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도 가을단풍이 유명한 곳이 많다. 단풍은 계곡과 어우러지면 금상첨화다. 한국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유다센의 자쿠지야마(寂地)의 오룡폭포도 그 중의 하나다. 폭포와 동굴로 연이은 등산로에 이어진 계곡은 일품이다. 그 계곡 따라 많은 등산객들이 등산을 나선다.
오룡폭포의 용머리에 해당하는 류주폭포. 주변이 전부 활엽수라 단풍이 들면 계곡과 어울린 정경이 매우 아름다울 것으로 보인다. 자쿠치폭포의 물은 일본 100대명수에 들 만큼 약수다.
낭떠러지 같은 길 앞에 동굴이 나온다. 동굴 속은 칠흑 같은 어둠이다. 햇빛에 비친 끝만 보일뿐이다. 동굴 입구에 ‘목마(木馬․키우마)동굴’이라는 안내문이 있다. 동굴 안에는 박쥐가 서식하고, 상하폭이 1.6m밖에 안되니 조심하라는 문구도 보인다. 안에는 정말 아무 것도 안 보인다. 완전히 감으로 걷고 있다. 랜턴을 켜고 올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키우마동굴. 동굴 안에는 칠흑같은 어둠에 박쥐가 살고 있다. 두 개의 동굴이 연이어 있다.
동굴을 지나자마자 낭떠러지 같은 아찔한 등산로에 철제 사다리를 놓아 등산객을 지나게 했다. 위험할수록 경관은 뛰어난 게 자연의 역설이다. 철제사다리를 내려서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눈을 의심케 하고도 남았다. 깊이와 길이를 알 수 없는 폭포가 끝없이 흘러내렸다.
자쿠치(寂地)계곡의 오룡(五龍)폭포다. 1㎞는 족히 될 듯한 다섯 개의 폭포 따라 등산로가 나란히 나 있다. 그 중 가장 위에 있는 폭포가 제5 폭포인 용머리폭포다. 이정표에도 류주(龍頭)폭포라고 안내하고 있다. 승천하는 용의 머리를 형상할 만큼 폭포는 길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더욱이 폭포와 소(沼), 폭포와 소(沼), 폭포와 소(沼)로 이어진 3단폭포는 여느 폭포와는 격조부터 다른 장관이다. 수량도 엄청나다. 넋을 놓고 한참을 바라볼 정도였다.
제4폭포인 류문폭포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4 폭포도 바로 밑에 있다. 류문(龍門)폭포다. 용이 승천하기 직전에 빠져나가는 문이라는 의미다. 제3 폭포는 하쿠루(白龍․백용)로, 흰 용이 승천하기 위해 몸부림 치는 의미의 폭포다. 제2 폭포는 도류(登龍․등용)폭포로, 용이 하늘로 올라가려는 장면을 말한다. 잠시 GPS로 고도를 확인하니 547m였다. 이 정도 높이에서 이만한 폭포의 장관을 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이 등산코스는 만족스러웠다.
폭포의 길이가 어느 정도 되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길다.
야마구치현 국제교류원 신유미씨는 “가을엔 단풍과 폭포를 보기 위해 무척 몰리는 산행지”라며 “그런데 사람들이 제5 폭포와 동굴까지만 올랐다가 더 이상 등산은 하지 않고 하산한다”고 말했다. 그럴 만도 했다. 단풍과 어우러진 폭포는 우리의 피아골 삼홍소도 심금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지 않나. 붉게 탄 산과 낙엽으로 붉게 물든 계곡, 그 가운데 선 사람도 붉게 물들었다는 그 삼홍소 아닌가. 하물며 피아골보다 훨씬 깊은 계곡과 단풍은 사람의 마음을 완전히 빼앗아버려 더 올라갈 마음이 생기지 않게 할 것 같다.
자쿠치야마 자연임도에 대한 설명. 오룡폭포 위치도 안내하고 있다.
마지막 제1폭포는 류비(龍尾․용미)폭포다. 승천하는 용의 꼬리에 해당한다. 1㎞가량 내려오면서 만나는 꼬불꼬불한 용의 형상의 폭포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별유천지 비인간(別有天地 非人間)이 된 기분이다. 복숭아꽃이 만발한 무릉도원에서가 아니라 용의 폭포에서 말이다.
실제로 가을이 되면 많은 행락객이 다쿠치계곡을 찾아 단풍과 계곡을 즐긴다.
용미폭포 앞에 샘터가 하나 있다. ‘전국명수 100선․일본폭포100선’이란 푯말이 보인다. 동행한 야마구치 공무원 오카상도 “적지산에서 나오는 약수는 전국에서 알아준다”며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와사비가 이곳에서 유난히 생산이 많이 되는 이유도 바로 물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아니나 다를까 하산길 주변에 와사비 판매점이 여러 군데 보인다.
자쿠지야마는 야마구치와 히로시마현 경계에 있는 산이다. 부산~시모노세키를 오가는 부관페리호를 타고, 시모노세키에서 내려 야마구치로 가면 된다.
폭포는 워낙 험하게 있어, 가까이 접근할 수가 없다.
폭포가 떨어지는 소도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시커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