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미케네에 들어서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두 개의 봉우리가 미케네성을 완벽하게 천혜의 요새로 에워싸고 있다. 왼쪽은 프로피티스 일리아스(Prophitis LLias 또는 아스피스)이고 오른쪽은 사라(Sara)산이다. 중간 계곡은 도저히 건널 수 없는 깊은 골짜기다. 천혜의 자연조건을 활용한 요새 같은 석성은 적들이 도저히 침범할 수 없어 보인다. 아크로폴리스 성벽 둘레가 1㎞나 될 정도다. 성문은 서양에서는 신성한 동물로 여겨지는 사자 두 마리가 마주보며 지키고 있다. 미케네성 안에 들어가는 입구. 성 입구 문 위에 두 마리의 사자상이 입구를 지키고 있는 듯하다. 두 개의 봉우리가 미케네성을 완벽하게 천혜의 요새로 에워싸고 있다. 왼쪽은 프로피티스 일리아스(Prophitis LLias 또는 아스피스)이고 오른쪽은 사라(Sara)산이다. 중간 계곡은 도저히 건널 수 없는 깊은 골짜기다. 성 안에는 건물은사라졌지만각종 시설의 흔적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성 안에는 귀족들이 거주하며 목욕시설까지 구비한 완벽한 시설을 자랑했다. 이러한 시설이 BC 17~16세기에 건립됐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3,600~3700년 전이다. 비밀 수로를 만들어 외부에서 물을 끌어다 깊은 우물까지 만들어 저장했다. 외부에서는 찾을 수도 없고, 상상도 할 수 없는 시설이다. 수심이 18m나 된다고 한다. 한 마디로 감동이고,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목욕시설과 주거 흔적을 그대로 볼 수 있는 미케네성 안의 모습. 건물뿐이 아니다. ‘천하의 명당자리’라고 동양학자 조용헌 박사는 운을 뗀다. “이런 지형을 군신동조열이라고 합니다. 신하의 예를 최대한 받들어 왕을 모시는 그런 명당터입니다. 아크로폴리스 외부 북서쪽에는 ‘아트레우스의 보물(Treasury of Atreus)’이라 불리는 무덤은 트로이원정의 총지휘관으로 출전한 아가멤논의 아버지 아트레우스 것으로 전합니다. 이 무덤은 마치 아버지가 자손들이 있는 미케네성을 입구에서 지키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신라의 문무대왕이 바다에 묻혀 왜적이 침입해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과 같이 말입니다. 한국의 풍수 이상으로 완벽하게 균형을 이룬 배치입니다. 정말 놀랍습니다.” 아가멤논의 황금마스크. ‘아트레우스의 보물’은 ‘아가멤논의 무덤(Tomb of Agamemnon)’이라고도 부른다. 무덤이 예사롭지 않다. 우리의 왕릉보다 훨씬 더 크고 견고하다. 처음 발굴했을 때 이미 완전히 도굴돼 남은 유물들은 없었다고 한다. 우리의 불국사 석굴암 내부보다 더 크게 보인다. 구조는 비슷하다. 아가멤논이 그의 아버지의 영혼을 위해 제대로 축성했다. 1999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을 지정됐다. 기원전 16세기에 만들어진 그 유명한 황금마스크가 바로 ‘아가멤논의 마스크(Mask of Agamemnon)’다. 이 황금마스크 하나만으로도 3,600~3700년 전의 문화가 얼마나 화려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말 감동의 연속이다. 우리 문화와 똑 같지는 않지만 가는 유적지마다 눈에 익은 듯한 모습이다. 아가멤논의 무덤에 들어가는 입구. 많은 학생들과 방문객들로 항상 넘쳐난다. 아가멤논 무덤의 내부 천장. 우리의 석굴암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내부에 있던 장식물과 각종 부속물들은 이미 도굴 당한 뒤라고 한다. 곧이어 방문한 요즘 시설로 치면 국립요양원 같은 유적지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담한 숲속에 정신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이다. 정중앙에 원형극장이 있다. 정신요양원과 원형극장, 무슨 상관이 있을까? 숲 속에서 안정을 취하면서 말을 통해 쌓인 앙금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현대식 치료법을 수천 년 전에 그리스에서는 이미 성행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이곳에도 예외 없이 신전(Temple of the god)과 원형신전 토로스(Tholos)가 있다. BC 300년대 건립된 것으로, 지금은 잔재만 남아 있다. 출입통제 상태다. 요즘으로 치면 국립요양원 같은 건물인 에피다우로스에 있는 원형극장. 요양하면서 심리치료를 병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조 박사가 말을 이었다. “서양에서는 말 잘하는 훈련을 어렸을 때부터 받아, 토론문화가 정착할 수 있었다고 보입니다. 반면 동양에서는 글 잘 쓰는 사람이 대접을 받았습니다. 선비들이 과묵한 이유죠. 국립요양원인 이곳도 명당입니다. 마치 압력밥솥 같이 응집된 기를 받을 수 있는 절묘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도 여기서 한 며칠 묵었다 가면 좋을 듯합니다. 아마 이곳에서 물의 위치는 저 앞쪽에 있을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가이드가 이끄는 대로 앞쪽엔 샘이 있었다. 정말 절묘하다. ‘이렇게 똑 같을 수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며 소름이 송골송골 돋는 기분이다. 미케네의 이 시설물은 그나마 흔적이 뚜렷한 편이다. 원형극장의 앞쪽은 북향이다. 조 박사의 설명이 바로 이어진다. “아마 공연은 주로 여름에 했을 터이고, 여름은 북향이 시원합니다. 숲 속의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쌓인 앙금을 극장에서 말을 하며 풀면 어느 정신병자도 다 고칠 수 있었을 겁니다.” 두 개의 봉우리 사이를 방패삼아, 왼쪽 봉우리 위에 미케네성을 쌓았다. 봉우리 사이 계곡은 도저히 건널 수 없는 협곡이었다. 원형극장은 초장기엔 6200여명이 관람할 수 있었고, 그 이후 규모를 더 키워 1만2,000여명까지 수용가능 했다고 한다. 지금 봐도 1만 여명은 앉을 수 있는 대형 극장이다. 모든 공연의 시작과 끝은 신이 등장한다. 신이 모든 걸 결정한다는 의미였다고 가이드는 설명한다. 이것은 마치 신이 운명과도 같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그 순간 자연에 순종하고 하늘의 뜻에 맡기며 살아온 한국인의 DNA가 머리에 스치며 지나가는 건 왜일까? 그리스 유적지를 확인할수록 뒷머리가 솟는 느낌이다. 이렇게 똑같을 수 있나 싶다. 원형극장 들어가는 입구. 원형극장의 핵심시설은 나선형의 공연장에 있었다. 1만여 명이 둥글게 모여 공연을 지켜볼 때 공연하는 사람이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해도 수많은 사람이 그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자연 에코시설이 돼 있었다. 실제로 공연장에서 작은 목소리는 제일 끝자리에 앉아 있어도 들릴 정도로 울려 퍼졌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조 박사의 설명은 또 이어진다. 공연장 중간에서 나직히 말해도 관중석 끝에서 말소리가 들릴 정도로 시설을 만들었다. “나선형으로 된 모형은 우주의 중심으로 나를 이끌어 병을 치유케 한다는 개념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내부의 핵심건축은 나선형, 극장도 나선형은 다중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나선형 건축은 내향적 심리치유를 의미하고, 나선형 극장과 같은 시설은 외향적 치료를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마 이 일대 건축물 입안자는 분명 이런 구상을 하고 건축했을 겁니다.” 한국의 대표적 동양학자 답게 가는 곳마다 족집게 같이 콕콕 집어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모두 귀를 솔깃하며 들었다. 절묘한 시설과 건축물이 과연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이 나왔고, 히포크라테스 같은 의학의 시조가 충분히 나올 만한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