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낭보’ 세계 최고 클라이머 김자인, 거미가 암벽 타듯 월드컵 또 우승

역시 김자인(고려대․22)이었다.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간판 김자인은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동작과 완벽한 마무리로 국제 스포츠클라이밍 관계자들과 관객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녀는 한마디로 완벽한 동작을 뽐냈다. 점점 더 그녀의 시대가 활짝 열리는 듯했다.

IMG_6800.JPG

김자인은 작은 키에도 도저히 잡을 수 없을 것 같은 홀드를 점프와 유연성으로 극복하며 세계 최고의 선수로서 기량을 뽐냈다.

김자인은 9월 8일 중국 창즈에서 열린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International Federation of Sports Climbing) 월드컵 리드경기에서 미나 미르코비치(슬로베니아)와 함께 최고 점수를 얻어 공동우승을 차지했다. 바로 직전 9월 3~4일 열린 중국 시닝에서 열린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아쉬움을 바로 설욕했다. 지난 대회에서도 미르코비치와 준결승과 결승까지 똑같이 완등했으나 예선에서 점수가 뒤져 준우승에 그치는 아쉬움을 남겼다. 중국 대회 준우승으로 그녀의 월드컵 대회 6연승도 끝내야 했다.

IMG_6902.JPG

시상대에서 수상한 선수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는 김자인 선수(노란색).

그녀가 우승한 리드경기는 올라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지는 인공암벽에서 누가 더 높이 오르는지를 겨루는 종목이며, 현재 그녀가 세계랭킹 1위에 올라있다. 사람들은 그녀를 ‘클라이밍 여제(암벽여제)’ 혹은 ‘스파이더 우먼’ 등으로 부른다.

김자.JPG

김자인이 우승 뒤 파이팅을 외치며 활짝 웃고 있다.

지난 7월 13일 밤(한국시간 14일 오전)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린 월드컵 6연패 순간을 현장에서 지켜본 순간을 그대로 담았다.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International Federation of Sports Climbing) 월드컵 리드경기 마지막 날. 리드 결선에 오른 남녀 16명 중 마지막 선수로 한국의 간판 김자인이 나왔다. 사회자는 그녀를 소개하면서 목소리 톤부터 달랐다. 연방 “김~자~인!”을 환호했다. 남자 선수로 출전한 김자하와 김자비는 남매라고 덧붙였다. 이미 김자인의 실력과 명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4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월드컵 볼더링 대회에서 전혀 다른 종목에서 우승, 올 시즌 한층 완숙한 실력을 예고하고 있던 터였다. 더욱이 지난 해 월드컵 클라이밍 시리즈 종합우승을 차지한 김자인이었다.

지금부터는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연속적인 동작을 촬영한 장면이다.

IMG_6740.JPG

김자인이 쭉 뻗어 홀드를 잡고 있다.

이날 무대는 올해 10번 열리는 월드컵 클라이밍 시리즈 첫 대회. 클라이밍의 높이는 15m, 홀드는 모두 50여개였다. 1차 예선에서 김자인을 포함한 16명이, 2차 예선에서도 11명이 완등에 성공했다. 출전 선수 모두 막상막하의 실력을 과시했다. 준결선에서 8명의 결선 진출자가 가려졌다. 남자 선수가 먼저 오르고, 바로 이어 여자가 오르는 순서로 경기는 진행됐다.

IMG_6745.JPG

발로 디디는 홀드를 확인하고 있다.

남녀 15명이 모두 끝내고 그녀의 출전만 남았다. 이윽고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자인”을 응원하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다. 그녀가 첫 발을 인공암벽 홀드에 내디뎠다. 순간 잠잠했다.

결선 진출 선수 소개를 하고 난 뒤 약 3분 간 ‘루트 파인딩(Route Finding)’하는 시간이 주어진다. 김자인은 잔득 긴장한 듯 망원경까지 목에 걸고 나와 15m 높이의 홀드들을 망원경으로 아래위로 훑어보며 머리 속에서 루트를 그리는 가상 클라이밍을 했다. 허공에서 손을 여기저기 옮기며 홀드들을 잡는 동작을 연이었다. 너무 진지한 표정이었다.

IMG_6747.JPG

몸을 지탱하기 위해 확보하고 있다.

그 표정은 첫 발을 내딪는 순간까지 이어졌다. 예선에서의 인공암벽 난이도는 14a수준, 결선은 14c수준이라고 한다. 잡는 홀드가 손가락 한 개나 두 개정도의 크기밖에 안된다. 그 조그만 홀드를 손가락으로 잡고 전체 몸을 지탱해야 한다. 물론 간간이 큰 홀드가 나와 잠시 쉬기도 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경사가 100도가 넘는 오버행이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1초도 버티기 힘들다.

153㎝의 작은 키를 긴팔과 유연성으로 극복

한 발과 한 손씩 홀드를 하나씩 옮겨 갔다. 민소매 선수복을 입은 그녀는 여느 남자 선수 못잖은 어깨와 팔 근육이 홀드를 옮겨 잡을 때마다 드러났다. 홀드를 때로는 앞으로, 때로는 뒤로 잡았다. 도대체 어떻게 저 조그만 것을 잡고 몸을 지탱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특히 홀드간 거리가 멀수록 153㎝의 작은 키를 가진 그녀에게는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했다. 그럴 땐 보통 사람보다 더 긴 팔과 특유의 유연성․점프 등으로 극복해갔다. 그녀는 경사가 100도가 넘는 인공암벽을 가끔 키보다 더 긴 폭의 다리를 뻗어 옮길 때도 있다. ‘과연 사람의 다리가 저렇게 뻗어갈 수도 있구나’ 할 정도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IMG_6748.JPG

간혹 도저히 잡거나 발을 지탱할 수 없을 것 같은 홀드에 발을 얹고 몸의 중심을 잡기도 한다.

점차 확보를 해 나갔다. 절반 이상 올랐다. 이젠 170도에 가까운 구간이다. 몸이 완전히 거꾸로 된다. 잠시 두 팔로 몸을 지탱하더니 이내 스파이더맨 같이 천장에 달라붙었다. 몸을 다시 역방향으로 180도, 정방향으로 180도 돌려 정상을 향해 나아갔다.

IMG_6752.JPG

두 발과 한쪽 팔로 몸을 지탱하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경사가 180도 가까운 구간에서 110도 정도 되는 구간으로 바뀌는 순간 선수들의 탈락이 많았다. 아마 많은 힘을 소진한 뒤 마지막 일어서는 힘이 부족한 듯 했다. 그러나 김자인은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물 흐르듯 부드럽게 동작을 연결시켜 나갔다. 모든 관객의 시선이 김자인의 동작 하나하나에 고정돼 있었다.

IMG_6754.JPG

간혹 벌어지는 발은 키보다 훨씬 더 큰 넓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제 마지막 홀드를 붙잡기만 하면 된다. 사회자도 “김자인~, 김자인~”을 연호하며 힘을 북돋웠다. 그녀의 키보다 더 먼 홀드다. 쭉 뻗은 손가락이 닿을락 말락 했다. 보는 사람이 더 아슬아슬했다. 놓치면 우승을 놓치는 순간이다.

IMG_6756.JPG

도약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실력은 그녀의 키보다 더 높은 곳에 있었다. 도저히 닿을 것 같지 않은 홀드를 순간이동을 한 듯 어느 순간 잡았다. 그녀의 키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높이였지만 그녀는 노력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홀드를 잡은 손과 발끝으로 딛고 있는 홀드를 보고 있으면 조마조마 했지만 마지막 확보까지 무사히 끝냈다. 그렇게 침착하고 진지했던 그녀도 그 순간만큼은 기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15m의 공중에서 손을 남은 한쪽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관중의 환호에 답했다. 그리고 줄을 매달려 내려올 때도 손을 흔들었다.

IMG_6758.JPG

홀드를 이동하기 위해선 몸을 지탱할 만한 아주 조그만 것도 도움이 된다.

올해 월드컵 클라이밍 시리즈의 첫 우승 순간이다. 그녀는 지난 4월 밀라노에서 열린 국제 볼더링대회에서도 이미 우승했던 터여서 기쁨은 배가됐다. 특히 볼더링에 이어 클라이밍 스포츠까지 동시에 석권한 첫 선수였다. 세계 스포츠클라이밍계는 명실상부 그녀를 주목할 수밖에 없고, 그녀의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을 예고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IMG_6760.JPG

이동할 홀드를 살피고 있다.

그녀는 우승 뒤 “만 16세 때인 2004년 샤모니 대회 첫 출전했을 당시 41위를 하고 그 뒤에도 성적이 나오지 않았는데, 이번에 우승으로 그 징크스를 깨 무엇보다 더 기쁘다”며 “다음주(7월 네째 주)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도 이 대회를 계기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IMG_6766.JPG

큰 폭으로 다리를 벌여 확보하고 있다.

IMG_6775.JPG

손에 초크를 묻혀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IMG_6780.JPG

올라가는 벽면을 때로는 190도, 때로는270도 등 매우 고난도의 클라이밍 기술을 요한다.

IMG_6785.JPG

순간만 방심해도 바로 떨어지는 게 클라이밍이다.

IMG_6787.JPG

발끝의 힘으로 몸을 지탱하고 있다.

IMG_6789.JPG

이 자세에서도 다시 몸을 일으켜 홀드를 이동한다.

IMG_6794.JPG

올라가는 벽면을 각도가 매우 심한데다 평면도 아니어서 더더욱 어렵다.

IMG_6802.JPG

드디어 270도 고난도 벽면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IMG_6808.JPG

홀드를 정확히 파악한 뒤 확보하고 있다.

IMG_6814.JPG

때로는 두 팔로만 몸을 지탱하기도 한다.

IMG_6816.JPG

두 팔로 몸을 지탱하면서 홀드를옮기고 있다.

IMG_6818.JPG

완전히 몸이 거꾸로 된 상태에서 확보하면서 홀드를 이동하고 있다.

IMG_6819.JPG

순간 힘이 떨어지면 바로 실격으로 연결된다.

IMG_6822.JPG

팔의 근육은 남자 못지 않다.

IMG_6825.JPG

270도 벽면에서 다시 120도 정도 되는 고난도의 벽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IMG_6827.JPG

순전히 팔과 다리의 힘만으로이동하는 것 같으나 실제로는 전신의 근육이 다소요되는 클라이밍이다.

IMG_6837.JPG

완등이 눈앞에 보이는 순간 마지막 홀드 바로 앞에서 확보하고 있다.

IMG_6849.JPG

마지막 홀드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IMG_6860.JPG

마지막 홀드를 잡고 마지막 확보를 하기 위해 발의 위치를 살펴보고 있다.

IMG_6869.JPG

마지막 홀드를 걸고 완등하는 순간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어 기쁨을 표시하고 있다.

My name is Garden Park. First name Garden means.......

2 Comments

  1. anne

    09.12,2011 at 11:08 오전

    옛날 우리가 못살던 시절엔 그저 미친놈들의 취미로 보였던 운동에서도 우리의 젊은이들이 이렇게도 저력을 보여주니 감개무량합니다. 대한민국이 총체적을로 발전했다는 증거이지요. 김자인양 수고했어요. 축하합니다:-)   

  2. 산우

    09.12,2011 at 10:27 오후

    박기자-바뀌자- 정말 멋있네요… 김 자인 양에게 축하의 말을 전해주고 이런 소식 가끔 전해주기를. 자주 전해주면 더 좋겠지만…. 임 주열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