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을찾으려고현금인출기앞에갔다가한부부를보았어.물론프랑스인이었지.
남자는아기를등에엎고마침돈을인출하고있었고여자는옆에기대어있었어.그런데그들은둘다
지팡이를하나씩짚고있었어.눈이감겨있었어.장님이었던거지.손을더듬거리며코드를누르고있는
남자를보면서혹시라도나쁜사람이달려들어서나쁜짓을하게되면어쩌나하는염려가드는거였어.
아마도그런경우를방지해서여자가비록보이지는않지만옆에기대어감시를하고있는건지도몰라.
뒤에서그두사람이일을끝내고그자리를떠나주기를기다리는내마음이참지루했어.그들의행동이
그만큼느렸던때문이지.그런데말이야.그장님남자의등에엎혀있던아기가나를보고아주상냥한미소를
짓는거야.아기는입에젖꼭지를물고있었고머리에는털모자를쓰고있었어.아주커다랗고쌍커플이
크게진눈이나를바라보며살살미소를짓는거야.난,단지이방인에불과한데말이야.순간그런생각이들었어.
감겨있는눈을하고있는부모밑에서어쩌면누군가의눈동자를마주친다는것조차도그아기에게는
기쁨이었는지도모르겠다는생각이드는거였어.무표정한얼굴에감은눈을하고어눌하게코드를누르고
현금을인출하고있는그들이한편으론답답해보이면서도한편으론신기했어.그들이자리를비키고
내가인출기앞으로다가섰는데아기는고개를계속나를향해돌리면서미소를짓는거야.
마음이울컹해지는순간이었어.장님부모한테서도저렇게아름다운눈을가진아이가태어나긴했는데
아마도아기는자기와다른눈을가진부모들사이에서극도로외로움을느끼고있는것은아닐까?하고말이야.
입에젖꼭지를물고있을나이의아이가갑자기너무나성숙해보이는거였어.
아기는왜?나에게사뭇그런애교스런미소를보내는거였을까?그리고앞으로그아기가살아가면서느껴야할
어려움들이자꾸걱정이되는거였어.그래도그아기는어쩌면잘극복해내어나중에부모까지보살필아이인지도
모른다는생각을했었어.너무나이쁜눈을가진아이,그리고애교스런아이..
천천히지팡이를짚고멀어져가는그장님부부를바라보면서자꾸마음이아파지는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