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재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산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 할 할 전망이다. 명산문화연구센터가 한국에서 처음 창립된다. 일종의 학문으로서 ‘산학(山學)’을 체계화하기 위한 토대를 다진다는 계획으로 야심차게 출발한다. 초대 센터장은 경상대 최원석 교수가 맡았다. 최 교수는 풍수학자 최창조 선생의 직속 후배로, 서울대 지리학과 학․석사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비보풍수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창립 학술심포지엄을 11월 6일 진주 경상대에서 개최한다. 산에 대한 연구의 다양한 주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최 교수가 ‘한국 산 연구의 전망과 학적 대상 시론’을 소개한 뒤, 박수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가 ‘한국 산(산지)의 형성과정과 특징은 무엇인가’를, 이도원 서울대 환경계획학과 교수가 ‘한국 전통문화경관에서 수자원의 주요 공급원이 된 산’을, 손학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국토의 산지관리와 산줄기 가치’를, 정치영 한국학중앙연구원 문화예술학부 교수가 ‘조선 선비의 유산문화’를, 이종수 순천대 인문한국 교수가 ‘한국의 산악불교와 산사’를 각각 주제 발표한다. 또 데이비스 메이슨(David A. Mason)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가 ‘Beliefs and Practices of Korean Mountain-Spirits(한국의 산신신앙과 실천)’을, 김두철 일본 오카야마대학 환경생명과학연구과 교수가 ‘산지… 또 하나의 동아시아’에 대해서 의견을 밝힌다.
사실 우리 산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방치돼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역사의 70% 이상이 산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의 역사는 정사(正史)와 야사(野史)로 나뉜다. 정사는 삼국사기와 고려사, 조선왕조실록이 꼽힌다. 궁궐의 역사고 왕조의 역사다. 이에 반해 정사에서 알지 못하는 수많은 역사가 야사에 녹아들어 있다. 야사는 정사에 나오지 않은 샤머니즘과 같은 민속신앙이나 신화와 설화․전설, 산신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야사는 어디에 있는가? 그게 바로 산에 있다. 우선, 정사에 등장한 영웅이었지만 억울하게 죽었거나 순식간에 사라진 인물은 전부 산신이 되거나 마을 수호신이 되어 야사에 등장한다. 조선 왕조를 개국한 이성계를 키운 최영 장군은 지금 무속신앙의 최고 신(神)으로 대접받고 있다. 이성계 일파에 의해 죽임을 당한 최영 장군은 남해안 일대와 고향인 개성, 지금 묘지가 있는 일산 고양 등에서는 아직까지 신적인 존재로 전해진다. 이성계가 최영의 지지세력 때문에 개성에서 한양으로 천도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이도 물론 야사의 일부다. 실제 당시 개성 주민들로부터 최영 장군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사실은 이성계가 상당히 부담을 느꼈을 수는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신화(神話)도 산에 있다. 단군신화가 어디서부터 출발하는가? 태백산에서 시작한다. 그게 지금의 태백산이라는 설과 묘향산, 백두산, 만주의 태백산이란 여러 설이 엇갈리나 어쨌든 우리나라의 출발이 산에서부터 시작한다. 신화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세 번째, 현재 우리 역사의 상당 부분이 산과 산 언저리에 있다. 국보나 보물, 사적이나 명승 등 국가지정문화재의 70% 이상이 산이나 산 주변에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이 산에 있는 이유는 우리 역사 상당부분이 산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에 대한 연구는 방치돼 있다.
네 번째, 아직 제대로 연구되지 않은 우리 역사의 한 부분 중의 하나가 산성이다. 삼국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수나라나 당나라에서는 “고구려는 산성의 나라로, 함부로 쳐들어가다간 고립될 수 있다”는 중국의 기록이 전하는 부분만 보더라도 산성은 한국의 역사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지적한 산과 관련된 야사의 대부분은 역사에서 빠져 있다. 신화 부분에만 잠시 언급돼 있을 뿐이다. 이를 이번에 출범하는 명산문화연구센터에서 본격 연구할 방침이다.
명산문화연구센터 초대 센터장을 맡은 최원석 교수는 “명산문화연구센터는 인문학의 시선과 문화역사적 접근으로 한국 및 동아시아 산을 연구하는 전문 센터로서 출범한다”면서 “명산에 대한 DB및 아카이브 구축, 산의 인문 및 자연 가치에 대한 학술적 연구를 통해, ‘오래된 미래로서의 산, 사람과 산의 지속가능한 관계’라는 21세기의 공간적 비전을 제시하고, 산지 전통지식과 산의 문화역사를 중심으로 자연생태와의 학제적 융합연구를 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