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에 대한 관련 부처와 지자체의 역사인식 부족으로 귀중한 선사시대 유물이 매년 사라지는 데도 이를 수십 년째 방치하고 있다. 문화재청과 울산시의 상반된 입장과, 이를 조정하지 못하는 국무총리실 등으로 인해 국보 제285호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선사시대 동물과 인물 300여점 중 100여점 이상이 원형을 상실하는 등 훼손이 가속화 되고 있다.
하류에 댐 건설로 침수, 노출을 반복하는 선사시대 암각화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데도 문화재청과 관련 지자체의 의견대립으로 수십 년째 방치되고 있다. 암각화가 별로 보이질 않는다.
국보 제285호 울산 반구대 암각화, 2010년 세계문화유산에 잠정목록으로 등재된 문화재다. 반구대 암각화는 발견되기 전 울산시에서 식수원을 확보하기 위해 사연댐을 축조하는 바람에 수몰됐다. 이를 동국대 문화재 탐사팀이 1971년 발견,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95년 6월23일 국보로 지정됐다.
선사시대 사냥놀이를 바위에 새긴 울산 반구대 암각화. 반복되는 침수 노출로 암각화가 희미하게 보인다. 상당히 훼손된 상태다.
반구대 암각화는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태화강의 지류인 대곡천의 절벽면에 새긴 것으로, 강 하구에 저수지의 축조로 댐이 생기면서 평상시에는 물에 잠겼다가 물이 마르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 크기는 가로 약 8m, 세로 약 2m이며, 매년 5개월 전후 침수와 노출을 반복하면서 암각들이 심각히 마모돼 흔적이 희미해지고 있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반쯤 잠긴 상태다.
절벽면에 새겨진 그림은 대략 300여점으로 사람․동물․배․목책․그물 등이고, 동물은 포유류․조류․파충류․어류 등이다. 이들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은 동물들로 거의 전 벽면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사슴․노루․산양․호랑이․멧돼지․고래 등과 같은 포유류들이 많다. 사람 그림은 모두 8점으로 육지에서 사냥하는 장면과 관련된 인물상이 6점, 사람 얼굴 내지는 탈이 2점이다. 바다짐승은 약 80여점이다. 그 대부분이 고래 혹은 고래와 비슷한 것들이다. 육지동물은 90여점이며, 사슴이 41점으로 가장 많다. 그림 내용은 고래잡이 모습, 배와 어부의 모습, 사냥하는 광경이 표현돼 있다.
멀리서는 암각화 내용을 알 수 없고 렌즈로 당겨야 겨우 보일 정도로 훼손된 상태다.
이곳에 표현된 동물들이 주로 사냥 대상 동물이고, 교미의 자세를 취하는 것과 배가 불룩하여 새끼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동물의 모습이 많다. 뿐만 아니라 춤추는 남자의 모습에서 성기가 과장되게 표현된 것은 인간의 생식능력이 자연의 번식력과 깊은 관계를 가졌다고 생각했던 당시 사람들의 관념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상류에있는 국보 천정리 암각화는 그나마 아직 상태가 괜찮다. 지난해 낙서로 떠들썩 하게 했던그 문화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모습으로 미루어 볼 때 암각화의 성격이 이 지역의 수렵 어로인들이 사냥의 풍성과 번식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만든 사냥미술로 보고 있다. 또한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러시아 시베리아 일대에 분포하는 암각화들과 유사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암각화가 새겨진 연대는 신석기 말기에서 청동기시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천정리 암각화는 아직 윤곽을 알 수 있다. 상태가 괜찮을 때 관리를 잘 해서 보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2010년 반구대 암각화와 인근 비슷한 암각인 국보 제147호 천정리 각석을 묶어 대곡천 암각화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대상에 선정한 후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 10여 년간 반구대 암각화 보존운동을 펼쳐온 변영섭 고려대 미술사학과 교수가 신임 문화재청장으로 임명됐다. 취임 일성으로 “우리의 문화재 가운데 맏형격인 반구대 암각화를 살려내고 주변의 역사문화환경을 관광자원화 해서 인류문화유산으로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울산시는 3월13일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모형실험 연구 최종 보고회를 갖고 생태제방안으로 가닥을 잡고 문화재청과 협의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