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주목군락이 다이센 정상에… 다이센 山神도 있고

다이센은 4월에도 눈에 덮여 등산로 입구가 보이질 않는다. 이정표가 눈에 묻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다행히 일본 등산객 대여섯 명이 완전무장을 하고 올라가고 있다. 이들을 따라 길을 나섰다. 스패츠는 이미 했지만 아이젠을 해야 할지 헷갈린다. 원체 눈이 많아 아이젠도 무용지물일 듯했다. 이왕 나선 김에 아이젠 없이 계속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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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다이센은 스키로 유명하다. 사진은 다이센에서 스키를 즐기고 있는 등산객들.

다이센 절(大山寺)이 나왔다. GPS를 보니 고도 859m였다. 출발 자체가 거의 800m 남짓한 지점에서 했으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절이 있다. 대웅전의 아미타불상이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는 안내판도 보인다. 절 건물은 우리와 같이 여러 채 있는 것이 아니고 대웅전 같은 건물 한 동이 전부다. 주변은 수백 년은 족히 된 히노끼로 불리는 푸르른 편백나무로 가득 차 있다. 밑동이 어른 몇 명이 팔을 벌려 잡아야 연결될 정도로 굵은 나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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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센의 날씨는 동해의 영향을 받아 변화무상하다. 사진은 운무가 잔뜩 낀 다이센의 모습.

길은 여전히 완만한 오르막이다. 사방이 온통 설산이니 경관은 별로 달라 보이질 않는다. 운무도 내릴 듯 말 듯 잔뜩 찌푸린 날씨다. 일단 날씨도 불안하니 최대한 빨리 고도를 높이기로 했다. 드센 바람도 계속 불어댔다. 세찬 바람 사이로 텃새인지 얼굴도 보이지 않는 이름모를 새가 “쓰쓰덕~ 쓰쓰덕~”하고 울어댄다. 소리 나는 방향으로 새의 행방을 찾았으나 도대체 보이질 않는다. 소리와 얼굴이 매치가 되지 않은 작은 새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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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센 북벽은 일본 산악인들이 해외 원정을 떠나기에 앞서 암벽훈련지역으로 유명한 곳이다.

동해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몸이 날아갈 것 같다. 그러나 바람에서 조금의 온기가 느껴진다. 한겨울에 겪었던 그런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은 아니다. 1000m를 가리키는 이정표도 눈에 완전히 덮여 끝부분만 살짝 보인다.

올라가던 등산객들이 하나둘씩 내려온다. 운무는 더욱 짙어만 갔고 눈길 등산로는 점점 더 가팔 라졌다. 머리속은 생각이 복잡해졌다. 아직까지는 두렵다는 생각보다는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속을 맴돈다. 정상을 보기 위해 고개를 쳐들었으나 아예 볼 수가 없다. 갑자기 눈보라가 치기 시작하는가 싶더니 비바람도 불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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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풍으로 특히 유명한 다이센에서 둘레길로 나 있는 도로 주변이 단풍에 흠뻑 물들어 있다.

마침 일본 등산객 한 팀이 하산하고 있다. 20여명은 족히 될 것 같다. 오오사카에서 온 등산객이라고 한다. 혼자 왔냐고 묻기에 길게 말할 자신도 없어 “그렇다”고 말하자 “스고이!(すご·い․대단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모르는 척 하며 그냥 지나쳤다. 이 팀들은 육합목까지 올라갔다 눈보라와 비바람으로 오락가락하는 날씨와 가파른 눈길 등산로 때문에 도저히 올라갈 수 없어 등산을 포기하고 내려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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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710m 밖에 안 되는 산이지만 정상 아래는 거의 운무가 잔뜩 끼어 있다.

일단 그래도 발길은 계속 정상을 향했다. 다이센고고메(大山五合目) 이정표가 눈에 완전히 묻혀 끝부분만 조금 드러나 있는 지점에 도착했다. GPS로 고도를 확인하니 1264m를 가리키고 있다. 바로 옆에는 ‘다이센산신’이라고 새겨진 비석에 샘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 익숙한 장면이지만 일본에서는 새롭게 보인다. 여기도 눈에 완전히 덮여 샘물 나오는 곳만 직경 1m 정도로 노출돼 있다.

오합목에서 육합목으로 오르기 위해 발길을 옮겼지만 도저히 올라갈 수 없을 정도로 눈길 등산로의 급경사가 이어졌다. 1300m쯤 왔을까, 겁이 덜컥 났다. 눈보라와 비바람이 몰아치는 급경사에 사고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순간 번쩍 떠올랐다. 눈보라가 비바람으로 변해 제법 굵게 내려쳤고,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모든 상황은 최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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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센 산정에 있는 호수에 비친 다이센 만년설의 모습.

육합목근처까지 오르면 너도밤나무 군락이 끝나고 마가목이나 꽝꽝나무와 같은 저목림으로 바뀐다. 거기서 더 오르면 나무들의 키가 더 낮아지면서 팔고메(1580m)부터는 주목으로 식생이 변한다. ‘다이센주목’은 일본 최대의 군락지를 자랑하며 특별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돗토리현의 현목이기도 하다.

그 유명한 다이센 주목 군락과 정상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안타깝고 섭섭했다. 다이센의 정상은 1729m다. 그러나 일반 등산객이 올라갈 수 있는 지점은 1709m까지다. 불과 400m 남짓 남겨두고 있는데 올라갈 수 없다니…. 너무 아쉽다.

겐가미네로 불리는 다이센북벽의 웅장한 정상은 암벽 장비를 갖춰야 도전할 수 있는 곳이다. 전문 산악인들이 히말라야로 원정을 떠나기 앞서 훈련장소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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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센 북벽의 깊은 계곡은 1만 년 전 화산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돗토리현 산악협회 고사카 히데키(小坂 秀己) 이사장은 “육합목부터는 등산 경험이 많은 사람도 겨울엔 눈이 덮여 있고 바람이 강해 등산이 힘든 곳”이라며 “등산 유경험자도 장비를 제대로 갖춰야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이센북벽은 외국 산악원정대가 겨울 암벽훈련장소로 많이 찾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6월 첫째 일요일, 다이센 여름 입산제가 열리면 하루 2000여명이 찾을 정도로 붐비는 산이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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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4월에도 폭설이 내리는 등 다이센은 5월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눈이 많이 내린다. 눈 내린 다이센을 오르고 있는 등산객들.

요나고시와 돗토리현 주민들은 어디서든 다이센의 우뚝 솟은 정상이 보여, 다이센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고사카씨는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5~6학년생이 되면 다이센으로 단체 소풍을 가, 이 지역 모든 사람들이 다이센을 친숙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일본 돗토리현 모든 학교의 교가에 다이센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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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과 녹음이 푸르른 여름철에 다이센에서 특히 많이 볼 수 있는 계곡의 이끼에서 등산객이 시원한 포즈를 짓고 있다.

아쉽지만 정상이 어디인지도 보지 못하고 하산길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멀리 밑에서 바라본 산과 오르는 산은 정말 달랐다. 역시 산은 어느 산이든 경외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한 변화무상한 기상과 만년설에 가까운 정상의 눈은 한국에서 보던 1700m급의 산과는 비교하기 힘들었다. 아마 다음에 다이센의 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감추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스스로 위로하며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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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센정에 있는 마을의 논에 다이센 산의 그림자가 비쳐 더욱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마침 일본해신문 가도나가 루이치(門永隆一) 편집위원이 다이센에 관한 시 한편을 알려줬다. 다이센의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한 시라고 자랑했다.

‘오! 다이센/ 아니 다이센씨/ 당신은 나의 아버지/ 영원히 자애와 위엄을 가진/ 어머니 품안과 같은 고향의 아버지 같은 다이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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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센 정상의 녹지 않은 눈과 봄꽃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하산길은 미끄럼틀 타듯 미끄러져 내려왔다. 비닐포대가 있었으면 순식간에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위험하긴 했지만. 그래도 엉덩이를 그대로 바닥에 대고 미끄러졌다. 마치 동심으로 돌아간 듯 위험을 잊고 그대로 내려갔다. 쏜살같다.

하산길에서 만난 일본 할머니 나마이 다께(71, 실제로는 훨씬 젊어 보여 아주머니 같았다)는 “젊어서 몸이 병약해서 야생화 구경하다 산악회에 입산하게 됐다”며 “그 이후 본격 산에 다니면서 건강을 완전히 회복, 이렇게 젊은 모습을 갖게 됐다”고 뿌듯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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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풍은 일본 서북부에서 가장 자랑할 만한 것으로 유명한 다이센의 가을 단풍의 모습이 호수에 비쳐져 있다.

원점회귀로 다시 돌아온 시각은 오전 11시 10분. 오전 8시 13분 출발해서 3시간 만에 돌아왔다.

다이센의 그 장엄한 모습을 다음으로 기약하면서 등산로 유토피아 코스에 있는 오가미야마 신사를 들렀다. 다양한 일본 신들이 모셔져 있는 일본 신사의 전형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아쉬운 다이센! 비록 이번엔 등정기회를 주지 않았지만 언젠가 그대가 가진 자애와 위엄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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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센 트레킹 코스가 있을 만큼 다이센둘레길은 일본인들에게 자전거 하이킹 코스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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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바다와 어울린 다이센 정상.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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