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시한폭탄’ 위기의 순간이 다가온다

[저금리의 유혹, 불어가는 가계부채]

국내 경기둔화로 인한 자금경색, 건설경기 활성화로 풀어내려는 부동산 만능주의

서민들도 돈 쓰도록 유도하는 정부정책… 실 수혜자는 서민 아닌 투자가들

생계형 대출은 늘어가는데 대책은 없어… 서민금융은 공염불이었나

올해 3분기 한국은 0.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전통적으로 한국 경제의 중추였던 수출과 소비가 부진하면서, 4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가계부채가 심상치 않다. 1200조원대 규모도 문제이지만 저소득·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빨라지고 있어 가계부채의 질(質)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그래픽 = 조선일보 디자인편집팀
가계부채가 심상치 않다. 1200조원대 규모도 문제이지만 저소득·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빨라지고 있어 가계부채의 질(質)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그래픽 = 조선일보 디자인편집팀

 

부동산과 건설 부문은 선전했다. 올 3분기 건설투자는 작년 동기 대비 11.9%나 늘었으며 GDP의 지출 부문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 현상을 마냥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그 이면에 가계부채 문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을 구매하는 수요자는 비용의 상당수를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부동산과 건설 주도의 성장은 부채의 증가를 뜻하기도 한다.

<생각보다 심각한 가계부채 현황>

분기를 거듭하며 주택담보대출과 은행권 집단대출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활황은 자본을 시장에 더욱 많이 풀어놓게 만들지만 그 스트레스는 가계가 부담한다. / 디자인 = 조선DB
분기를 거듭하며 주택담보대출과 은행권 집단대출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활황은 자본을 시장에 더욱 많이 풀어놓게 만들지만 그 스트레스는 가계가 부담한다. / 디자인 = 조선DB

 

  • 폭발 직전 가계부채, 100만원 벌면 빚 갚는데 24만원

IMF는 지난 8월 발표한 한국 보고서(2016 ARTICLE IV)에서 가계부채 문제를 한국 경제의 리스크로 지목했다.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올해 1~8월 가계부채 증가세가 예년의 2배 이상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공동 발표한 ‘2015년 가계 금융 복지 조사’에 따르면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중은 24.2%로 처음 조사를 시작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월급 통장에 100만원이 들어오면 이 중 24만 2000원을 빚 갚는데 썼다는 의미다.

  • 부채 보유자 4명 중 3명 “빚 부담 때문에 지출 줄여”

가계가 빚을 갚으나 허덕이면서 외형상으로는 흑자가 나지만 소비는 줄어드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번 가계 금융 복지 조사에서도 금융 부채를 보유한 10가구 중 7가구는 원리금 상환이 생계에 부담을 준다고 답했고 이 중 78%는 빚 부담 때문에 저축과 씀씀이를 줄였다고 했다.

  • ‘풍선효과’로 서민들의 생계만 힘들어져

3분기 가계부채의 급증세는 보험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대출이 이끌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3분기 가계대출 증가액은 11조1000억원으로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 2월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자 상대적으로 대출을 받기 쉬운 제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원인>

  •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011년 3.25%에서 2016년 10월 1.25%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는 대출에 대한 유인을 키워 가계의 차입비용을 감소시켰다.

  • 주택시장 활황 분위기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2015년 정점을 기록한 이후 급락했으나, 2016년 들어 다시 크게 오르고 있는 추세이다. 반면 주택 전세시장은 감소하고 있으며, 2015년에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2008년 이후 최대 수준을 보였다. 정부의 규제 완화도 주택시장 활황에 한 몫 했다. 2014년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규제완화의 일환으로 LTV(Loan-to-Value ratio, 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Debt To Income, 총부채상환비율)를 지역과 관계 없이 각각 70%와 60%로 완화했다*(편집자 주 참고). 이 정책으로 인해 주택 매매에 대한 가계부채가 급증하게 되었다.

편집자 註 : DTI는 대출받은 사람의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통 이 비율을 50%로 규제합니다. 가령 1년 수입이 4천만원이라면 1년 동안 갚아야할 원금과 이자는 2천만원 미만으로 잡아야 합니다. 주택시장의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07년도 도입한 제도였지만, 최경환 전 부총리가 규제완화로 이 비율을 50%에서 60%로 완화한 것입니다.

LTV는 주택담보대출을 할 때 적용하는 담보대비 대출가능 한도입니다. LTV 또한 60%가 원안이었지만 10% 높인 70%까지 담보물 가치설정을 해준다고 한 것입니다. 즉 지금 시가 5억의 주택이 있다면 3억 5천만원까지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 가계소득의 부진

가계부채에서 생활비를 위한 대출의 비중도 크다. 최근 저성장 국면에서 특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생활비를 위한 신용대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 외에도 부채상환을 위한 신용대출 역시 증가하고 있다.

<주객전도된 부동산 대책, 서민금융은 空念佛이었나>

부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상환 가능성이 높은 건전한 부채는 레버리지를 일으켜 건설적인 투자를 촉진하고 경제에 선순환을 일으킨다. 문제는 현재 가계부채가 상환가능성이 낮은 ‘악성부채’라는 것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이 서민, 자영업자 위주의 생계형 부채이다. 비은행권 대출은 은행권 대출보다 금리가 두 배 가까이 높아 금리 인상기에 빚을 갚지 못할 위험이 큰데, 생계형 대출의 상당부분이 비은행권에서 자금을 차입하고 있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현 시점에서 변동금리대출 위주의 비은행권 대출은 위험부담이 더 커진다. 가계부채도 빈익빈 부익부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가계대출 통계에는 집계되지 않지만 자영업자의 대출의 위험성도 상당하다.  대출 규모 자체가 증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자영업 자체가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 많아 국내 경기 상황에 따라 부실화될 위험이 크다. 자영업자 생계형 대출이 제때 상환하지 못하면 내수시장이 도미노처럼 붕괴될 가능성이 대두된다.

2015년 12월, 정부는 대출 규제 심사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했다. 수도권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을 없애고 원리금부터 상환하게 했다. 올해 8월 25일에도 또 하나의 대책이 발표되었다. 하지만 수많은 대책들이 가계부채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지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부채는 양날의 검이다. 기존 시장에 돌던 통화량 이상으로 자본을 투하해 경기를 단기간에 활성화시킬 수도 있지만 부채를 잘못 통제했을 경우 경제를 이루는 계층이 허약 체질부터 붕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부동산 대책발표는 경기부양과 주택시장 활성화다. DTI와 LTV 비율을 높여 서민금융을 살리고 ‘내 집 장만’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문제는 정책의 취지와 현실 간의 괴리가 심하다는 점이다. 부동산대책의 실 수혜자는 서민층이 아닌 투자여력이 있는 중산층에 돌아가고 있다. 생계형 대출이 증가하는 것은 악성부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주택투자를 위해 자금을 융통하는 것이 아니라 주택을 담보로 생계자본을 차입하는 것이 목적이 되었다. 또 자영업자와 서민들은 은행권 대출을 거절당해 제2, 3금융권을 전전하며 고리에 자금을 차입한다.  빚을 견디다 못해 쓰러지는 서민층이 많아지면 경제 펀더멘탈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 해결책은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한국경제는 부동산 ‘만성’ 의존형이다. 건설경기가 호황을 이뤄 약간의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면 분명 경기는 좋아진다. 하지만 그것이 만능주의, 만성에 젖어서는 안된다. 경제 펀더멘탈은 하위계층이 튼튼해야 대내외적 스트레스에 견딜 수 있는 법이다. 부동산 대책은 서민금융이 보다 자생할 수 있는 방안에서 접근해야 옳다. 그 전에 가계부채를 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제도적인 여건을 형성해줘야 함을 물론이다.

조선일보를 읽는 전경련EIC의 선택, 초익스

글 = 이수민(건국대), 이인혁(중앙대), 홍현우(서울시립대), 박윤희(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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