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은 일년 중의 밤이 가장 짧은 날이다. 1976년 프랑스의 음악 방송국에서 일하던 미국의 음악가 Joel Cohen은 기발한 생각을 해내었다. 일년 중에 밤이 가장 짧은 날인 6월 21일과 일년 중에 밤이 가장 긴 12월 21일에 음악 축제를 개최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렇게 미국인 음악가의 머리속에서 만들어진 음악 축제 아이디어는 1982년에 와서 당시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었던 Jack Lang에 의해서 공식 축제로 자리를 잡게된다.
해마다 6월 21일이면 음악을 좋아하는 빠리지엔들은 밤을 새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빠리시내를흥으로 돋구곤 해왔었다. 그리고 2015년 11월 13일, 빠리 시내에 있는 콘서트 장 Bataclan에서
불행한 테러사건으로 많은 인명이 희생된 이후, 빠리지엔들은 움츠려 들었었다.
몇년동안 레스토랑도 카페도 모두 공포의 분위기로 을씨년스러웠다.
그 공포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지만 올해 빠리의 음악축제는 다시 활기를 되찾는 느낌이다.
미국인 음악가가 고안해 낸 음악축제는 이제 세계적으로 뻗어나가 국제적인 행사가 되었고
전세계 100여개국의 나라들이 즐기는 축제가 되었다.
아직도 빠리에서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테러의 악몽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이유다.
인터넷을 통하여 빠리의 어느 지역에 어떤 음악들이 소개되는지 알 수 있다.
이날, 나는 유스타쉬 성당 근처로 나갔었다. 성당 옆의 까페에서 아랍 음악이
흘러 나오고 그 까페 앞에 모인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다. 한국의 가요만큼이나
심금을 울리는 음악이 울려 퍼진다.
성당 한구석에서는 젊은 아랍인 여자가 랩을 부르고 있다. 랩은 저항음악이라고 해서
요즘 꽤 인기가 있는 음악이다. 어느 시대나 저항하는 사람들은 있고 또 한국에서와 달리
프랑스에서는 저항하는 사람들에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
시간이 밤 9시가 넘었는데도 날은 아직 밝고 이렇게 사람을 기다리며 준비중인 까페도 있다.
les halles에 최근에 완성된 건축물을 향해 간다. 언제 보아도 이 건축물은 너무 훌륭하다.
퐁피두 센터를 거쳐 마래지구에 도착하니 어둠이 내려앉는다. 온통 거리가 사람으로
메꾸어져 발 디딜 틈이 없고 모두들 몸을 흔들어 대고 있으니 빠져나갈 틈이 없다.
거리가 디스코장이 되어버린 느낌이다.광란의 장이다.
괴성을 지르며 때로는 무당이 신들린듯 온몸을 흔들며 춤추는 사람들 사이를 간신히 빠져나와
보즈광장에 다달았다. 예전에 이곳에선 클래식에서 재즈까지 또 민속음악까지 연주되곤했었다.
드문 드문 재즈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보일뿐 아직도 테러의 트라우마에서 사람들이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것같다. 날이 어둡고 지붕이 있는 곳으로 오니 사진도 흐릿하게 나와서 사진 찍기를
멈추었다. 무서운 사건들의 연속으로 빠리지엔들의 가슴 속에 자리 잡은 트라우마가 벗겨질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밤이 점점 깊어 가는데 빠리는 흥으로 열기를 더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