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리의 뻐스 운전사

IMG_20190525_180529                                                                            뻐스 앞좌석에서 본 운전석

 

기온이   갑작스럽게 상승했다. 빠리는 기온 변화가 예측을 불허할 정도로 변화 무쌍하지만 늘 알면서도 늘 속는 기분이다. 가끔 나는 빠리의 뻐스 운전수들을 하릴없이 관찰하곤 하는데 오늘의 운전수는 밖의 누군가를 향해 아주 다정하고 여유 있는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다. 아마도 동료운전수인 것같았다. 늘 같은 여정을 왕복해야 하는 뻐스 운전수들에게는 어쩌면 동료 운전수에게 보내는 손짓 하나가 의미를 줄 수도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에 잠기다 보니  지난 번 바스티유에서 오페라까지 가는 뻐스에서 있었던 일이 문득 떠 올랐었다. 당시에  `길 잃은 뻐스 운전수`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야겠다 생각해 놓곤 시간을 내지 못했었다.  그 뻐스 운전수는 그날 그 뻐스의 여정을 처음으로 운전하게끔 배정을 받았다고 했다.  그 뻐스가 가는 여정에 공사 현장이 있어서 다른 길로 돌아가게끔 되어 있었는데 처음 길이다보니 길을 잃고 헤매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 빠리의 교통 공사의 열정은 길을 모르는 운전수들을 모르는 길에 배치하는 것이다`이었다.  그 뻐스에 타고 있던 빠리지엔들이 그에게 어디를 통해서 가야 하는지 훈수를 주고 있었다. 길을 헤매는 그 운전수 덕분에 나는 보즈 광장의 아름다운 정원이며 빅톨위고의 박물관 그리고 그 옆으로 옹기 종기 있는 갤러리들을 여유 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길 잃은 운전수때문에 약속 장소에 늦어질 수도 있었겠건만 아주 친절하고 여유있게 운전수에게 길을 가르쳐  주어가면서 웃음을 잃지 않는 빠리지엔 승객들도 나에게 감동을 주었지만 길을 잃고도 유머를 잃지 않고 빠리 교통공사의 열정 운운하는 운전수의 뱃짱이 나를 또 감동시켰다.  어쩌면 자기 합리화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같으면 나에게 맡겨진 업무를 잘해내지 못했을때 심한 자괴감으로 절절 매곤하는데 이 사회에서는 자기 업무를 소홀히 해 놓고도 핑계를 여유있게 찾아내어 자신을 합리화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는 깨달음에 이른다. 아니 다르게 말하면 자신의 능력을 솔직하게 말해서 관중에게 도움을 받거나 이해시키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여유가 많은 사회의 구성원들이 갖게되는 능력인지도 모르겠다. 선진사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지는 몰라도 이 사회에서는 자기 자신을 심하게 훈련시켜서까지 무엇인가 이루려는 노력들을 하지 않는 것같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건강을 해친다는 인식들을 하기때문인지 스트레스가 되는 일들은 권하지도 하지도 않는 경향으로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