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 정신과 명의 이홍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힐링트레킹 참가자들에게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았나?”는 화두성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어느 성공한 기업인에게 똑 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그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살기 위해 살았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내 인생을 살고 싶다”며 그동안 막혀있던 눈물샘이 터져 나오더라는 거였다.
이홍식 교수가 동해 무릉계곡 쌍폭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강연을 전문에 가깝게 정리한 내용이다.
‘35년 임상 진료하면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대개 큰 병이나 재앙을 당하면 사람이 달라졌어요. 환경의 변화나 질병에 의해 달라지는 것도 세컨라이프입니다. 직장 은퇴나 퇴직 뒤 달라지는 것도 물론 이에 해당하죠.
나도 스스로 교수직을 그만두면서 찾고자 한 게 세컨라이프였습니다. 내가 좋아서 뜻 있는 일에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싶어 세컨라이프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 ‘세컨라이프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숙제가 생겼어요.
이홍식 교수가 ‘세컨라이프’란 주제로 힐링 강연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의 기대수명은 86세입니다. 매우 급속도로 수명이 연장되고 있습니다. 몇 년 내 100세시대가 됩니다. 이제 환갑은 의미가 없어졌고, 신체적 노화는 자기도 모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노화는 감정조절이 잘 안 되고 주변과 잘 조화를 이루지 못 할 때를 그 징후로 보면 됩니다.
누구나 세컨라이프를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에 살던 패턴을 달리해야 하는데,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돈이 많다고 노후 보장되는 건 절대 아닙니다. 돈이 많다고 세컨라이프 보장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심리적으로 홀로서기를 해야 합니다. 홀로서기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미리미리 해야 합니다. 저절로 되는 건 절대 아닙니다.
남자들은 갱년기가 있습니다. 말이 적어지고, 감동도 별로 없어지고, 사고는 위축되고, 잠이 잘 안 오고 등등의 증세가 나타납니다. 이런 징후들이 갱년기의 신호입니다.
세컨라이프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느냐고 할 때 내면적 가치를 들여다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 대안이 명상입니다. 종교적 체험이나 종교적 차원의 명상이 아니고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입니다. 불교 명상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일종의 의료명상(Medical Meditation)인 것이죠.
힐링 트레킹 참가자들이 이홍식 교수의 ‘힐링트레킹’ 강연을 열심히 듣고 있다.
웰빙(Well-being)은 외형적입니다. 마음속에 생기는 뭔가를 처리하지는 못합니다. 부정적이고 서러운 감정이 쌓이고 외로움을 느낄 때 웰빙으로는 해결이 안 됩니다. 그래서 힐링이 나온 겁니다. 결국 내적인 문제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그것의 핵심은 내 자신이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힐링은 고치는 게 아니라 저절로 일어나게, 즉 몸과 마음이 바르게 일어나게 하는 과정입니다.
그 큰 축이 트레킹입니다. 명상, 즉 동적명상입니다. 트레킹을 명상적 접근으로 봅니다. 목적을 두지 않고 풍광을 즐기면서 편안하게 걷는 것이 트레킹입니다.
서양에서 외형적 가치보다 내면적 가치를 중시한 명상에 매료됐습니다. 인간이 무엇으로 힐링을 할 것인가의 답은 명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적명상, 즉 트레킹을 권하는 것입니다. 걷는 속도나 풍광을 보면서 생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명상은 휴식입니다. 욕구와 생각을 내려놓고 걷는 것입니다. 부정적 감정이나 원망을 잠시 꺼둡니다.
이홍식 교수가 오대산 옛길인 선재길 섶다리를 걷다가 뒤를 돌아다보고 있다.
어딘가를 훌쩍 떠나서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몸은 휴식할지 몰라도 정신이나 뇌는 전혀 휴식을 취하지 못합니다. 현재 이 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생각이 자동으로 나옵니다. 이를 자동뇌관이라고 합니다. 자극이 가해지면 자동적으로 반응이 나옵니다. 명상은 자극과 반응 사이의 간격을 넓혀주면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합니다. 과거엔 즉각 반응이 나오던 것이 명상을 통해 간격을 가져가면,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