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솔의 한 종류로 분류되는 가지바위솔은 1993년 태어났다. 학명은 Orostachys ramosus Y.N.Lee. 우리나라 대표적인 식물학자인 이영노 박사의 이름이 학명에 붙어 있다. 식물은 보통 최초 발견자의 이름을 그 식물에 그대로 붙이는 사례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 식물은 제일 먼저 본 사람은 문순화 사진작가다. 전국을 누비던 문 작가는 1990년 즈음해서 방어진 일출을 찍지 위해서 울산으로 갔다. 한참을 기다려 일출의 장엄한 광경을 렌즈에 담았다. 목적을 이뤘으니 그제서야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날은 밝았다. 여기저기 살펴보니 바위틈에 못 보던 야생화가 보란 듯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난데없이 나타난 야생화를 정신없이 찍었다. 문 작가에게는 ‘이름 모를 야생화’였을 뿐이다. 하지만 이 야생화는 그 때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름 없는 야생화’였다.
문 작가는 서울에 와서 전문가에게 사진을 보이며 “무슨 꽃이냐?”고 물었다. 문 작가에게 등장하는 전문가는 언제나 고 이영노 박사다. 그 전문가는 “이거 어디서 찍었느냐? 거기로 당장 가보자”고 했다. 다음 날 준비해를 해서 이영노 박사와 함께 방어진 현장으로 갔다. 이 박사는 언제든지 현장을 확인했다. 식물학자의 현장 확인은 철저했다. 문 작가가 이 박사에게 야생화를 보여주고 현장에 동행한 게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래서 이영노 박사의 이름이 식물과 야생화에 많이 붙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전부 그런 건 아니다. 상당수 그렇다는 얘기다.
현장을 확인한 이영노 박사는 1993년 문순화 작가가 처음 보고 제보한 그 ‘이름 없는 야생화’에게 가지바위솔이란 이름을 붙였다. 가지바위솔이란 야생화가 세상에 드러난 순간이다. 가지바위솔은 그 전에는 둥근바위솔로 분류되던 종이었지만 이 박사가 구분해서 발표했다. 둥근바위솔은 잎이 주걱형으로 둔두 혹은 원두형인데 반해 가지바위솔은 잎이 주걱형이거나 혹은 긴도란형으로 끝이 갑자기 뽀쪽해진다. 줄기는 밑동에서 가지를 친다고 구분하고 있다.
문 작가가 몇 년 뒤 이번에는 방어진이 아니라 여수에서 다시 만났다. 순천에서 여수로 가다 시간이 남아 바닷가 구경이나 하자고 나갔던 게 예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그냥 구경이 아니라 여기저기 야생화 관찰을 했던 것이다. 방어진에서 봤던 바닷가 바위틈에서 한 가닥, 두 가닥 있던 것들이 이번에는 대형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여수 가는 것을 잠시 잊을 정도로 연신 카메라를 들이댔다. 방어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역시 이영노 박사에게 가지고 가서 “지난 번에는 몇 가지 없었는데 이번에는 대형 군락을 이뤄 가지가 많더라”며 사진을 보여줬다. 이 박사는 이미 이름을 붙인 뒤라 그런지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문 작가는 전했다.
가지바위솔은 식물도감에 다음과 같이 기록돼 있다. ‘저지대의 습기 찬 숲속 바위 위에서 자란다. 꽃줄기 밑동에서 나온 기는 줄기 끝에 숟가락 모양의 잎이 로제트(rosette) 모양으로 달리고, 줄기 끝의 잎은 길이 10㎜의 좁은 바소꼴이다. 꽃이 핀 후 꽃줄기 아래쪽 잎겨드랑이에서 끝에 잎이 여러 개 달린 가지가 나오는데, 이 잎은 다시 로제트 모양의 잎을 만들어 겨울을 난다. 한국 제주에 분포한다.’
문 작가도 “가지바위솔을 울산 방어진과 여수 등 남부지방에서 봤지, 그 위로는 전혀 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바위솔은 발견된 장소에 따라 이름이 다양하게 붙어 있다. 이영노 박사의 이름이 붙어 있는 것만 추려도 정선바위솔, 울릉연화바위솔, 포천바위솔, 진주바위솔, 흰좀바위솔, 가지바위솔 등이다. 그 외에도 애기바위솔, 연화바위솔, 갈미바위솔 등 총 15종류나 된다.
일부 사람들은 가지바위솔이 항암작용과 면역력증강, 기능성자궁출혈방지, 잘 낫지 않는 악창, 습진, 화상 등에 좋다고 마구잡이 훼손하고 있다. 실제로 바위솔 추출물의 약효에 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