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3월
종교에 관한 이야기를 대할 때면 미처 몰랐던 부분들을 건드리는 작가들의 구성력에 놀라곤 한다.
특히 미션 스쿨을 다닌 경험상 매주 한 번씩 강당에서 예배를 봤던 경험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로의 시간으로 돌아가게 하기도 한 책이다.
저자가 이미 기존에 써온 형태의 글들을 익히 알고 있는 독자라면 이번 작품에 대한 호기심도 클터, 과연 저자는 독자들에게 팩션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한다.
저자의 실제 경험을 함께 그린 이 책은 실제 3년간 기독교인으로서 생활하다 불가지론자로서 돌아선 후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글과 2천 년 후 그들이 신앙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한 과정을 르포 타주 형식으로 기획한다는 형식으로 그려낸다.
성경은 이미 하나의 종교적인 가르침의 기초요, 종교를 떠나 인류의 생활 곳곳에 역사처럼 스며들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유명한 바오로와 그 바오로의 주치의인 루카의 행적을 쫓는 형식을 취하며 그린다.
그런데 읽어나가기는 내게는 좀 어렵고 난해했다.
이유 중의 하나는 성경에 대해 제대로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역사서에서 잠깐씩 스쳐 지나가는 듯 포함된 기독교의 역사와 미션스쿨 다닐 때 읽었던 사도행전이나 로마서, 고린도전서… 익숙한 글귀들만 알고 있던 내게 저자는 이 두 사람의 과거 행적과 자신의 종교적인 경험을 같이 그려내면서 그린 내용이 선뜻 받아들이기엔 부족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마도 제대로 성경과 기독교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읽기 시작한 독자라면 흥미 위주의 소설로 보기 보단 역사소설, 팩션의 형태의 묘미를 즐기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춘 책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아주 어려운 부분만 있는 것도 아닌, 쉽게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는 부분들이 같이 그려졌단 점에서 저자의 상상력을 토대로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을 맞닥뜨리게 되는 과정 자체는 신선했다.
초기 기독교의 공동체가 발전하여 어떻게 서양의 역사를 관통하고 그 중심에 섰는가에 대한 저자의 추적 과정, 이와 함께 한 인간이 겪은 종교를 통해 깨달아가는 믿음과 그 믿음을 믿지 않게 되면서 비 종교인으로서 바라본 글이란 점에서 한 번은 끈기를 가지고 읽어볼 만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