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살풋이도시를내리덮고있었다.
시간은오후4시를조금지났을뿐이지만영국의겨울은온통밤이지배하고있는듯싶었다.
육촌동생의집에서머무른한달,런던은살만한도시란인상을주는도시였다.
이곳에서살아볼까?
일자리를찾기위해한국대사관을찾았다가몇몇정보를갖고돌아나오는길이었다.
버스를타기위해정류장에서있는데프랑스액센트가섞인영어가들려왔다.
흘깃고개를돌려쳐다보니청년둘이걸어가면서이야기를나누는것이었다.
내가쳐다보았다는사실에의미를둔것일까?
200미터쯤지나쳐걸어갔던청년둘이되돌아걸어와서나에게말을걸어오는것이었다.
"Excuse-me!"
영국에서만난프랑스청년이마치고향사람을만난것같은반가움으로다가왔다.
한청년은서른살쯤된프랑스인,또한청년은20대초반의이탈리사람이었다.
팝에들어가서차한잔하자는제의를난,거절하지않았다.
프랑스청년은13살때부터어부일을한어부의아들이었다.그는어업관련일로런던에파견나와일하는중이었다.
또한이탈리아청년은무슨일을했었던지기억이나지않는다.
쎙떽쥐베리의’어린왕자’까지언급하면서우리는친한친구처럼대화가통하고있었다.
난,집에서기다리고있을육촌여동생의이야기를했고그들은내게육촌동생과함께한국식당에초대하고싶다고
얘기해왔다.
육촌여동생은내연락을받고는약간망설이는듯한기색을보였으나이내나에게로왔다.
우리는까만택시를불러타고한국식당을향했다.
한국식당에서의분위기는화기애애했다.
그어부일을한다는프랑스청년은내가프랑스에서석사학위를했다는사실에무척열등감을느끼는눈치였다.
20대초반의이탈리야청년은베네치아에서있었던첫사랑을잊지못해끊임없이그얘기를우리에게들려주었다.
나중에집으로돌아오는택시안에서육촌여동생은길에서만난사람들과차까지마신다고나를꾸짖었다.
글쎄,한국에있을땐나도그렇게생각했었지.
길거리에서말거는남자에게대답하는것만도처녀에겐바람직하지않은행동이라고…
딱한번밖에만나보지않은그들이지만난,오래도록즐거웠던순간으로그때를기억하고있다.
어떻게헤어지는말을했는지기억은나지않지만어부일을한다는,프랑스남자가쎙떽쥐베리의’어린왕자’를
좋아했었고자기가하는어부일을몹시좋아했지만학위를가진나에게열등감을느꼈다는것…
순수한영혼을가진사람들이었고만남이순수했기때문에그때즐거울수있었던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