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는 늘 밤늦은 시간에 방송되는 텔레비젼 방송들이 괜찮은 편이다. 어제 밤, 우연히 텔레비젼을 켰는데 음악과 문학을 어울려서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천재 피아니스 François rené Duchâble가 초대되었다. 그는 1952년생이다. 단 한권의 책으로 유명해졌다는 금발의 여류작가와 연예인이 같이 초대되었는데 라흐마니노프의 ‘서곡’부터 연주되면서 시작되었다. 피아노 선반위에서 춤추듯 움직이는 그의 손놀림, 그리고 제목만 대면 즉시로 악보도 없이 연주하는 그를 보면서 저만큼 연주하기 위하여 어쩌면 그는 인생의 대부분을 피아노 연주에 시간을 보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13살에 프랑스의 콘세르바뚜아르에서 최고의 연주상을 획득했고 2003년에 은퇴를 선언했던 피아니스트라고 했다. 빈틈없이 움직이는 건반위의 그의 손놀림과는 다르게 그는 눈에 엄청난 슬픔을 담고 있어 눈물이 금새라도 넘쳐내릴것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60이 넘은 나이에도 감성이 사춘기 아이처럼 풍부한 것일까?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몇곡 연주한뒤에 초대된 여류 작가가 라흐마니노프를 들으면 늘 카오(혼돈)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라고 쇼팽을 연주해 달라고 했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 피아니스트는 쇼팽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2003년에 은퇴한다고 했는데 그는 왜? 다시 나온 것일까? 천재이기때문일까? 서양인들의 복잡한 생각을 다 가늠할 수 없는 아시아인인 나는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천재의 삶도 결코 평탄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재능을 타고난만큼 내면으로 느끼는 고통은 더 강할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결국은 평범한 삶이 더 나은 것일 수도 있다는 결론으로 생각이 미친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저렇게 함께 공감하고 함께 느낄 수 있는 그들의 삶이 부럽기는 하다. 생각해보니 한국에는 뽕짝을 들으면서 함께 공감하는 문화가 있다. 그런 것을 생각해 볼때 우리 한국인은 분명히 이성보다는 흥이 발달한… 그래서 신나는 민족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