비박을 규제하면서 대피소는 확충하지 않고 있고요. 아무튼 우리나라 법의 가장 높은 곳에 계신분까지 무의식적으로 법을 위반할수 밖에 없는 이상한 현실에 산악인들은 살고 있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장님처럼 훌륭한 분께서 이러한 비현실적인 부분을 현실상황에 맞게 정비하는데 앞장을 서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