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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하루

식당을 찾았다. 작년 말,한국 친구들이 망년회를 한다고 예약했었고 노래방도 있었는데 맛이 괜찮았다는 느낌으로한국 식당을 찾았다. 사실은 내가 한국인이라고 한국인 예술인들에 대한 배려를 해주는 프랑스인 친구를 초대할 작정이었는데 11시쯤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를 않는다.아직도 꿈속에 있구나 생각하고 혼자 식당으로 갔다.

식당에 도착하니 12시 30분쯤 되었는데 다시 전화를 넣어보았다. 이제야 눈을 비비고일어난듯 전화를 받는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식사가 나오고 식사가 다 끝나도록 전화기를 붙잡고 수다를 떨었다. 옆자리에 젊은 프랑스 커플이  나와 같은 메뉴를 시켰었는데 내가 전화를 끊자  말을 걸어온다. 내 전화 내용을 들었다고 하면서…

물론 전화내용은 올5월에 이루어질 대선에 대한 것이었다. 프랑스에서는 역시 젊은 사람들이 마음이 열려 있고 선의가 많다는 것을 확인한다. 욕심 많고 편견 많은 늙은이로 늙지 말아야 할텐데… 라는 우려가 인다.

메디아에서 극우파인 마린 르 뺀의 당선이 유럭하다고 한다고 미국에서 트럼프가 당선된만큼 혹시나 하는 염려가 들어서 그들에게 물었다. 마린 르뺀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생각하느냐고… 그들은 절대로 그럴일이 없다고 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미국 사람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물론 프랑스인들은 매우 똑똑한 사람들이니까 그렇게 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나도 동조해주었다. 하지만 모를 일이다. 프랑스 정치 분석가들이 이미 트럼프의 당선을 예고했었다. 미국에서는 지금 엘리트들에 대한 반발의 감정으로 트럼프를 택했었다고 하는 정치분석도 있었었다. 프랑스에서라고 엘리트들에 대한 반란이 없으란 법은 없으니까 말이다.

식당을 나와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학생이 갑자기 나에게 다가와 몇번 버스를 타느냐고 아주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처럼 묻는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내가 기다리는 버스가 언제 오는지를 검색해 주었다. 아주 처음보는 학생인데 나에게 친근감이 드나보다. 그리고 그 학생이 기다리는 버스가 왔다. 내가 기다리는 버스는 2분 후에 올거라고 말해주면서 버스에 오른다. 그 학생이 버스에 오르고 나에게 눈으로 인사한다.  역시 젊은 사람들은 신선하다. 쓸데없는 편견으로 물들지 않은 얼굴 표정이 아름답고 미래가 열려 있으니 마음이 여유로워서 선량함이 느껴져서 편안하다.

사실 나이들어도 항상 젊은 시절의 순수함과 패기를 간직할 수 있으면 늘 상쾌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 들면서 돈이나 권력에 집착하게 되기때문에 불쾌한 인간으로 전락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에 이른다.

전철안의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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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중순인데 봄햇살이 따뜻하다. 겨울은 벌써 어디만큼 달아나고 있는 것일까?

전철안에서 아주 이쁜 풍경을 발견했다. 한무리의 소녀들이 전철안으로 들어닥치니 그 해맑은 얼굴들로 인해 전철안이 화안하게 밝아진다. 몇명은 뒤쪽으로 그리고 옆쪽으로 자리들을 잡았는데 내 앞 창가에 앉은 소녀옆에 또 한 소녀가 갑자기 다가와서 귓속으로 소근댄다. 둘이서 소근대는 모습이 마치 봄볕을 맞기 위해 나선 노란 병아리들을 연상시킨다. 이뻐서 쳐다보다가 내 학생시절이 떠올랐다. 그랬다. 친구와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재잘되면 20대 또는 30대로 보이는 어른들이 괜히 싱글거리며 다가와 말을 걸고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을 하곤했던 것같다. 우리는 쉴새없이 재잘대면서도 그들이 우리를 보고 짓는 표정의 의미를 의아하게 생각하곤 했었다. 젊다는 것은 어쩌면 엄청난 특권인 것이다. 바라보기만 해도 힘이 솟는 그래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것이다.  대수롭지도 않은 일상을 재잘되며 미래를 향해 가는 어린 소녀들이 어른들에게는 바라보는 자체로 희망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이제 깨다는 것이다. 고맙다! 애들아! 너희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마음이 행복하구나! 거기 그렇게 존재해 줘서 너무 고맙다!

 

 

Jackie (영화)

 

086055.jpg-r_1280_720-f_jpg-q_x-xxyxx잭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불렸던 것같다.

왜인지도 모르지만 유명했던 케네디 대통령, 그의 부인이었던  잭키, 프랑스에 와서 보니 그녀는 빠리에 와서 공부를 했던 경험이 있는 여자였다. 다부지게 생긴 얼굴에 까만 눈썹이 돋보였던 여자, 갸날픈 몸매…

그런데 알고보니 잭키는 그 우아함으로 이미 프랑스 사회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여자였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녀가 빠리지엔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여자임이 이번 영화를 통해서 확인되었다.

약간의 이슬비가 뿌리는 평일 오후, 오데옹에 있는 영화관을 찾았는데 영화관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그들은 나처럼 모두 Jackie 를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나는 처음에 제목을 보고 이 영화가 온전하게 잭키의 일대기인가 생각했었다. 그녀의 태생, 그녀의 성격 그리고 그녀의 일생을 그린 영화려니 했던 것이다. 그런데 내 생각은 빗나갔다. 영화는 케네디가 저격당한 후에 3일간을 담고 있었다. 진실을 밝혀야 겠다고 찾아온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과정을 통해 피투성이가 된 케네디를 안고 느껴야 했던 잭키의 트라우마, 그 과정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영화관 안은 관객들이 가득 찼었다. 나는 영화가 참 지루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인들도 지루하게 느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들은 나보다 훨씬 지적인 사람들이니까 다르게 영화를 느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영화에서 보면 잭키가 백악관에 입성해서 링컨대통령의 방을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문득 혹시나 그래서 케네디도 링컨처럼 저격 당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슬프고 지루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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