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모래
구소은 지음 / 바른북스 / 2018년 6월
역사 속의 아픈 기억들, 특히 한 시대를 드러내는 사건들은 여전히 그때의 날이 다시 돌아오면 여전히 가슴 한편이 아프다.
한반도란 땅에서 떨어진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이 책은 그래서 더욱 읽으면서 역사의 한 부분을 관통하고 있던 부분들을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를 주었다.
2013년 제1회 4.3 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검은 모래>란 이 작품이 다시 출간이 되면서 접한 기분은 여전히 당시의 삶을 이어간 사람들에 대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평생을 해녀로 살아간 제주도의 해녀들의 삶, 거친 자연환경도 그녀들의 삶을 같이 부여잡고 살아갔지만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한 일제의 강제 점령기는 결코 그녀들에게 평온한 삶을 주지 못했다.
제주 여인인 구월과 해금의 삶을 통해 본 그녀들의 삶과 그 삶 안에서 살아가려 했던 모진 세월의 극한을 그들의 자손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그린 이 책은 일본 속에 재일 한국인이란 신분의 세계를 같이 이어가면서 더욱 먹먹함을 지니게 한다.
세계 속의 각 나라들이 처했던 이러한 상황들은 비단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한 나라의 국민이 어떻게 자신의 고국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적응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배경, 그 안에서 한국인의 뿌리가 점차 일본이란 나라에 살면서 어쩔 수없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흔적을 지워버려야만 했는지에 대한 안타까움과 현실적인 고통, 고뇌,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과 생각들은 여전히 진행 중인 문제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책은 4대에 걸친 제주 여인의 삶과 그 자손들의 삶까지 포함시키면서 육지에 극한 됐던 한국의 아픈 역사가 제주도라는 섬에까지 넓혀 그 역사의 현장으로 오게 만들었고 일본까지 그 범위를 펼친 저자의 필력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역사의 한 부분을 보다 섬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다뤘다.
일본 내에서 같은 한국인이라도 조총련, 북송 귀국 민, 재일 조선일들에 대한 처우 개선들은 알고 있었거나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들까지 그렸다는 점에서 이 책은 책 제목처럼 한 손에 모을 수는 있지만 한순간에 빠져나가는 모래, 특히 제주 여인들의 한 많은 삶을 토대로 그린 개인의 삶과 역사가 검은 모래 그 자체를 연상시켰다는 점에서 깊은 감동을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