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원에서 우연히 여자들의 수다를 엿들었다. 머리에 염색들을 하고 모여 앉은 여자들, 내가 들어서자 한 여자가 내게 말했다. ‘난, 너처럼 머리결이 곧았으면 좋겠어.’ 내가 미처 대답을 하기 전에 옆에 앉아 있던 젊은 여자가 말을 했다. ‘ 우리는 곧은 머리를 부러워하지만 동양여자들은 우리의 곱슬머리를 부러워 해.’ 남의 마음을 어떻게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하는지 의문이 드는 여자였다. 그곳에는 네 여자가 앉아 있었다. 20대 30대 40대의 여자인듯 싶었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38살이라고 밝힌 여자는 23살의 아들과 5살의 아이가 있다고 했다.2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는 쌍둥이를 낳아서 더 이상 아기를 갖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 쌍둥이 엄마는 38세의 여자인, 5살 아이와 23살의 아이를 가진 여자에게 물었다. ‘ 18살의 나이 차가 나는 그 두 아이가 같은 아빠의 아이니?’ 38세의 엄마가 대답한다. ‘ 너, 제정신이니? 18년을 한 남자와 계속 산다고? ‘…. 한국적 사고 방식으로 볼때 참 정신 없는 세계이다. 더이상 한 남자와 한평생을 같이 한다는 사실이 정상이 아닌 사회인 것이다.
그녀들은 버림 받은 아이의 심리 상태보다 더 심각한 상태는 부모로부터 거절당한 아이라고 했다. 이들은 대부분 아이만 데리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혼자 사는 여자들인 것같았다. 혼자 사는 여자들 이 아이를 데리고 살 수 있는 프랑스 사회는 여러가지 복지가 잘 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들은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학교 선생과 심리 상담자, 그리고 주치의들의 말을 인용하면서 아이들을 기르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으로 정신없는 사회이다. 그녀들은 또 동양인의 머리결, 백인의 머리결, 흑인의 머리결, 혼혈아로 태어난 아이들의 머리결에 대해서 전문인같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정신없이 이어지는 그녀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정신이 혼란해지는 느낌이었다. 아니, 인간이 더 이상 인간이 아니고 어쩌면 물질의 한 상태가 되어버리고 말았고 물질의 한 상태가 되어버린 그 상태에 대해 의문을 품거나 생각하지도 않고 기계적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것같다는 느낌…. 세계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