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방초 승화시(綠陰芳草 勝花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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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방초 승화시(綠陰芳草 勝花時)

꽃들은 지고 산야(山野)는 온통 초록으로 변하니 봄 꽃에 환호(歡呼)하던 마음이 이제는 신록(新綠)을 찬탄(讚歎)하게 된다. 봄의 꽃들처럼 화려하지는 않을지라도 그 모습이 가을까지 지속되는 것도 마음에 든다.

옛사람들도 녹음방초 승화시(綠陰芳草 勝花時)라 했다. 푸른 나무들의 그늘과 향기로운 풀들이 꽃 필 때 보다 더 좋다는 말이다. 화려한 것은 오래 가지 못하는 세상의 이치가 자연에서도 적용되는 듯 하다.

연예인들이 마약을 하는 것은 그 결과가 어떨지를 몰라서가 아니라 추락하는 자신의 인기를 보면서 그 소외감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외감은 마음뿐만이 아니라 건강까지도 앗아 간다. 화려한 직업의 사람들은 그 화려함에 걸맞게 더 큰 상처를 받게 되니 세상사 모두 평(平)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池閣絶句 (연못 가의 정자에서 지은 절구)

茶山 丁若鏞

 

種花人只解看花(종화인지해간화)

不解花衰葉更奢(불해화쇠엽갱사)

頗愛一番霖雨後(파애일번림우후)

弱枝齊吐嫩黃芽(약지제토눈황아)

 

꽃을 심은 사람은 꽃만 볼 줄 알지만

꽃이 진 후에 나오는 잎이 더 좋은 줄을 모르네

연일 비가 내린 뒤에 한번 살펴보시게

작은 가지에서 일제히 돋아난 연 노란 색깔의 싹을.

 

다산은 이 시에서 인생의 sequence를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화려한 것만 인생이 아니라 그에 연속되는 인생의 여정, 그걸 발견하는 사람만이 행복이 무엇인지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산의 고목나무들을 자르고 보니 그 그루터기에 어느 것은 수 많은 새 가지를 내고 어느 것은 그렇지가 않다. 새 가지를 낸 나무는 아직 고목은 아닌데 억울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살다 보면 다음단계에 연결이 잘 안 될 때도 있다. 그걸 인생의 공백기라고 한다. 그럴 때는 그 공백에 그냥 주저 앉을 게 아니라 그것을 메울 수 있는 그 무엇을 찾아 내는 게 인생의 지혜가 될 것이다. 특히 노년에는 설령 그것이 고상한 취미가 아닐지라도 자신의 내면을 충족 시킬 수만 있다면 그게 보약이다.

이 신록의 계절에 자연은 이토록 늘 인간에게 적절한 메시지를 주고 있으니 조물주에게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4/30/16 cane0913@hanmail.net

녹음방초 승화시(綠陰芳草 勝花時)”에 대한 4개의 생각

  1. 미미김

    🍂제가 댓글 다는건 최근 일입니다, 그러니 김진우님을 처음뵙는거지요 저도 반갑습니다.
    Ps: 24 시간전에 댓글을 드렸읍니다만 어디로 소리없이? 사라져 버렸네요. iPad 화면이 살짝 건드려졌을 뿐인데… 행여 반복댓글이 될까 신경 쓰입니다. 미리 양해 구합니다.
    선생님의 글은 빈틈이 안보여서 댓글 다는것도 조금은 조심 스럽습니다.
    좋은저녘 되십시오.🙂

    1. 김진우 글쓴이

      아, 그러시군요?
      반갑습니다.

      제 전공이 글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빈틈이 없다는 말씀은 과찬이십니다.
      그냥 늙어 가면서 이 생각, 저 생각을 독백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곳은 천둥번개에 비가 억수로 쏟아 집니다.
      우리 뒷산에 벼락이 떨어진 것 같은 데
      내일 나가 봐야 하겠습니다.

      집 마루가 흔들릴 정도의 천둥이라서
      겁이 나서 지금 열심히 회개를 하고 있습니다. ㅎㅎ

      늘 건강 하시고 좋은 일 만 있으시기를 빕니다.
      고맙습니다.
      (PS: 글은 하나 만 올라 왔습니다)

  2. 미미김

    🍂팔방미인격인 글들은 어디서 이렇게 끊임없이 나오십니까. 선생님의 글을 읽을때마다 감탄에 입을 다물고 있기가 아깝습니다. 제 눈과 귀와 정신에 필요한 양분들입니다. 늘 건강하십시요.고맙습니다.

    1. 김진우 글쓴이

      미미김님, 칭찬 고맙습니다.
      같은 분이신지는 알 수 없으나
      전에 조블에 있을 때 가끔 미미님이 댓글을 달아 주셨습니다.

      사실 원 글보다 댓글이 더 어렵습니다.
      그 분은 글의 핵심을 딱 집어서 댓글을 주셨는데
      블로그도 없는 분이었습니다.

      같은 분이시면 더 반갑고
      다른 분이면 처음 뵙게 되어 또 반갑습니다.
      늘 건강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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