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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에서 만나는 ‘한국의 靈地’… 해남 달마산 도솔암

해남의 달마산 도솔암은 물건이다. 높이는 비록 500m도 안되지만, 산 전체에는 영기가 가득차 있다. <陋室銘>(누실명)에 나온다. ‘산부재고 유선즉명(山不在高 有仙則名’이라고. 산이 높다고 장땡이 아니다. 신선이 살아야 명산이라고 당나라 시인 유우석(劉禹錫)은 갈파하지 않았던가. 달마산은 신선이 살 만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선 땅 끝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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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높은 절벽 위 구름 속에 솟아 있는 듯한 도솔암 암자의 전경. 무림의 고수들이 1년에 한 번씩 회합을 가질 법한 그런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땅 끝’이라는 단어는 어감이 다르다. 끝이라는 것은 더 이상 갈 데가 없다는 뜻이다. 한반도의 땅 끝인 해남, 그리고 그 해남을 관통하는 달마산은 ‘땅끝 산’이다. 더 이상 갈 데가 없다. 더 이상 가면 바다이다. 산이 바다를 만나면 거기서 멈추어 선다. 그리고 기운을 만든다. 화기와 수기의 교류가 그것이다. 주역에서는 수화기제(水火旣濟)라고 말한다. 그래서 바닷가에 있는 바위산들이 명산이고, 이런 지점에서 동북아시아의 신선 설화들이 발전하였다.


중국 산동의 노산(嶗山)이 그렇다. 해상선(海上仙)의 발원지가 바로 노산인 것이다. 조선의 금강산, 남해 금산(錦山)도 역시 그렇다. 신선이 좋아하는 산은 대개 바다를 바라 볼 수 있는 산들이다. 달마산이 이것이다. 풍수가에서는 ‘천리행룡 일석지지(千里行龍 一席之地)’라고 표현한다. 용맥이 천리를 내려오다가 그 끝머리에 자리 하나를 만든다. 호박 열매가 끝자락에 열리듯이 기운이 뭉친 명당도 끝자락에 만들어진다. 끝자락에 영양가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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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마을 해남의 달마산 꼭대기에 있는 도솔암으로 가는 길는일일이 돌로 조성해 놓았다.

끝이라는 어감은 비장한 감도 있다. 더 이상 갈 데가 없으니 꼼짝 달싹 할 수 없다는 느낌도 준다. 갈 데가 없구나! 그러나 반대로 새로운 차원이 열릴 수도 있다. 갈 데까지 간만큼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궁즉변(窮則變)이요, 변즉통(變則通)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달마산이 상징하는 것은 이러한 양면성이다. 궁(窮)도 있고, 변(變)도 있는 것이다.

달마산의 도솔암 가는 숲길에서 돌출된 바위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규석(硅石)이 많다. 쌍토 ‘규’(圭)자가 들어간 이름이다. 바위의 결이 평평하게 나 있어서, 깨 질 때도 네모나게 깨진다는 의미가 들어 있지 않나 싶다. 규암(硅巖)이라고도 한다. 약간 흰 색깔을 띠면서 바위 표면이 매끌매끌한 암석인데, 강도는 아주 단단한 편이다. 화강암보다 약간 더 단단할까? 규암에서 추출한 성분은 용광로에서 높은 온도의 불을 견디는 방화재(防火材)로 사용된다. ‘조선내화’(朝鮮耐火)라는 회사에서 생산되는 방화재는 대부분 이 규석에서 채취한다고 들었다. 아! 도인들이 좋아할 산이겠구나! 영양가 많겠구나! 단백질이 부족한 사람은 이 산에서 도 닦으면 단백질을 대거 보충할 수 있겠구나는 추론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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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암 가는 이정표. ‘땅끝서 만나는 하늘끝’이라 문구가 가슴에 다가온다.

도솔암은 비범한 자리에 있다. ‘머털도사’가 머무르는 암자가 바로 이런 곳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름위에 솟아 있는, 주변에서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높은 절벽위에 있는 암자 말이다. 그런가 하면 무협지에 나오는 무림의 고수들이 1년에 한 번씩 회합을 가질 때 바로 이런 장소에서 하면 어울릴 것 같은 분위기였다. ‘별유천지 비인간’(別有天地 非人間)의 장소였다.


50~60m 높이의 절벽 위 아슬아슬한 지점에 축대를 쌓아 암자를 지어 놓은 것이다. 절벽 위는 마치 거대한 창검(槍劍)처럼 뻗은 바위들이 직립으로 솟아 있었고, 그 직립한 바위 속에 조그만 암자를 지어 놓았다. 원래 자연 공간은 겨우 한 칸짜리 암자만 지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오고, 마당은 나올 수 없는 입지였지만, 절벽 틈 사이에 돌 축대를 10여m 가량 다져 넣어서 겨우 7~8평쯤 되는 마당 공간이 나올 수 있었다. 아래쪽에서 보면 아주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인다. 거기에 한 칸짜리 자그마한 암자 하나가 자리 잡고 있으니, 자연과 인공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100% 자연만 있는 것 보다는 이처럼 있는 듯 없는 듯한 인공이 약간 섞여 있는 것이 보기에 좋다. 달마산 신선이 산다면 어디에 살겠는가. 이런 곳에서 살아야지.


원래 이 도솔암 법당터는 400년 동안이나 비어 있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에는 암자가 있었지만, 명랑해전에서 패한 왜군들이 이 달마산으로 후퇴하면서 여기에 있던 암자와 절들을 불태워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400년 동안 빈터로 있었다. 터가 좋으니까 무속인들이 몰려와서 치성을 드리는 장소로 이용되어 오다가, 2002년에 조계종의 법조(法照) 스님이 와서 터를 정화하고 법당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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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끝 절벽에 둘러싸여 있는 도솔암 지붕 기와.

불교의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이라는 경전에 보면 16가지 관법(觀法)이 나온다. 관법은 도 닦는 방법을 일컫는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일몰관(日沒觀)이다. 석양의 해를 바라보는 방법이다. 뜨는 해는 잠깐이지만, 지는 석양은 1시간 가까이 볼 수 있다. 대낮의 태양은 눈이 부시어 바라볼 수 없다. 그러나 저녁 무렵의 석양은 눈으로 감상할 수 있다. 눈이 부시지 않다. 석양을 1시간 정도 바라보면 어떤 마음이 드는가? 평화스러운 마음이 든다. 마음이 가라앉는다. 내가 받은 상처, 내가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준 상처가 마음속에 켜켜이 쌓여 있다. 이 상처들이 치유 받는 시간은 석양을 바라볼 때가 아닐까. 그래서 16관법 중에 제1번에 배당시켜 놓았지 않았나 싶다.


사람 사는 게 상처의 연속이다. 어렸을 때 마음은 깨끗하고 구김살이 없는 명주천 같다고 한다면, 나이가 들고 먹고 산다고 발버둥치면서 마음이 걸레가 된다. 누더기처럼 여기 저기 터져 있고, 찢어져 있다. 이 누더기를 다시 원래 상태로 회복하는 방법이 바로 일몰관이라고 생각한다. 이 공허함과 상처를 치료하려면 명산에 올라와 석양을 봐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장엄한 장소에서 봐야 효과가 있다. 장엄함을 자주 겪을수록 마음이 펴진다. 마음의 주름살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것은 역시 자연 밖에 없는 것이다. 도솔산 절벽 위에 머털도사가 사는 암자처럼 지은 도솔암. 깎아지른 절벽위의 도솔암 마당에서 석양을 바라보는 것은 정신병 치료에 해당한다. 우리 모두 정신과 환자 아니던가! 환자의 필수사항이 풍광이 장엄한 장소를 많이 알아 놓은 일이다. 시간 날 때마다 그 장엄한 장소에 달려가 해를 보고 달을 보고, 바람 소리를 듣고, 바다를 바라보아야 산다.


진도와 완도 앞바다에서 올라온 해무(海霧)가 끼어 있는 달마산 도솔암의 숲길. 군데군데 피어있는 붉은 색의 철쭉꽃을 보면서 한국이 비록 작은 나라이지만 명산이 많고, 가 볼 데가 많은 땅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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