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활강 스키장 건립으로 인한 가리왕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 훼손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지난 6월28일 중봉을 제외하고 슬로프도 한 개를 축소하는 방안을 산림청은 발표했다. 이전 같으면 환경단체에서 바로 반발했을 텐데, 산림청 발표이후 별다른 반응이 현재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제 더 이상의 논란은 끝나고 가리왕산의 스키장 건립은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가리왕산 고유종인 은대난초도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활강장 건립으로 인한 이식대상 수종으로 이사할 채비를 하고 있다.
앵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들도 이식대상 수종으로 표시돼 있다.
큰앵초도 마찬가지로 이식준비를 하고 있다.
과연 현재 가리왕산이 어떤 상태에 있고, 실제로 식생이 얼마나 뛰어난지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그리고 산림훼손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해보자. 동부지방산림청 정선국유림관리소 최준화 주임과 유동우씨의 안내로 직접 현장에 다녀왔다. 유동우씨는 당초 슬로프 노선안을 세울 때부터 현장을 답사하고, 노선이 변경될 때에도 자문위원들과 함께 현장을 살펴본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직원이다.
투구같이 생겼다 해서 투구꽃이라 불리는 야생화도 가리왕산 그늘진 곳에 자라고 있다.
감자난초도 이식대상으로 산림청 리본을 달고 있다.
독초인 박새가 하얀꽃을 피우고 있다. 천남성과 함께 옛날 사약으로 쓰던 독초다.
가리왕산(1,561m)은 전국 제일의 천연활엽수림으로 유명하다. 2008년 여의도 면적의 2.3배에 해당하는 1948㏊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산림이 우거진 만큼 과거에는 산삼이 주산지였다. 조선시대에는 일반인의 채삼은 물론 아예 출입을 금지했던 산삼봉표가 현재까지 남아 있다. 가리왕산 자연휴양림 입구에는 한여름에도 4~5℃의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 자연절리 동굴인 얼음동굴이 있다. 옛날에는 고드름이 맺힐 정도로 차가워 마을에서 냉장고처럼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안전문제로 출입통제하고 있다.
가리왕산 고유수종 돌베나무. 중봉과 하봉 사이에 우람하게 자라고 있다.
산림이 우거진 한켠에 멧돼지들이 집을 지었던 흔적을 발견했다.
말라리.
가리왕산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답게 다양한 식생이 매우 잘 보전된 곳이기도 하다. 신갈나무군락, 거제수나무군락, 사스래나무군락, 전나무군락, 주목나무군락, 분비나무군락, 피나무군락 등이 우점하고 있으며, 소규모로 황벽나무군락, 졸참나무군락, 박달나무군락, 물푸레나무군락, 고로쇠나무군락, 눈측백나무 등이 분포하고 있다.
꽃 모양이 매발톱 같이 생겼다 해서 매발톱이라 불리는 가리왕산 고유 야생화.
매발톱나무 줄기.
잎이 박쥐같이 생겼다 해서 박쥐나물.
가리왕산에 분포하는 희귀식물은 꼬리겨우살이, 눈측백, 도깨비부채, 땃두릅나무, 만병초, 붉은인가목, 산마늘, 연양초 등이 있으며, 기존 문헌상에는 주저리고사리, 좀호랑버들, 왕느릅, 애기쐐기풀, 요강나물, 국화바람꽃, 너도바람꽃, 나도바람꽃, 한계령풀, 갈퀴현호색, 애기기린초, 좀꼬리까치밥나무, 생열귀나무, 노랑갈퀴, 금강제비꽃, 가시오갈피나무 등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뱀고사리.
가리왕산 희귀 산나물인 병풍쌈. 식용으로 먹을 수 있는 쌈이다. 상추의 5배 정도 크기다.
옛날에 울릉도에만 있었다는 명이나물, 일명 산마늘이 이젠 가리왕산 같은 데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평창올림픽 스키 활강장 건립 계획이 확정된 이후 산림청 자문위원들이 2012년 9월부터 10월까지 조사한 결과 교목층 24분류군, 아교목층 23분류군, 관목층 34분류군, 초본층 111분류군 등 총 192분류군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기준에 따른 우리나라 희귀식물 16분류군 등 총 21분류군이 보호가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리왕산의 희귀수종인 사스래나무.
산앵두.
산작약.
식물 중에서 환경부, 산림청 등에서 지정한 보호식물과 가리왕산의 상징성 등을 고려해서 최종 보전대상종을 선정했다. 교목은 주목․분비나무․전나무․잣나무․소나무․ (왕)사스래나무 등이고, 아교목은 시닥나무․함박꽃나무․마가목 등이다. 관목은 철쭉․병꽃나무․인가목․오갈피나무 등이고, 초본으로는 등칡나무․병풍쌈․노랑무늬붓꽃․산마늘․백작약․연령초 등이다.
족두리풀을 들어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