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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군사 전문가들, 대외전략 놓고 격론

군부 등 강경파와 국제파 학자들논쟁

[중앙일보가 2011.12.19일자 12면에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중국의 대외전략을 놓고 전문가들이 벌인 토론을 요약 전재한 것이다. 이 글을 읽어보면 현재 중국의 외교군사 전문가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토론회 기사를 읽으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토론회는 비록 외형상 입장이 다른 두 집단의논쟁으로 되어있지만,실은그들의 논쟁 밑바탕에깔린 전제는 똑같다는 점이다. 바꿔말해 두 집단은 ‘중국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지금 목소리를 높일거냐, 당분간 더 목소리를 낮출거냐는 차이일뿐, ‘위대한 부흥’을 꿈꾼다는 점에서는 같다는 얘기다.

중국의 외교군사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들의 논쟁은, 학계와 정부가 따로노는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부러울 따름이다. 왜냐하면 현 정부는 지난 4년간 내내 오만한 자세로정부밖의 건전한 비판에 귀를 틀어막고 소통을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대중국 외교, 북한문제, 교육문제 등이 모두 그렇다.오늘 아침 교수신문이 전국대학 교수 304명의 의견을 취합해’엄이도종(掩耳盜鐘/자기가 한 잘못은 생각지 않고 남의 비판만 두려워함)’을 2011년의 한자로선정한 것도 이런이유 때문일 것이다./지해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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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광양회 책략 바꿔야” vs “파도 쳐도 차분히 낚시”

내년 말로 예정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으로의 권력 이동을 앞두고 중국의 대표적 전략가들이 총동원돼 17일 베이징에서 하루 종일 국가 전략을 모색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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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세적 여론을 주도해온 환구시보(環球時報)의 후시진(胡錫進) 총편집(편집인)이 기획한 ‘2012 세계격변과 중국전략’ 토론회에서다. 평화굴기(?起·부상)를 주창한 전략가 정비젠(鄭必堅·79) 전 중앙당교 상무 부교장(국가혁신 및 발전전략연구회 회장)이 직접 주제발표를 했다. 참석자들은 그동안 성역처럼 여겨져 온 덩샤오핑(鄧小平)의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을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다는 뜻) 전략까지 도마에 올려놓고 수정 및 폐기 가능성도 거론했다.

‘도광양회를 다시 생각한다’는 주제를 놓고 벌어진 토론에서 상당수 참석자는 “도광양회는 전략이 아니라 책략”이라며 깎아내렸다. 다수 강경파의 목소리 때문에 “도광양회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는 온건파의 목소리는 파묻히는 듯했다. 특히 2000년대 초에 제기된 평화굴기는 미국 측의 견제로 쑥 들어가고 평화발전으로 바뀌었으나 이날 토론회에선 평화굴기를 역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본지는 환구시보의 초청을 받아 국내 신문사로는 유일하게 백가쟁명(百家爭鳴)식의 뜨거운 현장을 취재했다. 다음은 주요 발언 요약.

 ▶정비젠 전 중앙당교 상무 부교장=나는 2000년대 초에 평화굴기와 평화발전 이념을 제기했다. 경제의 글로벌화가 중국의 평화굴기를 도와주고 있다고 봤다. 21세기 두 번째 10년을 맞아 중국의 발전은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중국은 앞으로도 평화굴기와 평화발전의 길을 계속 가면서 중국과 주변 국가가 이해관계로 더 얽히게 해 이익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덩샤오핑이 했던 말처럼 정력을 집중해 자기의 일, 즉 국내 발전에 주력해 안정을 유지하고 평화로운 부상을 해나가야 한다. 나는 ‘파도는 치도록 놔두고 앉아서 차분히 낚시한다’는 말을 좋아한다.

 ▶옌쉐퉁(閻學通)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지금 국제사회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 부상 중인 중국도 그에 맞춰 바뀌어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도 국내에선 아직도 노자(老子)의 ‘무위이치(無爲而治·가만히 있어도 자연스럽게 다스려짐)’가 유행하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로서 중국엔 종법(宗法)을 바꾸면 안 된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조상들의 책략이 당시에 성공했다고 해서 지금 (그것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세계 2위가 된 게 뭐가 잘못인가. 성공할수록 (그에 맞게 기존의 도광양회 전략을) 더 잘 수정하면 된다.

 ▶추이리루(崔立如)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원장=평화굴기는 침략전쟁 없이 부상하는 것이다. 평화발전과 평화굴기에서 발전과 굴기는 다르다. 굴기에는 강한 주관의식이 있다. 집단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제 ‘나무가 자라 바람을 부르는(樹大招風)’ 새로운 발전 단계에 진입했다. 나무가 커지면 원치 않더라도 바람이 불어오게 된다. 국제 정세가 엄중하지만 기왕의 방침(도광양회)에 따라 참고 맞서지 않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뤄위안(羅援) 중국군사과학연구회 부비서장(현역 소장)=평화굴기는 너무 이상적이다. 나무는 고요하고 싶지만 바람이 그치지 않으면(樹慾靜而風不止), 다시 말해 중국의 국가 이익이 침범당하면 필요한 전쟁을 해도 이는 평화굴기가 아니란 말인가. 중국의 핵심 이익을 지켜야 한다. 자기를 지키기 위한 전쟁은 평화굴기에 영향을 안 준다.

 ▶리선밍(李愼明) 중국사회과학원 부원장=도광양회는 전략이 아니라 책략에 불과하다. 중국공산당의 지도사상과 강령은 도광양회처럼 해서는 안 된다. 국제관계에서 중국 외교의 평화공존 5원칙에서도 도광양회를 적용하면 안 된다. 평화발전의 길을 가되 국방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취싱(曲星) 중국국제문제연구소(외교부 산하 싱크탱크) 소장=도광양회는 책략이 아닌 전략이다. 도광양회에서 감춰야 할 빛(光)은 이데올로기다. 대외 관계를 처리하면서 이데올로기에 의존하지 말자는 것이다. 길러야 할 어둠(晦)은 스스로 경제 발전에 정력을 집중하는 것이다. 유소작위(有所作爲)에서 일(爲)은 국제정치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결코 쇠퇴하지 않고 있는 만큼 중국은 도광양회를 앞으로도 견지해야 한다. 도광양회를 견지한다고 해서 자기 주장을 하지 말자는 의미는 아니다.

 ▶선딩리(沈丁立) 상하이 푸단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미국연구센터 주임)=도광양회는 책략인데 그것을 그동안 전략으로 여긴 것은 잘못이다. 우리가 잊어버린 전략은 유소작위다. 유엔 안보리 이사국인 중국은 문제 있는 국가의 내정에 필연적으로 간섭하게 된다. 유엔 헌장에도 간섭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세정 베이징 특파원

중국의실탄사격훈련.jpg

<중국의 실탄사격 훈련 장면>

◆도광양회(韜光養晦)=직역하면 빛을 감추고 어둠을 키운다는 의미. 재능을 감추고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1980년대 말 당시 최고권력자였던 덩샤오핑이 중국의 외교 방침으로 처음 제기했다. 이후 중국의 외교 전략뿐 아니라 국가 전략을 대변하는 개념으로 통용돼 왔다.

◆평화굴기(平和?起)=20세기 초 독일과 일본의 사례처럼 인류 역사상 후발 패권국의 부상은 국제질서에 큰 혼란을 불렀다. 중국은 그런 전철을 절대 밟지 않을 것이라면서 제기한 개념. 중국의 전략가인 정비젠이 2000년대 초에 처음 제기했다.

◆유소작위(有所作爲)=중국 고전 『맹자(孟子)』에서 유래한 말. 사람이 뭔가 일을 해서 비교적 큰 성과를 거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이 커진 국력과 영향력에 걸맞게 국제사회에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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