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이곳은 ‘뽕뇌프 다리의 연인’이란 영화로 유명한 뽕뇌프 다리 옆에 있는 쁠라스 드 도핀이다. 멀리 보이는 나무들 뒤로는 옳고 그른것을 판단하는 판사들의 사무실인 Palais de Justice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내 핸드폰의 사진기 기능이 별로여서인지 한여름밤을 아직고 비추고 있는 태양빛만 선명하게 보인다. 가족인지 친구들인지 모를 프랑스인들이 모여서 식탁을 차려놓고 공던지기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한국말로 흔히 ‘광장’이라고 번역하곤 하는 place는 사실 ‘장소’라는 말인데 이곳은 ‘공터’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싶은 생각도 든다. 도핀 공터를 나와 뽕뇌프다리로 들어서면 자동차를 세울수 있는 곳을 가르켜주는 팻말이 보인다. 저녁 9시가 넘은 탓때문인지 하늘이 여리고 아름다운 빛깔로 물들어가고 있고 공기는 상쾌하기 짝이 없다.
세느강변을 가득 채우고 있는 빠리지엔들… 그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저물어가는 빠리의 한여름밤의 열기를 식히고 있다. 잔잔한 강물, 노을이 서서히 물들어가고 있는 하늘, 빠리는 여전히 최고의 아름다움을 발산해내고 있다.
뽕뇌프 다리 위 한편에서는 아코디언을 열심히 연주하는 있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또 한편에서는 혼자서 열심히 센느강 풍경을 스케치하고 있는 여인도 있다. 또 가난한 여행객인지 샌드위치를 사서 흡족한 표정으로 저녁 식사를 대신하고 있는 여행객도 있다.
오만가지 재미있는 물건들을 늘어놓고 파는 세느강의 잡상인들..
지나가는 관광객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레스토랑 ‘ LES EDITEURS’, 발행인들이라고 말해야 하나 모르겠지만 주로 책을 만드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아마도 책만드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식당이 아닐까 상상이 되는데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시대 최고의 지성인들이라고 말할수 있으니까 그시대 최고의 생각들이 모이는 지점이 되는 것이다. 토요일 밤이라도 혼자서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차를 타고 지나다닐때마다 ‘ HIBOU’ 라는 식당 이름이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유난히 사람이 많은 곳이다. 언제 한번쯤 이 식당을 친구들과 함께 가보아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가까이 가보니 왁자지껄 시끄럽고 담배연기가 자욱하다. 생각을 달리 먹어야겠다.
지나다보니 ‘마르코 폴로’라는 이름의 식당이 있다. 마르코 폴로는 ‘동방 견문록’이란 책을 쓴 사람이다. 동양을 여행하면서 이태리에 중국 국수를 도입했다고 하는데 믿을 수 있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다.
오데옹 연극장이다. 연극을 보러 온 사람들로 연극장 앞 까페가 붐비고 있다. 좋은 토요일 저녁이다.
연극장을 지나오니 룩셈부르크 공원에 이른다. 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쇠창살들 너머에 사람들이 없는 것같다. 시간이 거의 밤 10시에 이르고 있으니 아마도 공원 관리인들이 사람들을 모두 쫓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날은 아직도 밝기만 하다. 아름다운 한여름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