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에밤이몰려왔다.
오페라가의버스정류장에서눈이동그란프랑스남자가말을건다.
"한국여자맞죠?"
"네,맞는데요.어떻게알았죠?"
"저친구가에어프랑스에근무하는데당신이꼭한국여자일거라고하더군요.저친구,서울에도있어보아서
한국을잘알아요."
흘깃쳐다보니1미터전방에몸집이뚱뚱한프랑스남자가딴청을부리고서있었다.
동그란눈으로나를뚫어져라쳐다보면서그는계속말을잇는다.
"난,한때일본여자와결혼한적이있었는데그녀는백인을우월하다고생각해서내가모든것을결정하기를
기다리더군요.너무피곤했어요."
"저도그렇게생각해요.백인이우월한것같아요.그러니까우월한사람이열등한사람을돕는건당연한일이아닐까요?"
이럴때나는언제나동양여인을두둔하게된다.
"그런데정말백인이우월하다고생각하시나요?"
"그런것같아요.여러면에서요."
문득그는화제를바꾼다.
"일본남자들은서양여자를무서워한다던데요.그래서일본남자들은서양여자의눈을똑바로쳐다보지못한다고
하는데정말그런가요?"
"아니요.프랑스여자와결혼한한국남자들여러명보았어요."
이말을듣자그눈이동그란남자는무언가기분이상하는듯보인다.
생판보지못한여자일지라도자기나라의여자가동양남자와결혼한사실이기분이상하는듯싶다.
문득금발의프랑스친구가생각났다.
그녀는한국의대기업에근무하는한국남자와결혼했다.
만남도너무쉬웠다.오페라의환전소에근무하다우연히만난한국남자와결혼을며칠만에결정했고
한국까지따라와서시부모와함께살다가결국남편의근무처가영국으로결정되는바람에영국으로간친구가있었다.
그녀의말에의하면프랑스남자들은너무이혼을쉽게생각하기때문에한국남자와결혼을결정하게된것이었고
그한국남자는그녀의금발과파란눈을신기하게생각하며좋아하는것같았다.
남편이사주었다는고급코트를입고좋아하던프랑스여인이었다.
각자자기것은자기가챙기는프랑스문화에서남편이라고덥석비싼코트도사주는한국남성이믿음직
스러웠을수도있다는생각이들었었다.시집에들어가살면서도파란눈의며느리라아무것도할줄모른다고
시어머니가집안일을다한다고들었었다.
그래도시집살이가쉽지않았기에결국그녀는남편을졸라영국으로갔었다.
그녀는한국남자인남편이그녀의금발을쓰다듬으면서신기하다고말하곤한다고했다.
언젠가벨기에수녀님한분은어느한국신부님이여자들앞에서얼굴이붉어져어쩔줄모르는것을보고
마냥신기한듯이이야기하셨었다.
난,남자가아니기때문에동양남자들이서양여자들을두려워하는지에대해서는아는바가없다.
기다리는버스가도착했기에난,급히버스에올라탔는데버스에오르는나를보고그눈이동그란남자는
합장하듯이두손을모으며"안녕히가세요"라고말한다.
시간이있었으면조금더토론을해볼수있었을텐데하는아쉬움이일면서순간깨달아지는사실은이런것이었다.
그몸집이뚱뚱한남자가나를맘에들어해서바람을잡아주기위해그눈이동그란남자(외모가받쳐주니까)가나선것이었다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