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밖은벌써어둠이짙게내려있었다.

아침에온전화국직원이친절하게텔레비젼채널을연결해주겠다고해서

허락한것이화근이었다.20개도넘는채널이이미있는데

시간이없어서텔레비젼을보지못하고있는상태라neufbox라고하는

그장치를오랫동안방치하고있었는데전화국직원의호의를

무시하기미안해서허락했던것이다.

그러니사용법도읽어야하고일이많아져버린것이다.

영화채널도따로있고비데오,심지어메일주소도기입하고

모자이크로여러방송을동시에볼수도있고말이다.

두개의리모콘을가지고설명서를보면서

궁리를하다가무심코창문에시선이갔는데

두개의눈이어둠속에서반짝반짝빛나고있다.

이런!옆집고양이다.며칠동안보지못했다.

창문으로다가가윙크를해주니스르르몸을무너뜨린다.

바캉스를떠났다가도잊어버리지않고나를찾아주는

고양이가기특했었는데이고양이는꼭나를특별하게생각하는느낌이다.

길에서만나도강아지처럼껑충껑충뛰며나를쫓아오니

도대체무엇일까를생각하게한다.

문을열어놓으니눈치빠르게들어온다.

이쁘게구는놈이니무언가먹을걸주고싶은데

요즘밖에서먹어버릇해서사다놓은생선도없고

할수없이요구르트를좀주었다.

나에대한믿음이있는것인지

이고양이는내가주는것은뭐든지

먹는시늉이라도한다.

한번하지말라고하면절대안하고

그렇다고먹을걸찾으러오는것도아니고

이고양이에게도감정이라는것이있는것일까?

텔레비젼설명서에다시몰두하다보니

고양이는문옆에가서웅크리고앉아있다.

그래,집으로돌아가서잘시간이지!

문을열어주니순순히나간다.

어떤때는문을열고나가라고해도안나갈려고

용을쓸때도있다.

참영리한동물이라는생각이새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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