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은 강원도를 지나면서부터 우락부락한 악산(嶽山)에서 완연히 높이를 낮추는 육산(陸産)으로 확연히 변한다. 소백산의 가장 큰 특징은 지리산의 세석평전과 덕유산의 덕유평전처럼 부드럽게 이어지는 산릉이 광활하게 펼쳐진다는 점이다. 이것이 일본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小藤 文次郎)가 지형에 따라 한반도의 산지체계를 분류한 산맥 개념이 나오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우리 전통의 산지체계인 백두대간은 산의 흐름, 즉 능선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진 산줄기로 나눠 이름 붙였지만 산맥은 지형지질에 따라 체계를 달리했다. 지질이 유사한 지형을 산맥이라는 이름으로 연결시킨 것이다. 그래서 산맥은 산줄기가 사라진 강으로도 연결돼 산의 맥이 가끔 끊어지기도 한다. 소백산맥도 그 중의 하나인 것이다.
소백산은 아늑한 육산의 산세를 지녀 한국의 3대 고원평원지대로 꼽히는 소백평원으로 유명하다.
중부권의 대표적인 육산인 소백산은 지형적으로는 온화한 평원을 이루고 있지만 바람과 눈(雪)에 있어선 어느 산보다 세차고 적설량이 많다. 이는 소백산이 위치한 지세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는 겨울철 시베리아에서 발원한 북서계절풍이 불어온다. 이 때 내륙 깊숙이 진입한 대기는 소백산맥의 높은 장벽에 부딪혀 강제 상승한다. 수증기를 머금은 대기는 산사면을 타고 오르면서 단열팽창으로 냉각되면서 눈으로 변해 내린다. 바로 동서로 길게 소백산 줄기가 바람을 가로 막으며 커다란 장벽과도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눈이 많을 수밖에 없다. 세찬 바람에 휘몰아치는 눈은 그래서 생기는 것이다. 일종의 ‘푄현상(Fohn)’이다. 소백산이 설악산과 함께 우리나라의 제일 설경(雪景) 명산으로 꼽히는 이유다.
소백평원의 아름다운 모습. 사진 소백산국립공원 제공
이로 인해 소백산의 북쪽인 단양․제천은 얼굴을 들 수 없을 만큼 차갑고 강한 바람이 부는 반면 남쪽의 영주 지방은 기온이 더 높게 나타난다. 반면 여름철의 경우 기온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동서로 가로지르는 소백산이 날씨와 기온조절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백산 설경도 한국의 산에서 손 안에 꼽히는 절경이다.
산림청이 2011~2015년까지 산림생태축 복원 관련 ‘산림행정 3.0’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백두대간 5개 권역 실태조사를 통해 드러난 결과에서 소백산의 대표 동식물은 멸종위기Ⅱ급인 담비와 취약종으로 희귀식물인 노랑무늬붓꽃이고, 대표수종은 철쭉꽃이다. 백두대간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식물인 신갈나무와 철쭉 중에 소백산 철쭉은 그 중의 으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5월 말이나 6월 초의 늦봄에 연화봉~비로봉~국망봉 일대의 광활한 초원지대는 그야말로 연분홍 철쭉꽃이 만발하면서 천상화원으로 변한다. 그 명성은 조선시대 퇴계 선생의 ‘유소백산록(遊小白山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이 일대 철쭉꽃 화원은 조선시대부터 유명했던 것으로 보인다.
비로봉 바로 아래 주목 군락은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다.
소백산 정상 비로봉 바로 아래 주목 군락은 천연기념물 제244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주목은 백두대간 상에서 지리산․덕유산․태백산․청옥두타산․오대산․점봉산․설악산 등지에서 서식한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으로 불리는 생명력을 자랑하는 주목은 빙하기 때부터 한반도에서 살아남은 대표적 희귀식생군락이다.
겨울철 설경이 특히 아름다워 많은 등산객이 찾는 산이다. 사진 소백산 국립공원 제공
그 외의 주요 식물은 멸종위기Ⅱ급이자 희귀식물인 가시오갈피, 금강소나무, 한국특산종인 노랑갈퀴, 멸종위기Ⅱ급이자 희귀식물인 복주머니란, 앉은부채, 한국특산종 자란초, 한국특산종이자 희귀식물인 자주솜대, 희귀식물인 왜솜다리와 솔나리․날개하늘나리․모데미풀․등대시호, 촛대승마, 한국특산종이자 희귀식물인 홀아비람꽃 등이 서식하고 있고, 조류 등 포함 동물은 멸종위기Ⅱ급인 조롱이와 담비,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Ⅰ급인 수달, 멸종위기Ⅱ급이자 한국고유종인 금개구리와 돌상어, 대륙유혈목이 등이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날개하늘나리.
이 중 북방계 식물인 솔나리와 등대시호가 이곳까지 내려와 서식하고 있다. 솔나리는 만주와 우수리에서부터 한반도까지 분포하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가야산․남덕유산․속리산․조령산 등을 남쪽 경계로 하여 경북․충북․경기․강원 지역 바위 등지의 높은 산에서 드물게 발견된다. 꽃은 6~8월에 줄기 끝에서 밑을 향해 핀다. 잎이 소나무 잎처럼 가늘어서 ‘솔나리’라는 우리말 이름이 붙여졌다. 세계적으로도 희귀식물에 속하며, 꽃이 아름다워 함부로 캐서 절멸 위기에 놓여 있는 종이다.
등대시호.
등대시호는 세계적인 분포가 솔나리와 비슷한 산형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만주와 우수리, 그리고 한반도에만 자라므로 세계적으로 볼 때 분포지역이 매주 좁다. 백두산에서는 해발 2,000~2,500m 지역의 수목한계선 부근의 고산초원에서는 무리 지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남한에서는 70㎝까지 크게 자라는 경우를 거의 볼 수 없다.
모데미풀.
소백산의 모든 등산로는 항상 개방하지만 산불조심기간에는 통제를 한다. 탐방로 통제기간은 11월15일부터 12월15일까지이다. 이 기간 동안에는 총 17개 등산로 중 9개 구간만 허용한다. 개방 탐방로는 천동~천동삼거리, 어의곡~어의곡삼거리, 삼가~비로봉, 죽령~연화봉, 희방주차장~연화봉, 연화봉~비로봉, 주정골~죽령, 달밭골~초암사, 버들밭~소아 등이고, 통제 탐방로는 연화동~연화삼거리, 국망봉~늦은목이, 초암사~국망봉, 비로봉~국망봉, 묘적령~죽령, 율전~늦은맥이재, 점마~하좌석, 당골~유석사하단부 등 8개 구간이다.
소백산 능선이 마치 너울 치듯이 펼쳐져 있다.
복주머니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