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스스로 김삿갓이 되려고 하셨나요?”
“내 운명을 내가 어찌 알겠소.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각본이 짜여져 있는 것 같아요. 마대산에 입산 이후 김삿갓 무예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것도 다 부질없는 짓이라 그만뒀어요. 전생에 내가 김삿갓에게 빚진 일이 있겠죠. 그래서 그 빚을 갚으러 나를 보낸 것 아니겠소.”
김삿갓생가에 살고 있는 ‘마대산김삿갓’ 최상락씨의 말이다. 최씨는 지금 영월군청 소속 문화해설사로 있으면서 항상 김삿갓 복장 그대로 다니고 있다. 동네 모든 사람이 그를 “김삿갓”이라고 부른다. 아마 마대산 김삿갓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미 마대산 명물이 됐다.
영월 마대산 명물이 된 현대판 김삿갓 최상락씨가 김삿갓길을 걷고 있다
“언제부터 김삿갓 생가터에 사시기 시작하셨나요?”
“4년쯤 됐소.”
“그 전에는 어디 사셨나요?”
“사는 데서 살았죠.”
“가족은 없으신가요? 혹시 김삿갓 같이 처자식을 버리고 여기 계신 건 아닌가요?”
“하하~, 그런 질문 받을 때마다 참 난감하오. 그것도 내 운명 아니겠소.”
방랑시인 같이 시적으로 답을 하려는 것인지, 개인사를 말하기 싫어서 그런지 추상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가파른 산길을 도포에 갓 쓰고 짚신신고도 재빠르게 오르는 솜씨로 봐서는 예사롭지 않았다. 옛날 뭔가 한 가닥 한 것 같아 보였다.
김삿갓문학관 앞에 있는 하천 섶다리를 지나고 있는 현대판 김삿갓 최상락씨.
“옛날 운동을 하셨나요? 몸이 날렵하십니다.”
“옛날 좀 했죠. 떠돌아다닐 때는 호신용으로 단련이 돼 있어야 합니다. 김삿갓의 죽장도 원래는 무기대용으로 사용했어요. 떠돌이가 낯선 동네에 갈 때 그 동네사람들이 전부 경계를 하죠. 그리고 여차하면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어요. 그럴 때 죽장이 무기대용으로 제격이죠.”
죽장이 무기대용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마대산김삿갓’을 통해 처음 알았다.
현대판 김삿갓 최상락씨가 마대산 정상에서 삿갓을 살짝 들어보이고 있다.
“고향은 어디십니까?”
“문경이요. 4년 전에 마대산에 와서 김삿갓이 됐는데, 그 전에는 영월 절에 좀 있었어요. 내 개인사 물을 때 제일 난처하오. 더 이상 묻지 마시오.”
그래서 계속 질문을 던졌는데, 말 할 수 있는 사실 몇 가지 던지고 아예 원천 차단 나섰다. 하지만 방랑시인 김삿갓, 김병연에 대한 질문은 자신의 견해를 포함, 해박하게 설명했다. “성씨가 무슨 의미가 있냐”며 “분명 내가 빚 진 것이 있어 나를 김삿갓으로 보냈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그는 이미 방랑시인 김삿갓이 다 돼 있었다.
로빈
12.17,2010 at 11:39 오전
채플린이 그랬다죠.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이 분도 멀리서 보면 운치있게 사는듯 보이는데 가까이서 보면 어떨지 모르겠네요.
암튼 대단하신 분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