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계단에서마르틴과약속을하고나오는길에전철에서책을읽는데집중한탓에장갑을놓쳐버렸다.
아마도책을읽으면서전철에올라탈때떨어져버린듯싶다.오래전에BonMarche에서구입한아주마음에드는장갑이었는데…
마르틴과점심을끝낸후라파이에트백화점에들렀다.언제부터인지이백화점의물건들은더이상고급의물건들이
아니었다.돗대기시장을방불하게배열한물건들하며하지만오페라에서가까운장소이니장갑을사기위해들렸다.
1층을메우고있는이런저런악세사리,지갑,시계등을구경하며화장품코너에다달으니얼굴이하얀점원아가씨가나를붙잡고화장품선전을한다.여름에대비해서피부에수분을공급해주는새로운화장품이나왔단다.나에게물어보지도않고내손을성큼잡으며화장품을바르기시작한다.입으로는계속화장품에대한미사여구들을동원하면서말이다.
붉은머리의그아가씨의불어발음이액센트가심해아마도동구권에서온아가씬가보다생각하면서어느나라출신이냐고물으니이태리라고답한다.화장품도이태리제란다.나는’와우,나는이태리를너무좋아해요!’하고말해버렸다.
이태리어디를다녀왔느냐고묻는다.’로마,피렌체,페루지아.."20세쯤되었을까?하얗고포동포동한손으로내손을정성껏맛사지하는그녀가매우사랑스러웠다.이래서젊음이좋은거구나!나는내손을그녀에게맡겨놓은채이런저런대화를나누었다.손맛사지를받았으니당연히물건을사주어야하겠지만나는다음기회에오겠노라고말하고돌아섰다."그라치아"그녀가이태리말로고맙다고말한다.고맙다는말은내가해야되는말이아니었던가?
계절이봄을향해치닫다보니내가사고자했던장갑은살수가없었고인파에밀려라파이에트백화점을나오고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