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문학 속에 핀 꽃들 – 들꽃 향기 속에서 짜릿한 귀절을 읽다.

[33개의소설과100개의꽃]

"우리가사랑한문학,문학이사랑한꽃이야기"란부제가붙은책

33개의소설을파헤쳐100개의꽃을찾아내서작가의경험을가미하여

독특하면서도매력있는문학과꽃이야기를이어간다.

큰딸의호기심많은질문에대답하기위하여꽃의이름을찾기시작하였고

10년에걸친꽃사랑을이어왔다는스토리가있어더욱재미있는책이되었다.

내가읽은책중꽃이름이많이나오는"밀림무정(김탁환)"이있다.

-수씨는꽃을왜좋아했어요?

-개마고원의들꽃은하나하나달라요.제각각자기만의모양과빛깔과향기를내니좋아할수밖에요

"문학속에핀꽃들"에서는어떤것이나의가슴에새겨질까?

[꽃,향기의취하다]

꽃을찾는나비처럼들꽃을찾아향기에취하고,꽃사진을찍는다.

동자꽃의풍경버전도찍고,쇠별꽃의그작은모습을백마로담으면서

즐거운시간과보내는것이나의취미이다.

[생강나무]

노란꽃망울터트리는봄의전령사,생강나무

점순이는뭣에떠다밀렸는지나의어깨를짚은채그대로픽쓰러진다.

그바람에나의몸뚱이도겹쳐서쓰러지며한창피어퍼드러진노란동백꽃속으로푹파묻혀버렸다.

알싸한그리고향긋한그냄새에나는땅이꺼지는듯이온정신이그만아찔하였다.

-김유정/동백꽃-(p16)

"노란동백꽃"이야기를첫머리놓은것은낚시밥이상으로잘된편집이다.

나도몇년전에강원도에서는생강나무를노랑동백꽃으로불렀다는것을처음알고무척놀랐다.

독자의호기심에불을지피고,붉은동백을표지에그려놓은"동백꽃"책사진까지넣었다.

[하늘말나리]

하늘을향한성장통,하늘말나리

엄마,이꽃이름이뭔줄아세요?하늘말나리예요.

진홍빛하늘말나리는꽃뿐만아니라수레바퀴처럼빙둘러난잎도참예뻐요.

다른나리꽃종류들은꽃은화려하지만땅을보고피는데하늘말나리는하늘을향해서핀대요.

어쩐지간절하게소원은비는모양같아요.

-이금이/너도하늘말나리야-(p.32)

꼭치마를걸친듯한모습의하늘말나리,나리꽃중에서는작은편인진홍빛꽃잎이하늘을본다.

푸른하늘을배경으로하늘말나리를찍을때의설레임,지금도잊지못한다.

얼마나당당한들꽃인가?

이소설은많은꽃들이등장해서정적이면서도

아이들의심리를하나하나세밀하게그려내잔잔한울림을주고있다.

쉽고정확한어휘를사용한간결한문장도참좋다.

청소년용동화이지만어른들이읽어도잔잔한감동을느낄수있을것이다.

좋은글답게한번책을잡으면끝까지읽게만드는힘도강하다.(p.33)

[꽃,마음을묻다]

산마다추억을만들고,꽃마다마음에새기는것이나의꽃사랑이다.

보다많이보다넓게야생화를알아가는재미가솔솔하다.

[마타리]

노란양산처럼생긴꽃,마타리

"…그런데,이양산같이생긴꽃이뭐지?"

"마타리꽃"

소녀는마타리꽃을양산받듯이해보인다.

약간상기된얼굴에살폿한보조개를떠올리며.

다시소년은꽃한옹큼을꺾어왔다.싱싱한꽃가지만골라소녀에게건넨다.

-황순원/소나기-(p.84)

순수한사랑을그린단편소설로프랑스에알퐁스도테의<별>이있다면우리에게<소나기>가있다.

그런데소설<소나기>에마타리꽃이나온다는사실을기억하는이들이얼마나될까?

마타리꽃은여름끝자락에피기시작해가을을알리는대표적인꽃이다.

냄새가지독해맛에탈이나게하는식물이라’맛탈이’라는이름이붙었다는설도있다.(p.86)

황순원문학관이있는소나기마을입구에작은안내문이있다.

7월에서11월이면마타리꽃이흐드러지게피는데,

특이한인분냄새(똥냄새)가나니오해말라는내용이란다.

또가을철지리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

"지리산곳곳에사람들이볼일을봐서그런지분뇨냄새가많이난다"는내용의항의전화가적지않게들어오는데공원사무소에서는금마타리때문이라고설명하고있다는것이다.

이렇듯재미있는이야기도곁들여있다.

[꽈리]

돌아가지못할고향을그리워하는열매,꽈리

그집정원에는꽈리가자라고있었는데,그빨간열매가햇빛에빛난다.

우리집마당에서그렇게도많이보았고,즐겨갖고놀았던이식물을나는얼마나좋아했던가!

-이미륵/압록강은흐른다-(P.114)

이열매는옛날에어린이들의놀잇감이었다.

잘익은꽈리열매를손으로주물러말랑말랑하게만든다음

바늘이나성냥개비로꼭지를찔러서속에가득찬씨를뽑아낸다.

속이빈꽈리열매에바람을불어넣은다음입에넣고혀와이와잇몸으로가볍게누른다.

그러면’꽈르르꽈르르’소리가난다.(p.123)

추억의꽈리설명이재미있다.

나의기억은몇년전이른봄,남한산성성곽아래에서본꽈리껍질이다.

기억은추억이되고시간의저편에서아름답게출렁거린다.

백두산꽃탐사때는압록강철조망너머북한쪽에핀날개하늘나리에필이꽂혔었다.

이미륵의압록강은흐른다…..

이소설은20세기초반을배경으로어린시절과학창시절의추억

그리고독일로유학을떠나도착하기까지의과정을담고있다.

간결하고담담한문체지만강한여운을남기는글이다.

특히,어린시절과역사적인사건들이교차하는가운데

한인간이성숙해가는과정이한폭의수묵화처럼그려져있다.(p.116)

[꽃세상에맞서다]

요즘,공직자청문회를보면서많은생각을하게된다.

우리나라에는깨끗하고굳은심지의공직후보자가그렇게도없는가?라고….

누구의돌봄도없이자연환경을극복하며서스스로아름다운꽃을피우는야생화

그강인한생명력과소박한아름다움이취한야생화…더러운세상에맞서는우리의꽃이다.

[혼불]

기구한여성의부러진날개,여뀌

강모는망설이는강실이의팔을잡으며,제가먼저후원쪽으로난샛문으로몸을돌렸다.

강실이는뒤로한걸음물러선다.그주춤하는기척에오히려강모는잡은팔에힘을주어당긴다.

텃밭을지나명아주여뀌가우거진곳까지는한울타리안이나마찬가지였다.

순간옹구네는가슴이덜컥내려앉았다.

명아주여뀌가우거진담밑저만큼에무슨희끄무레한형국을본것이다.

강실이는그목소리조차아득하게들렸다.

그러면서등을찌르던명아주여뀌꽃대부러지는소리가아우성처럼귀에찔려왔다.

-최명희/혼불-(p.193)

이소설은1936년부터1943년봄까지일제강점기유서깊은가문’이씨’문중에서

무너져가는종가(宗家)를지키는종부3대(청암부인-율촌댁-허효원)의갈등관계,

이씨문중의땅을부치며살아가는상민마을’거멍굴’사람들의삶을그린소설이다.

그러면서당시남원의세시풍속과관혼상제,촌락의구조와생활상,지리등을완벽에가깝게

복원해놓아귀중한사료적가치도지니고있다는평가를받고있다.(p.197)

여뀌종류는무척많다.그런데접두사없는여뀌는정작보지못했다.

혼불전권을읽었으면서도여뀌의기억은없다.

그러나풍속과국어에대한작가의사랑에전률하며감동있게읽었었다.

[쑥부쟁이와구절초]

전쟁앞에선인간의허무,쑥부쟁이

잡초가올라와지붕을덮은마을마다백일홍이흐드러지게피었고,….
이따금씩쑥부쟁이덩굴밑에엎드린유령들이내말방을소리에놀라머리를내밀때,

퀭한두눈에서눈빛이빛났다.

-김훈/칼의노래-(p.203)

꽃에대한묘사에몇가지오류가있다.쑥부쟁이는초가을부터피는꽃이다.

그래서나는김훈작가를만날기회가있어서쑥부쟁이와옥수수얘기를꺼냈더니작가는

"그장면에는쑥부쟁이가꼭나와야하고,옥수수잎이서걱거려야하는데어떻게하겠느냐"라고반문했다.(p.207)

나는올리뷰신청에이렇게썼다.

[신청합니다]
탁월한컨셉이라고생각한"문학속에핀꽃들"
야생화를좋아하는사람으로서부러웠던작품
내가책을낸다면어떻게제목을붙일까생각하게했던책
현장탐사정신을중시했던김훈님을닮듯현장으로달려갔다던지은이
바쁜업무를앞두고자제하던블로그이벤트에다시눈을돌리게한도서
이런사연으로도서이벤트424탄에문을두드립니다.2014/05/1221:46:38

내가아는김훈작가는기자출신으로현장탐사정신을중시했다.

그래서김훈작가의반문이이해가간다.

그런작가의소설에서’소설에드러난야생화오류를고민하게만든<칼의노래>"란챕터까지만든것은

너무과하지않나하는생각이다.

안도현님의시에서도쑥부쟁이와구절초는가을에피는꽃이라는것은상식임을말해준다.

무식한놈/안도현

쑥부쟁이와구절초를

구별하지못하는너하고

이들길여태걸어왔다니

"나여,나는지금부터너하고絶交다!"

[꽃,삶을만나다]

나의산행에있어야생화는양념이다.

그만큼야생화는나의삶을풍요롭게꾸며주고있다.

나의삶이꽃을만났다.

[산철쭉]

상처치유하는화해의손길,철쭉

무지갯빛으로찔러오는햇살사이로온통산에붉은물을뿌려놓은것같은

세석평전의철쭉꽃밭이질펀하게펼쳐져있었다.

-문순태/철쭉재-(p.258)

세석평전과바래봉철쭉은종류가다르다.

바래봉철쭉은진분홍산철쭉이고,세석평전의철쭉은연분홍철쭉이다.

그렇다면소설철쭉제에서세석평전의철쭉꽃밭이

‘붉은물을뿌려놓은것같다’라고표현한것은

‘연분홍물을뿌려놓은것같다’정도로표현하는것이더정확했을것이다.(p.262)

철쭉과산철쭉의비교를잘설명해놓았다.

원래진달래(참꽃),연달래(철쭉),수달래(산철쭉)가있다.

참꽃에이어연달아핀다고하여연달래이다.

수달래는습기가많은곳이나물가에군락으로핀다.

연달래는능선에산재되어핀다.

요즘철쭉제는대부분군락으로진하게피는산철쭉을대상으로한다.

[얼레지]

한번보면잊을수없는꽃,얼레지

꽃은식물의성기라는데,눈을뚫고올라온얼레지꽃은진분홍꽃잎을뒤로활짝젖히고

암술이늘어진성기의안쪽을당돌하게도열어보였다.

눈위에서얼레지꽃의안쪽은뜨거워보였고,거기에서도쟁쟁쟁소리가들리는듯했다.

-김훈/내젊은날의숲-(p.295)

얼레지가꽃잎을뒤로확젖히는이유는곤충들에게먹을것이많다고광고하기위한것이다.

얼레지가꽃잎을젖혔을때보이는진한보라색삐죽삐죽한무늬가바로꿀이있다는사실을알려주는안내판이다.

꽃말은질투,바람난여인이다.(p.295)

바람난여인은꽃잎을뒤로젖힌모습이치마를올린것을연상해서붙인꽃말이고

질투는얼레지꽃에는향기가없어향기있는꽃을질투한다고붙인꽃말이다.

"향수"의주인공구르누이는체취가없어체취가있는여인을연속으로살해해서체취를구하는내용이다.

그래서내가보는얼레지는화려함보다는애잔한느낌이다.

[문학속에핀꽃들]

올리뷰를신청한기대처럼문학과꽃이연결이참좋은책이다.

작가는소설에서야생화가주요소재또는이미지로쓰여야하고,그걸소개하면서

그야생화에관한이야기,작가가그야생화를통해경험한것들을담는것이이책의콘셉트였다고밝혔듯이

소설의내용,저자의주요일지,꽃이야기등을소상히설명하였고,

또한관련야생화의사진과설명을곁들여놓아익히야생화를알고있는사람에게도참좋은내용이었다.

그런데아쉬움점은야생화보다는집주위의원예종꽃들에대한얘가가많았고,

꽃과문학과의연계성이저자가강조하는것보다는약하지않나하는생각이들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김용택시인의평가처럼꽃을통해소설에접근한유일한책이라는것에큰점수를주고싶다.

야생화를좋아하는사람으로서많이배우고작가의노력에찬사를보낸다.

올리뷰님~

좋은책읽게해주셔서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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