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밤의 빠리 풍경

20170617_211230밤 9시, 이곳은 ‘뽕뇌프 다리의 연인’이란 영화로 유명한 뽕뇌프 다리 옆에 있는 쁠라스 드 도핀이다. 멀리 보이는 나무들 뒤로는 옳고 그른것을 판단하는 판사들의 사무실인 Palais de Justice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내 핸드폰의 사진기 기능이 별로여서인지 한여름밤을 아직고 비추고 있는 태양빛만 선명하게 보인다. 가족인지 친구들인지 모를 프랑스인들이 모여서 식탁을 차려놓고 공던지기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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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로 흔히 ‘광장’이라고 번역하곤 하는 place는 사실 ‘장소’라는 말인데 이곳은 ‘공터’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싶은 생각도 든다. 도핀 공터를 나와 뽕뇌프다리로 들어서면 자동차를 세울수 있는 곳을 가르켜주는 팻말이 보인다. 저녁 9시가 넘은 탓때문인지 하늘이 여리고 아름다운 빛깔로 물들어가고 있고 공기는 상쾌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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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느강변을 가득 채우고 있는 빠리지엔들… 그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서 저물어가는 빠리의 한여름밤의 열기를 식히고 있다. 잔잔한 강물, 노을이 서서히 물들어가고 있는 하늘, 빠리는 여전히 최고의 아름다움을 발산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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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뇌프 다리 위 한편에서는 아코디언을 열심히 연주하는 있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또 한편에서는 혼자서 열심히 센느강 풍경을 스케치하고 있는 여인도 있다. 또 가난한 여행객인지 샌드위치를 사서 흡족한 표정으로 저녁 식사를 대신하고 있는 여행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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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가지 재미있는 물건들을 늘어놓고 파는 세느강의 잡상인들..

지나가는 관광객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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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 LES EDITEURS’, 발행인들이라고 말해야 하나 모르겠지만  주로 책을 만드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아마도 책만드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식당이 아닐까 상상이 되는데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시대 최고의 지성인들이라고 말할수 있으니까 그시대 최고의 생각들이 모이는 지점이 되는 것이다. 토요일 밤이라도 혼자서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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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지나다닐때마다 ‘ HIBOU’ 라는 식당 이름이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유난히 사람이 많은 곳이다. 언제 한번쯤 이 식당을 친구들과 함께 가보아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가까이 가보니 왁자지껄 시끄럽고 담배연기가 자욱하다.  생각을 달리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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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다보니 ‘마르코 폴로’라는 이름의 식당이 있다. 마르코 폴로는 ‘동방 견문록’이란 책을 쓴 사람이다. 동양을 여행하면서 이태리에 중국 국수를 도입했다고 하는데 믿을 수 있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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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데옹 연극장이다. 연극을 보러 온 사람들로 연극장 앞 까페가 붐비고 있다. 좋은 토요일 저녁이다.

 

 

 

20170617_213643연극장을 지나오니 룩셈부르크 공원에 이른다. 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쇠창살들 너머에 사람들이 없는 것같다. 시간이 거의 밤 10시에 이르고 있으니 아마도 공원 관리인들이 사람들을 모두 쫓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날은 아직도 밝기만 하다. 아름다운 한여름밤이다.

 

 

 

 

A SERIOUS GAME (영화)

355915.jpg-r_1280_720-f_jpg-q_x-xxyxx사진 속의 여인의 모습이 아름답다. 영화의 국적은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였다. 유럽에서도 복지가 가장 잘 되어있는 나라들에서 만들어진 영화다. 시놉시스를 읽어보니 역시 사랑이 테마이다. 늘 문학과 영화에서 말해지는 주제이지만  싫증나지 않는 주제이다. 북유럽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는 어떨까?

빠리의 Les Halle 영화관에는 영화관이 30개가 넘게 배치되어 있는데 이 영화는 아주 작은 방에 배치되어 있었고 관객수도 20명정도밖에 없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1901년이었다. 어차피 현대는 물질만능의 시대로 접어들어서 돈이 신이 된 것을 기정 사실화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1901년대부터 북구 유럽은 돈이 신이 되었던 것은 아닌지 영화의 스토리가 증명해주는 것같았다. 북구 유럽 사람들은 솔직하고 신사적으로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아주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람들도 사랑때문에 자살도 하고 인생을 망치기도 하는 것이다.

 

172639.jpg-r_1280_720-f_jpg-q_x-xxyxx1901년,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오페라 비평을 주로 쓰는 젊은 아르비드는 화가의 그림을 보러 갔다가 그 화가의 딸, 리디아에게 한눈에 반한다. 아르비드는 리디아를 만나서 그녀를 사랑하지만 자기는 돈이 없어서 결혼을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한마디때문이었는진 모르겠지만 리디아는 돈많고 나이 든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한다.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서 딸까지 얻은 리디아는 다시 스톡홀름을 찾아서 아르비드를 유혹한다. 아르비드도 돈많은 집 딸을 만나서 결혼을 했고 그도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중이었다.

446298.jpg-r_1280_720-f_jpg-q_x-xxyxx한번 아르비드를 만나서 사랑을 나누었던 리디아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허락을 얻어내고 스톡홀름에서 혼자 생활하며 아르비드를 기다린다.

아르비드는 자신은 이미 결혼했다고 이혼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리디아에게 밝히지만 본심은 리디아를 사랑하고 있다. 리디아를 짝사랑하던 남자가 자살을 하고…

당신같이 부드럽고 교양있는 남편과 결코 이혼할 수 없다는 부인에게 아르비드는 결국 우리의 결혼은 거짓을 토대로 이루어진 것이었다면서 가방을 꾸린다.

 

443017.jpg-r_1280_720-f_jpg-q_x-xxyxx기차역에서 가방을 싸서 부인곁은 떠나온 아르비드와 딸을 결코 너같이 방탕한 여자(리디아)에게 줄 수 없다는 전남편으로부터 간신히 허락을 얻어 데리고 나온 딸을 동반한 리디아가 마주치는데 리디아는 아르비드의 시선을 피하면서 딸을 데리고 발길을 재촉한다.

진부한 주제이지만 이런 경우, 어떤 선택을 했어야  그들은 행복해질 수 있었을까?  사랑이 행복일까? 행복이 사랑일까?

엇갈린 선택 속에서 불행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마도 이 영화의 주제인 듯도 싶었다.

 

신선한 바이올리니스트, Laure Schappler

20170609_211458먼저 살던 동네의 도서관에서는 늘 콘서트라든지 그림 전시회와 같은 문화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메일로 초청장을 보내주니 문화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서 편리하기도 하다.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도 듣고 대화도 한다는 멘트를 보고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지도 기대가 되었었다. 도서관 정원 안으로 들어서는데 정원 저쪽에 사람들과 섞여 있는 한 여성이 나에게 눈길을 주는 것이 느껴졌다. 못보던 사람인데 도서관에 새로운 직원이 채용되었나보다 하고 생각을 했다. 바이올린 연주를 듣기 위해 자리에 앉았는데 아까의 그 여직원이 앞으로 나와서 창문에 드리운 햇빛조절 장치를 이렇게 할까요?저렇게 할까요? 하며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온다.  붉고 짧은 쇼트머리에 깃을 세운 하얀 와이샤츠 그리고 청바지위의 굵은 벨트가 아주 세련되어 보이는 여인이었다.

연주가 시작될즈음에 비로서 직원처럼 보였던 그여인이 바로 바이올리니스트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녀의 이름은  Laure Schappler 였다.

20170609_204640그녀는 세종류의 바이올린을 들고왔다. 작은 노트북에 스피커를 들고와서 피아노 반주대신 사용하고 자신이 들고온 18세기에 만들어진 바이올린과 전자 바이올린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하면서 어떻게 자신이 바이올리니스트가 된 것인지를 이야기했다. 그녀가 바이올린을 시작한 때는 초등학교때였다고 했다. 프랑스에서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악기를 하나쯤 다루게되는데 그녀는 하프와 바이올린 중에서 선택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들고 다니기에는 하프보다 바이올린이 쉽다고 생각해서 바이올린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주관하는 단체 음악 여행을 갔었는데 그 여행은 9살에서 14살까지의 아이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고 했다. 그때 그 여행에서 만난 14살 여학생이 트롬펫을 연주하고 있었는데 14살이 되니까 트롬펫 연주하는 것이 지겹다고 트롬펫 배우는 것을 그만두겠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고 당시 9살이었던 바이올린 연주자는 집에 오자마자 부모님께 만약에 그녀가 14살이 되어서 바이올린을 그만두겠다고 하면 17살까지 바이올린을 계속하도록 부모님이 용기를 주시기를 부탁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14살이 되던해 그녀는 바이올린을 그만두고 싶었는데 17살까지 계속하라고 부모님이 주장하셔서 바이올린을 계속하게 되었었고 그 덕분에 지금은 바이올린을 하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 지금 그녀가 속해 있는 연주단체에  있는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20170609_204619보통의 바이올린 연주자들은 긴드레스를 입고 격식을 차리고 대중과 거리를 두는 방법으로 연주를 하는데 마치 도서실 직원같은 차림으로 허드렛일을 도우면서 연주장에 들어서는 바이올리니스트, 그녀는 클래식에서 랩음악까지종횡무진으로 연주를 하면서 관중을 완전히 압도하는 것이었다. 전자 바이올린의 경우엔 컴퓨터와 연결하여 스피커 장치를 하지 않으면 음이 어떤식으로 들리는지까지 솔직하고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면서 말이다. 솔직한 이야기, 솔직한 연주 그리고 솔직함으로부터 나오는 맑고 상쾌한 에너지까지 마음껏 즐길 수 있었던 매우 유쾌하고 신선한 연주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