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 난방이 알맞게 되어 있었고 날씨는 맑고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물질의 풍요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신은 먼나라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곳에 발을 들인 첫날, 바칼로레아 준비를 위해 공부하려고 왔다는 프랑스인 고등학교 남학생을 마주쳤다. 그에겐 아직 신은 모호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커다란 키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아이였다.
모든것이 완벽했다. 하얀시트, 샤워장 그리고 화장실까지도 완벽한 백색의 세계였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삶이 하얗게 세탁되는 느낌이 드는 수녀님들까지… 이곳은 아주 맑고 깨끗한 세계이다.
방창문 밖으로 맑고 푸르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높게 솟은 성당의 탑이 숭고해 보이기까지 했다.
아침 식사시간, 십자가가 걸려 있는 커다란 식당방에 아이들을 인솔하고 온듯싶은 한 프랑스 남자가 아이들에게 기도문을 읊게 하고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다 외우지 못하는지 중간에 허밍으로 이어간다. 어린애들에게는 에너지가 많은 탓일까? 늘 아이들이 있는 공간은 싫지 않은 시끌벅적함이 함께 한다.
말을 걸기전에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되지 않던 할머니 한분이 느지막이 나와서 내 앞자리에 앉으면 ” 본 아뻬띠!” (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을 건넨다.
자녀들이 여기까지 데려다 주어서 왔지 혼자서는 절대 이곳에 오지 못한다는 푸른눈의 할머니가 이곳에 오니 근심, 걱정이 다 사라져서 좋다고 했다. 나이가 많이 들어서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어도 사람에겐 늘 근심,걱정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사랑이 부족한 것이 죄라시던 수녀님의 말씀이 참 맘에 들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랑을 베풀것인가? 혹시 사랑이 아니라 증오를 심고 다니는 것은 아닐까?
‘타인이 지옥이다’라고 사르트르는 말했었다. 세기의 지성이라고 불리었던 그도 그만큼 인간관계에서 힘들어 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말이다.
조용한 아침, 타인을 향한 사랑을 부풀릴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기도하고자 한다.
영화에서만 보던 수도원에서 지내시는가 보네요.
잠시 쉬러 가신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으신지…
저도 종교는 기독교지만 가끔 도시에서 벗어나 템플스테이를 해보고 싶기도 해요.
ㅎㅎ 혹시 수녀가 되려고 하나 생각하셨나요?
피정 갔어요. 2박 3일 했는데 좋은공기가 느껴지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