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사과 수확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8월 말부터 수확하기 시작한 사과품종이 이젠 11월 들어 마지막 품종 수확을 한창 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하면 한때 으레 사과를 떠올리는 시절이 있었다. ‘대구사과’가 사과의 대명사였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은 지구온난화로 사과생장 북방한계선이 경기도 고양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기온이 많이 올랐긴 올랐다. 따라서 현재 대구에서는 사과재배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대단위로 재배하는 사과밭은 대구 평광동이 유일하다고 한다. 평광동이 ‘대구 사과’의 명맥을 잇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홍옥사과와 바로 그옆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우리나라에 신품종 사과가 처음 들어온 건 인평대군이 1654년 중국 연경에 갔다가 수레에 싣고 왔다고 <남강만록>에 기록돼 있다. 품종은 어떤 것인지 정확치 않다. 요즘 우리가 흔히 먹고 있는 서양사과는 개항(1876년)이후 들어왔다. 대구 지역은 미국 선교사이자 대구동산기독병원 초대 원장인 존슨 박사가 1899년 10월 미국 미주리주에 주문해서 대구 남산동 자택(구 제일교회 부지) 정원에 재배한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대구 평광동의 사과밭. 마을에 들어서면 전체가 사과밭이다.
대구 평광동에서는 1917년 사과밭을 심었다고 전해진다. 대구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홍옥사과는 1935년 평광동의 우채정씨의 선친이 심은 5년생 홍옥, 국광 등 100여 그루 중에 아직 살아남아 있는 것이다. 보통 사과나무의 수명은 30~40년 과실을 맺으며, 그보다 수령이 오래되면 과실로서는 수명이 다한 것으로 본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80년이 넘은 평광동의 홍옥사과는 아직까지 빨간 사과열매를 맺고 있어, 여전히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홍옥사과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보호수로 지정된 홍옥사과나무. 8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열매를 맺고 있다.
2009년에 보호수로 지정된 가장 오래된 평광동 홍옥사과나무는 유전자원으로서 가치가 클 뿐만 아니라 사과재배역사를 알 수 있는 매우 귀중한 나무다. 홍옥사과나무의 소유주인 우채정씨도 지금은 고령으로 몸이 불편해 병원에 자주 다니고 있어, 그 아들인 우희광씨가 대를 이어 사과재배에 나서며 재바우농원을 운영하고 있다.
홍옥사과를 심은 우채정씨의 아들 우희광씨가 어머니와 함께 홍옥사과나무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우채정씨는 지금 연로해서 매일 병원에 다니고 있다.
사과재배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대구 평광사과는 팔공산 자락의 사과재배에 알맞은 자연조건이 잘 갖춰진 청정지역에서 재배되어 당도가 높고, 과육이 단단하며, 과즙이 많아 달고 시원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우희광씨는 재배한 사과를 대구지역보다는 서울 백화점에 주로 납품한다고 한다. 한 박스를 현지에서 직접 사서 먹어보니 어떤 사과보다 실제로 맛있었다. 필요한 사람은 댓글을 달면 전화번호를 알려주리다.
뉴턴의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우희광씨의 홍옥사과 옆에는 ‘뉴턴의 사과나무’라는 희한한 품종도 눈에 띄었다. 일명 ‘켄트의 꽃(Flower of Kent)’이라 한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지구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의 그 사과나무에 접을 붙인 품종이라고 한다. 몇 번의 실패를 거친 끝에 ‘켄트의 꽃’이라는 신품종이 탄생했으며, 그 시대엔 굽거나 삶아먹는 사과로 인기 좋았다고 한다.
우희광씨의 집 앞엔 오래된 홍옥사과나무가 있는 집 재바우농원이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Hansa
11.03,2011 at 10:39 오전
홍옥 사과, 사과다운 사과이지요.
새콤하고 사각한 맛이 일품이었는데요.
요즈음 사과는 그저 달기만.. 하하
무무
11.03,2011 at 12:23 오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과가 홍옥이예요.
홍옥사과가 보이면 얼른 사지요. 보관이 안되는지 제철 지나면
구하기 힘들더라구요.
국광이 아직도 나오나요? 홍옥에 비해 맛이 좀 떨어졌는데
추억이 깃든 사과라 먹어 보고 싶네요.
북경밤안개
11.03,2011 at 12:32 오후
홍옥에 대한 향수는 먹어본 사람만이 알 겁니다. 저도 평광동에 친칙이 있어 갈 때마다 탐스런 홍옥을 구경하게 되지요. 평강동은 단양 우씨 집촌이죠. 지금 중국에 거주하면서 가끔 국광도 보게 되는데 향수가 스쳐 먹어봤는데 맛은 옛맛이 아니더군요.
소나무
11.17,2011 at 7:08 오후
"국광"이라는 사과도 아주 맛있었는데요
지금은 어디에도 없더군요.
국광은 서리가 내릴 때 쯤 따 먹는데 품종이 사라져서 유감이예요.
홍옥사과는 경동시장에 더러 나오지만
까딱하면 없어져서 살 수가 없죠.
잘 보았습니다.
박정원
01.04,2012 at 10:13 오전
대구에서 홍옥사과를 하시는 분은 재바우농원의 우희광씨로 010-6788-8773 또는 011-9598-8226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