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은 역시 설악산이었다. 지난 10월5일 밤에 출발해서 2박3일 동안 설악산을 산행하고 돌아왔다. 우연은 아니지만 바로 이어 10월8일부터 10일까지 제주도에 일이 있어 다녀왔다. 마침 우리나라 단풍이 비교되는 최북단의 산과 최남단의 산을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일을 하는 것과 별개로 단풍을 한 번 비교해보기로 했다.
설악산 공룡능선 중간지점의 단풍.
단풍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설악산 단풍은 10월2일 시작해서 점점 절정으로 치닫는다고 했다. 10월6일부터 7일까지 백담사~영시암~오세암~마등령~공룡능선~희운각대피소~소청대피소~중청대피소(1박)~소청대피소~봉정암~백담사로 돌아왔다. 한국의 3대 단풍 명소로 이름난 천불동 계곡을 못 가본 것이 다소 아쉽긴 했지만 구곡담과 수렴동 계곡의 단풍도 천불동 못지않게 유명하다.
설악산 구곡담계곡의 단풍은 뻘겋게 물들어 가을의 정취를 더욱 자아내고 있다.
설악산 등산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가을단풍. 설악산 어느 곳의 단풍이 아름다운지를 살펴보기로 했다. 마침 한국의 단풍이 가장 먼저 시작된 설악산에서 단풍을 만끽하기로 마음먹고 출발했다. 백담사 계곡을 들어서자 울긋불긋한 단풍이 눈길을 끌긴 했지만 감동을 주는 수준은 아니었다. 마등령을 거쳐 공룡능선도 이미 절정에 접어드는 듯했으나 화려하지는 못했다.
구곡담 계곡 위의 단풍은 마치 물감을 흩어놓은 듯 수채화와 같이 울긋불긋 화려한 색깔을 뽐내고 있다.
구곡담 계곡 위의 화려한 단풍.
이만한 붉은 색깔이 없을 정도로 단풍이 붉게 물들었다.
고도를 높일수록 단풍은 절정에 접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감동을 주기에는 역부족. 중청에서 하루를 보내고 봉정암으로 가자 감동이 더 다가왔다. 울긋불긋한 색채가 화려하기도 하고, 마치 물감을 뿌려놓은 듯 하고, 보는 순간 감탄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봉정암에서도 아주머니들이 단풍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이어지는 구곡담계곡과 수렴동계곡의 단풍도 감동의 수준은 더했다. 계곡의 흐르는 물과 어우러진 단풍은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감상적으로 만들었다. 이 단풍이 끝나면 겨울이 오고, 또 다시 한 해는 지나고, 나이는 또 한 살 더하고, 세월무상이다.
마등령의 단풍은 아직 제대로 물이 들지 않은 상태다.
봉정암 단풍.
봉정암 주변 관음봉을 둘러싼 단풍들도 화려한 색깔을 뽐내고 있다.
계곡의 물과 어울린 설악산 수렴동 계곡의 단풍.
일을 마치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10일 최남단 한라산으로 향했다. 불과 1~2년 전에 개방된 한라산 영실로 올라가 어리목코스로 내려오기로 했다. 영실 등산로 주변의 단풍은 아직 기미를 느낄 수 없는 수준이었다. 병풍바위와 오백나한이 있는 절경의 영실기암의 단풍도 영 부실했다. 제대로 단풍이 들었다면 기암과 어우러진 단풍이 더욱 빛났을 법도 하건만. 간혹 눈에 띄는 단풍이 있긴 했지만 설악산과 비교할 바는 못 됐다.
영실기암 주변 오백나한의 단풍은 아직 물 들지 않은 상태인 듯했다.
어리목코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침 내려오는 길에 안내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한라산의 단풍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은은한 멋이 있습니다. 파스텔톤의 갈색, 주황빛, 노랑빛을 띤 단풍이 주를 이룹니다.’라고 돼 있다. 그러나 어리목계곡에 이르자 설악산과 한라산 통틀어 본 단풍 중에 가장 아름다운 단풍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것도 등산로 바로 옆, 어리목 계곡 자락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한참동안을 이리저리 다른 각도로 렌즈에 담았다.
이젠 단풍이 전국의 산들을 한창 수채화로 물들이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두 산의 단풍을 감상해 보시라.
한라산 어리목 등산로 주변의 등산도 아직 감감 무소식인 듯했다.
어리목 등산로 끝자락 즈음에 있는 어리목계곡에 완벽한 단풍이 다리 양 옆으로 눈길을 확 끌었다.
어리목 계곡의 단풍은 설악산 단풍 못지않은 색깔을 뽐냈다.
한라산 영실 병풍바위 위의 단풍도 별로 화려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라산 영실 등산로 주변에 있는 단풍.
한라산 영실 등산로 주변에 있는 단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