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혹은 개똥벌레. 어릴 적 추억을 되살리는 곤충이다. 칠흑 같이 어두운 밤에 빛을 내며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반딧불이가 신기해서 호기심으로 무작정 따라나섰던 동심을 자극했던 곤충이다. 반딧불이는 ‘동심의 곤충’이자 ‘추억의 곤충’이다.
반딧불이가 내는 빛은 사랑을 찾아 헤매는 구애의 빛이다. 반딧불이는 다른 곤충과 다르게 꽁지에 발광기를 갖고 있어 짝짓기를 위한 신호로 빛을 발한다. 수컷이 조금 크며, 암컷이 일반적으로 조금 작다. 따라서 반딧불이는 ‘사랑의 곤충’이다.
반딧불이는 비교적 깨끗한 곳에서 서식하는 환경지표곤충이다. 오염된 땅에서는 살지 못한다. 그래서 농촌에서 쌀을 증식하기 위해 다량의 농약살포로 한때 멸종위기에 몰렸던 적이 있다. 그 반딧불이가 지금 좋아진 환경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반딧불이는 그래서 ‘환경 곤충’이다.
반딧불이의 고장 무주에서 애반딧불이가 발광하는 모습. 사진 무주군청 제공
동심의 곤충, 사랑의 곤충, 환경곤충인 반딧불이가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 있다. 무주군 설천면 일대다. 1980년대 전국적으로 개발붐이 일고 환경훼손과 오염이 심할 때인 1982년 11월 ‘무주 설천면 일원의 반딧불이와 그 먹이(다슬기) 서식지’를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했다. 환경이 점차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자정노력으로 깨끗해지자 환경부에서 2002년 1월 ‘무주 일원의 반딧불이와 그 먹이(다슬기) 서식지’로 명칭을 변경하여 3곳으로 확대 지정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1982년에 그나마 무주 일원에 반딧불이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는 사실은 무주가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오염이 덜 됐다는 반증이다. 반딧불이 서식지가 잘 보존됐다는 것이다. 오염이 덜 된 지역은 다른 한편으로는 오지다. 한때 전라도의 오지는 ‘무진장’, 경상도의 오지는 ‘BYC’라는 말이 있었다. 무진장은 무주․진안․장수를 말하고, BYC는 봉화․영양․청송을 말한다. 지금은 사통팔달 도로가 뚫려 오지가 없어졌지만 당시엔 접근하기가 상당히 힘든 곳이었다.
어린이들이 반딧불이의 애벌레 모습이 신기한 듯 들여다보고 있다.
무주에서 그 깨끗한 환경을 지역 이미지를 향상시킬 브랜드로 이용했다. ‘반딧불이’라는 대표 브랜드로. 반딧불이는 무주에서 생산하는 청정농산물과 유기농의 상징이 됐고, 나아가 축제까지 개최하게 됐다. 반딧불이축제는 올해로 18회째를 맞는다. 6월7일부터 15일까지 무주예체문화관과 반딧골전통공예문화촌, 남대천, 반딧불이 서식지 등지에서 성대하게 열린다. 환경․문화․전시․체험․체육․민속행사 등 무주 전 군민뿐만 아니라 동심과 추억을 자극하는, 사랑을 찾아 헤매는, 좋은 환경을 즐기러 전국에서 수십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 축제로 발전했다.
반딧불이 축제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반딧불이 주제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반딧불이 개체수는 지금 많이 늘어났다. 환경이 좋아진 측면도 있지만 반딧불이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졌다. 무주에는 전국 유일의 반딧불이연구소가 있다. 여기서 반딧불이에 대한 생태와 증식을 연구한다. 축제 기간 중에 반딧불이를 제공하고 있다.
반딧불이연구소의 김하곤 박사는 “반딧불이가 환경지표곤충으로 알려져 있지만 환경도 환경이지만 사실은 인간친화적 곤충입니다. 반딧불이의 다른 이름인 개똥벌레에서 알 수 있듯 반딧불이는 특성상 습한 곳인 소똥이나 개똥 밑에서 나옵니다. 이와 같이 반딧불이는 절대적 청정환경의 지표는 아닙니다. 불빛이 상징하듯 사람에게 적당히 희망을 주고, 추억을 떠올려주는 상징적 곤충입니다. 지금은 공기가 깨끗해지고 물도 맑아지고, 숲도 우거져 반딧불이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부산이나 울산 등 대도시 인근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환경이 많이 좋아졌습니다”고 반딧불이에 대해 설명했다. 김 박사는 “열대우림으로 갈수록 종수와 개체수가 많고 다양해지며, 극지방으로 갈수록 그 역이다”며 “우리나라는 적절하게 서식하고 있으며, 기록종은 10여종에 달하지만 서식하는 종은 3종류”라고 덧붙였다.
반딧불이를 상징하는 풍등을 날리며 소원을 빌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엔 서식하고 있는 반딧불이는 운문산반딧불이, 애반딧불이, 늦반딧불이 등 3종류다. 축제기간에 맞춰 가장 먼저 출현하는 반딧불이는 운문산반딧불이다. 운문산에서 발견됐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운문산반딧불이는 5월 하순 또는 6월 초순에 가장 먼저 출현해서 7월 중순까지 활동한다. 주로 계곡류나 하천 주변 산기슭에 작은 키 나무가 형성되고 습도가 높은 곳에 서식하며, 크기는 10~14㎜로 애반딧불이 보다 약간 크다. 암컷 성충은 국내에 서식하는 애반딧불이나 늦반딧불이와는 달리 그 크기가 수컷보다 작다.
반딧불이 축제행사 중의 하나인 남대천 섶다리행사를 주민들이 보여주고 있다. 사진 무주군청 제공
애반딧불이는 6월부터 7월까지 활동한다. 애반딧불이의 모든 유충이 다른 반딧불이와 마찬가지로 1년에 1세대를 마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에 어떤 유충은 2년을 주기로 하는 것도 관찰돼 주목을 끌었다. 무주지역에서 반딧불이 성충은 매년 6월20일쯤 하지(夏至)를 전후해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한다. 애반딧불이의 발광횟수는 1분당 60~120회 정도로 깜빡거린다. 성충의 크기는 10㎜내외이며, 성충으로 활동기간은 기껏 보름 정도다. 따라서 1년 혹은 2년의 대부분을 알→유충→애벌레로 지낸다. 이 과정은 다른 반딧불이도 마찬가지다.
한 어린이가 손가락에 앉은 반딧불이가 빛을 발하자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다.
늦반딧불이는 국내에서 가장 큰 종으로, 출현시기가 일반적으로 8월 중순에서 9월이다. 일몰 후 출현하기 시작하여 약 1시간 정도 빛을 낸다. 크기는 암컷이 20㎜, 수컷이 15㎜내외다. 크기가 가장 커서 ‘홍개똥벌레’라고도 부른다. 수컷은 겉날개와 속날개를 모두 갖춰 날 수 있으나 암컷은 속날개가 퇴화되어 없어 날 수 없다. 따라서 땅에서 반짝거리며 기어 다니는 반딧불이는 암컷이다.
이들 3종류의 반딧불이 모두 유충으로 있는 동안에만 논․습지 등에서 생활하며, 달팽이류와 고동류를 먹는다.
부모와 함께 반딧불이 축제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빛을 발하며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좇고 있다.
반딧불이의 다른 이름은 흔히 반딧불, 반디, 개똥벌레다. 개똥벌레의 꽁무니에서 인(燐)을 발하여 반짝이는 불빛으로 ‘개똥불이’라고도 한다. 개똥벌레라는 이름의 유래는 옛날에는 반딧불이가 개똥처럼 흔하다고 해서 붙여졌다고도 하고, 반딧불이의 특성상 습한 곳을 좋아해서 따뜻한 개똥이나 소똥이 식으면서 똥 밑의 습한 공간에 낮 동안 숨어 있다가 밤에 나오는 모습을 보고 개똥에서 나왔다고 개똥벌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말이 있다.
여름 날 풀잎에 붙어 약하게 빛을 내거나 땅에 기면서 빛을 내는 반딧불이는 암컷이고, 힘차게 날면서 밝은 빛을 내는 것은 수컷이다. 수컷의 밝은 빛으로 암컷을 유혹해서 서로 짝짓기를 위한 사랑의 증표로 여름 밤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동심과 추억을 자극하고, 사랑을 찾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올 여름 무주로 가보자.
청정지역에서만 서식하는 반딧불이가 볏잎 위에 앉아 있다.
오발탄
06.03,2014 at 2:14 오후
기분좋게 추천 합니다..선생님…제 마음이 편해집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