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나오다가 건물 현관에서 아파트 관리인 부부가 넋을 놓고 어딘가를 바라보는 것을 발견했다. 집건너편 은행의 현금출납기 앞에 웬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고 더 멀리 공원쪽에서 어떤아이가 어른에게 붙잡혀 있다. 무슨 일이냐고 관리인 부부에게 물었더니 현금 출납기에서 돈을 인출하고 있던 노인을 아이 둘이 공격하여 돈을 빼앗아 달아나다가 붙잡힌 것같다고 한다. 노인이 그 아이들을 쫓아 뛰어간 것을 보면 돈을 빼앗긴것같기도 하다고 한다. 9살정도 된 루마니아 아이들인것 같다고 했다. 빠리 시내에서도 대부분의 구걸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루마니아에서온 사람들이다. 도대체 나라가 어떻게 되었길래 국민들을 다른나라의 거지가 되어서 헤매도록 놓아두는 것일까? 오래전에 루마니아의 독재자가 죽은 모습을 시청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오페라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루마니아 소녀들이 나에게 위협 비슷하게 ‘너, 내가 무섭지 않아?’ 라고 말했었다. 그녀들의 행색이 너무 난폭해 보여서 난, 슬그머니 다른 곳으로 피하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한참 이쁘고 깨끗한 것을 꿈꾸어야 할 나이에 마치 깡패같은 행색으로 행동하는 그녀들때문에 마음이 아팠었었다. 곳곳에서 만나는 피폐한 동구권 아이들… 그들은 프랑스라는 나라에 오면 먹을 것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오는 것일까? 결국은 그 모든 것이 그나라 위정자들의 책임인 것이다. 개인의 이익을 취하기에 급급하여 국민을 거지꼴로 밖으로 내모는 것이다. 프랑스 인들 입장에서는 전세계의 가난을 프랑스가 모두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잘못된 위정자들에 의해서 나라밖으로 내몰리는 국민들이 존재하는 나라가 하나, 둘은 아닐 것이다. 나는, 한국도 제나라 국민을 제대로 보호해 줄줄 아는 나라가 아닌 것을 안다. 그점에서 난, 프랑스를 참 많이 부러워했었다. 나라가 국민의 세금을 받고도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데 다른 나라에서 그 나라 국민을 보호해 줄 이유를 찾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살아보겠다고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국민들이나 남의 나라에 와서 도둑질을 하다 잡히는 어린 아이들을 가진 나라들이나 참으로 가슴아프기 짝이 없다. 정치 하는 사람들이 우물안 개구리식 비젼을 가지고 개인의 조그만 이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이렇게 한심한 비극들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