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멈추는 법
매트 헤이그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가끔 내가 원하는 시간대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당시 해보지 못하거나 해결되지 못했던 것을 원활하게 이루기 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시간은 우리가 멈추라고 해서 멈추어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유유히 흘러가는 것을 토대로 우리들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런데 정말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시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과연 그는 행복할까?
톰 해저드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가 하고 있는 일들도 그렇고 생김새도 그렇고 그런 보통의 사람, 하지만 그에게는 말 못 할 비밀이 있다.
40대 초반의 나이로 생각되는 외모지만 실제 그는 보통 사람들보다 15배나 느리게 늙는 신체조건 탓에 살아온 세월만 해도 벌써 수세기에 해당된다는 사실-
1581년에 태어났고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희귀병을 갖고 있는 그, 당연히 책 속에는 그가 함께 살아왔던 당대 유명 인사들인 셰익스피어가 존재했고 재즈가 넘쳐나던 1900년대의 파리, 특히 그가 곁에 책을 펼쳐놓고 읽었던 책의 저자인 스콧 피츠제럴드와 함께 했던 사실들까지 그리는 이야기의 구성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와 과거를 오고 가는 재미를 준다.
하지만 그는 결코 행복하지 않다.
당시 그가 태어난 시대인 중세는 자신의 병으로 인해 엄마가 마녀로 오인받아 죽음에 이르렀고 사랑에 빠졌던 여인은 전염병으로 죽었으며, 이제 그의 희망이 된 단 하나 남겨진, 자신과 같은 병을 가진 딸의 행방을 찾는 일까지를 그리는 이야기는 시종 지루함을 모르게 한다.
나이가 먹는다는 사실 앞에서 일반 사람들이 느끼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생각을 뒤로하게 하는 이 소설은 자신이 태어났던 시대는 마녀사냥으로, 현재에는 자신의 희귀병을 연구하고자 접근하는 현대의학의 힘 앞에서 겪는 고충을 그려낸다.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비밀을 알아채지 못하게 하는 조건으로 8년마다 옮겨 다니는 생활,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는 조건, 딸을 찾아주겠다는 은밀한 제안까지…
과연 그는 결코 사랑에 빠지지 않을 것 같았던 자신의 모습이 사랑에 한순간에 빠지게 되고 나쁜 악의 무리로부터 딸을 찾아 보호할 수 있을 것인지를 그린 모험담이 함께 들어 있어 재미를 추구하고 인생의 모습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며칠 전 기사에 100세에 다가서는 노학자의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나이가 먹을수록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것은 고독과 외로움이란 말이 왠지 다르게 느껴졌다.
아무런 병 없이 천년을 살아간다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나 인터뷰를 통해서나 인간의 삶을 추구하는 데에 있어서 진정으로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계기를 주었다.
오직 현재만 살아가는 톰 해저드 앞에 과연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을까?
책은 정말 술술 넘어간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게 되는 책답게 역시나 영화로 확정이 된다고 하고, 더군다나 셜록홈즈로 유명세를 탄 베네딕트 컴버베치 주연으로 나온다니 더욱 그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저자가 실제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책을 썼다는데 정말 이러한 기막힌 소재의 설정과 그 안에서 다뤄지는 이야기의 재미는 저자의 필력을 의심하게 만든다.
과거, 현재, 사랑, 부성애를 모두 드러낸 책, 한번 읽어도 좋을 책이다.
간단 독후감을 술술 잘쓰십니다 ~^^
솜씨 없는 글로 그저 끼적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