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의 이야기(큰 활자본/송년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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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 이야기 세트 (큰활자본/전용박스 + 2020 벽걸이 달력 포함) – 전4권 – 송년 에디션
김은성 지음 / 애니북스 / 2019년 12월

 

‘세상에서 사라져서는 안 될 책’으로 tvN ‘알쓸신잡’을 통해 관심을 받으며 절판된 지 4년 만에  개정판으로 나온 책, 이번엔 큰 활자본으로 다시 출간된 책을 만나봤다.

 

한국의 가요 중에 이미자란 가수가 부른 ‘여자의 일생’이란 노래가 있다.

듣다 보면 우리 할머니 세대나 엄마들의 세대들이 겪어 온 인생의 고달픈 이야기를 담은 듯한 가사 내용이 아픔을 전해주는데 이 책에서 보인 엄마의 일생 또한 다르지 않다.

 

마흔에 처음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저자는 10년에 걸친 시간 동안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그 이야기를 녹취해서 그림에 녹여냈다.

 

정교하고 섬세한 그림의 선이 아닌 투박하면서도 보면 볼수록 정이 드는 그림의 세계, 엄마의 얼굴도 딸의 얼굴도 집 밖에 나가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얼굴들이다.

그런 딸의 그림과 이야기는 엄마의 인생 이야기이자 한 개인의 역사면서 한 시대에 녹아들며 살아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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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청 물장수란 말이 유명하듯 저자의 엄마 고향은 이북이다.

놋새라는 애칭을 가진 엄마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일본군 위안부 징징을 피하기 위해 누구나 그러했듯 서둘러 원치 않은 결혼을 했다.

6.25 전쟁으로 이북을 떠나 남한에 정착하고  굵직한 한국 현대사의 역사를 관통하고 살아온 이야기는 무심코 던지는 이북 사투리를 살려낸 저자의 노력으로 한층 독자들의 가슴을 절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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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소설에서 나올듯한 한 개인의 삶을 그려낸 듯한 인생의 이야기는 모녀간의 대화를 통해서 실제 생활에서 벌어지는 평범한 일상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그 차지한 부분들 속에 차곡차곡 쌓인 그리움이 존재한다.

 

책을 읽으면서 어릴 적 할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와 너무나 많은 부분들이 겹쳐 놀랐다.

비단 저자의 어머니 이야기만이 아닌 우리 할머니, 어머니의 이야기로 집약될 수 있는 이 책은 다시 재조명되지 않았더라면 어쩔뻔했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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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도착되자마자 펼친 큰 활자본 또한 톡톡히 읽는 즐거움을 더했다.

 

엄마 곁에서 같이 보면서 때론 한 장면을 두고 한 시간 이상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할머니가 그리워졌기도 했던 시간을 갖게 한 책, 어찌 보면 역사란 것이 이런 한 개인 개인들의 삶이 모여서 역사란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게 했다.

 

더함도 모자람도 없는 담백함 속에 수묵화의 농담을 연상시키는 그림과 더불어 오늘도 여전히 그리운 ‘엄마’란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 책,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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