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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의 산’ 도솔산, 펀치볼 분지 한 눈에 보여… 모택동․김일성 고지도 옆에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해병대 5대 작전 중의 하나로 꼽히는 ‘도솔산 전투’를 벌였던 도솔산을 가봤다. 도솔산은 38선 훨씬 위쪽 휴전선 바로 아래 위치해 있다. 남북한 대치상황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을지전망대가 도솔산 북쪽 끝자락에 있다. 대중교통이 없어 차를 몰고 꼬불꼬불한 453번 지방도로를 따라 도솔산 지구 전투위령비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GPS로 확인해보니 고도가 무려 971m나 됐다. 웬만한 산 정상에 올라온 것이다.


전투위령비가 우뚝 솟아 있다. 그 앞엔 행사를 위한 널찍한 공터에 주차장도 있다. 지금은 아무도 보이지 않고, 한적한 적막감만 감돈다. 이곳이 바로 61년 전 자유를 지키기 위해 조국에 기꺼이 목숨을 바친 전몰 용사들이 고이 잠든 곳이다. 잠시 숙연해진다.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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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산 전투 위령비 입구 양쪽으로 솟대에 세워 해병의 용맹함을 새겨놓고 있다.

도솔산 올라가는 길은 임도로 잘 정비돼 있다. 그 길 입구에 들어섰다. 좌우로 큼지막한 솟대를 세워놓고 ‘忠魂(충혼), 이곳에’ ‘전우는 용감했다’ ‘해병이여! 영원하라’ ‘무적 해병’ ‘忠靈(충령) 해병’ 등 다양한 문구를 새겨 방문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귀신 잡는 해병대의 위용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솟대들이다.


임도 주변으로는 초본식물로 박새풀이 무성할 정도로 자라고 있다. 옛날 사약 만드는 재료로 사용한 일종의 독초다. 그 사이로 곰취와 병풍나물도 눈에 자주 띈다. 조금 더 올라가니 곰취가 지천으로 널렸다. 손만 뻗으면 뜯을 수 있다. 향긋한 향기도 풍기고 있다. 곰취는 사단장 곰취와 군단장 곰취가 있다고 한다. 사단장 곰취는 줄기에 보라색 띠가 선명하게 보이는 곰취이며, 야생 곰취에 특히 많다. 실제로 야생 곰취를 몇 개 꺾어보니 보라색 띠가 있었다. 맛과 향기가 더욱 진했다. 군단장 곰취는 줄기 전체가 보라색이고 잎에도 가는 줄기로 보라색을 띠는 곰취다. 드문 곰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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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안개가 내려 주변을 볼 수가 없었다. 길 옆에는 곰취 등 산나물이 지천으로 널렸다.

바람이 차고 강하게 불었다. 주변을 조망할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안개가 내렸다. 서울의 낮 기온이 영상 25℃쯤 됐다. 하지만 도솔산 1000m 고지쯤은 영상 5℃였다. 봄옷을 입고 갔다가 강한 바람과 차가운 날씨에 손이 오그라들었다. 가방을 뒤적여 모자를 꺼내 덮어쓰고 계속 올랐다.


군사작전도로가 끝나고 방공호로 된 길이 자주 나온다. 암릉으로 된 산길과 방공호의 연속이다. 도솔산 다른 쪽에 있는 벙커 입구에 중위 노태우, 중위 정호용 이름이 새겨진 곳이 있다. 이들이 아마 젊은 장교 시절 이곳에서 근무하며 새긴 것 같다. 그들이 근무한지 근 50년 전쯤 되겠다. 참호와 벙커는 6․25 전쟁 때 사용하던 것을 조금 보수해서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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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곳곳에 참호와 벙커가 있다. 인근에 노태우 중위라고 새겨진 참호도 있다고 한다.

벙커 속으로 잠시 들어갔다 나왔다. 진지로 일부러 걸었다. 당시 격렬했던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간접 체험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느낌보다 찬 날씨가 더 몸속으로 다가왔다. 세찬 바람이 옷깃을 스미는 정도가 아니라 몸 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이다. 추워서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다. 5월 중순에 이 정도의 날씨면 도솔산 정상은 아예 여름이 없지 싶다.


짙은 안개까지 내려 주변 50m 이상은 조망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눈에 보이는 게 없다. 안타깝다. 하필 갑자기 날씨가 이렇게 변하다니. 군청에서 출발할 때만 하더라도 햇빛이 쨍쨍 내려 날씨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는데…. 길 주변에 진달래가 지금 꽃을 피우고 있다. 3~4월에 한창 꽃을 피우고 지금은 잎이 무성해야 할 진달래가 꽃을 피우고 있는 형국이니 날씨를 상상해 보라.


추운 날씨 속에서도 군인들의 훈련 총소리는 선명하게 들린다. 양구에 사는 사람은 모두 7만 명 가까이 된다. 그 중 군인이 4만 5천여 명 되고 군민은 2만 2천여 명 된다고 한다. 군인이 군민보다 2배나 많다. 사단도 2개 사단이 배치돼 있다. 군인들이 훈련하면 항상 총소리에 포격 소리까지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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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산 정상에 도솔산전적비가 세워져 있다. 천연기념물 용늪으로 가는 이정표도 옆에 있다.

추운 날씨와 찬 바람을 뚫고 도솔산 전적비가 있는 정상에 도착했다. GPS로 고도가 1158m였다. 짙은 안개로 경관을 살펴볼 수가 없다. 양구의 그 유명한 펀치볼(Punchbowl․해안분지)이 바로 저 만치 있는데 전혀 보이질 않는다.


펀치볼은 양구군 해안면에 있는 분지다. 이 분지는 북쪽의 1026고지(모택동고지), 924고지(김일성고지), 서쪽의 가칠봉고지(1242m), 대우산고지(1178m), 남쪽의 도솔산(1304m), 918고지, 동쪽의 달산령, 908고지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둘레의 1000m 이상 되는 높고 낮은 산봉우리와 고개의 모습이 마치 칵테일잔과 같다고 해서 외국의 종군기자들과 미국의 참전병사들이 펀치볼(Punchbowl)이라고 불렀다. 미 전사에도 펀치볼 전투로 나온다. 분지를 둘러싼 고지 중에 모택동과 김일성고지는 국군 해병 제1 연대가 지형 여건상 점령이 쉽지 않은 1026고지와 924고지를 반드시 탈환할 목적으로 장병들의 전의를 북돋우기 위해 명명했다. 장병들이 더욱 불타는 전의로 이 고지를 쉽게 점령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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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볼 분지 전경. 주변 봉우리가 도솔산과 김일성, 모택동 고지 등으로 이름 붙여져 있다.

그런데 지명도 재미있다. 해안이라고 해서 바다를 전혀 볼 수 없는 분지인데 무슨 해안인가 싶었다. 한자를 보니 궁금증이 풀렸다. 한자가 亥安이었다. 돼지 亥에 편안할 安이었다. 이에 얽힌 유래도 돼지와 관련 있다.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옛날 펀치볼 지역은 물이 많이 차고 습지여서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뱀과 개구리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를 본 지나가던 스님이 돼지를 기르면 뱀을 없앨 수 있다고 했다. 동네 사람들 모두 돼지를 사서 길렀다. 식성 좋은 돼지들은 동네에 서식하는 뱀을 깡그리 잡아먹었다. 돼지는 비계가 많아 뱀에게 물려도 독이 퍼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후 동네 사람들은 편안히 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동네사람들이 돼지로 인해 편안해졌다고 해서 해안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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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볼을 둘러싸고 있는 능선이 길게 늘어서 있다.

격렬한 전투를 벌였고, 재미있는 유래를 간직하고 있으며, 펀치볼 같이 생긴 해안분지를 짙은 안개 때문에 볼 수 없다. 정상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현역 군인을 만났다. 이들도 “양구의 평지 지역이 30℃라면 여기는 5℃입니다”라며 “저희들은 지금도(5월 중순) 내복을 입고 근무를 서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근무하는 군인을 통해 실제로 기상이 천변만화하고 추운 지역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사흘에 한 번 정도 날씨가 갤까 말까한 곳이 도솔산 정상이며, 이곳의 날씨는 금방 갰다가 다시 안개가 드리우는 예측할 수 없는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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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천연기념물 대암산 용늪의 모습.

도솔산 정상에서 대암산 지역의 ‘용늪’으로 가는 이정표까지 세워져 있다. 1000m이상 되는 지역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늪지다. 너무 춥고 보이질 않아서 돌아볼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발걸음을 하산길로 되돌렸다. 호국보훈의 달에 조국을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전몰 영령들을 추모하는 계절이다. 도솔산 전투는 이젠 꼭 61년이 지났다. 도솔산에서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서 순국선열의 조국애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2 Comments

  1. 김동진

    06.07,2012 at 4:40 오후

    도솔산은 민간인이 아무 때나 출입할 수 있는 산인지요?   

  2. 신경억

    06.10,2012 at 3:37 오후

    아! 펀치볼!! 87년에 두달 근무했는데 참으로 아름답고,기분이 좋은 곳입니다. 해안 마을에서 동료와 먹던 삼겹살이 그립군요. 한번 가본 다 가본다하다 생활에 치여 모샀는데 계흭을 세워야겠군요. 12사단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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