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알게된 프랑스 여자분에게 무언가 한국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는 빠리의 중심부에 멋있는 아파트를 갖고 있었고 빠리에서 1시간쯤 차를 달려서 가는 곳에 정원이 넓고 큰 2층 집을 갖고 있는 분이었다. 그녀가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알고보니 내가 프랑스에서 석사까지 공부했다는 것때문이었던 것같다. 그녀는 몸매가 빼어나고 푸른눈을 가진 아주 아름다운 중년의 여인이었지만 남편을 일찍 잃은 여자였다. 본인은 아버지가 아주 부자여서 가난하지만 똑똑한 남편에게 지참금을 가지고 일찍 결혼했었다고 하는데 대학을 가지 않아서 그런지 지적인 사람과의 만남을 몹시도 좋아하는 것같았다. 늘 나를 만나면 자기가 읽은 책 이야기를 꺼낸다. 그런데 예의상 내이야기를 들어주기는 해도 그 태도에서 무언가 한국을 알지도 못하거니와 일본을 훨씬 높이 평가하는 것이 느껴졌었다. 그녀의 아파트 아래층에 프랑스 남자와 결혼했다가 남편이 죽어서 과부가 된 일본여자가 있는데 그 일본여자의 직업은 미용사라고 했다. 툭하면 그 일본여자 이야기를 꺼내는데 문득 한국의 김밥이 일본의 스시보다 더 괜찮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주고 싶었다. 인터넷을 통해서 보니 태극 김밥이라는 것이 있었다. 여러가지 재료가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중에 깻잎이 있었다. 한국 식품점에 가서 깻잎을 사왔다. 20장 정도 되는데 4유로 정도 지불했다. 깻잎을 사와서 새삼 고소한 깻잎 냄새를 맡다보니 어린시절 기억 속으로 살며시 들어가는 것이었다. 명절이면 소고기 다진 것을 깻잎으로 싸서 부친개를 만들고 고추 속을 빼고 소고기 다진 것으 넣어서 부친개를 만들고 했던 기억들이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명절이면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집으로 찾아오던 친척들… 그 친척들을 만난다는 설레임으로 명절을 기다렸던 기억들… 그리고 명절을 위해 만들어 놓은 온갖 떡들과 부친개, 잡채 등 이 커다란 소쿠리 속에 담겨져 보관되어 있던 부엌 뒷방… 심심하면 그 뒷방에 가서 떡이나 부친개를 꺼내어다 먹던 기억들. 하얀 가래떡을 불에 구워 먹던 기억들… 선진국이라고 프랑스를 선망하여 배우러 왔었고 그리고 이곳에 머물게 되어 얼굴이 다르게 생긴 사람들 사이에서 그래서 존재의 가치를 인정 받고자 무의식적으로 몸부림치는 지금의 생활들… 그 프랑스 여자의 이름은 세실이었다. 세실은 사실 극우파를 지지하는 프랑스 여자이다. 다시 말하면 프랑스 땅에서 외국인들을 쫒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류이다. 사실 세실을 처음 만났을때 그녀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여자였다. 몇번의 충돌, 그리고 안만나다가 우연히 성당에서 마주쳐서 다시 만나고… 를 반복했는데 어느날 그녀의 집에 가보니 한국 요리책을 사다 놓았는데 진정한 한국요리가 아닌 이상하게 변질된 것이었다. 그래서 난, 태극 김밥을 정성껏 만들어서 그녀에게 가지고 갔었던 것이다. 내가 만든 태극 김밥을 보더니 감탄의 눈빛이 역력하다. 무심코 이래서 아시아 사람들을 좋아한다는 말이 튀어나온다. 아! 씨! 시간만 되면 요리책을 보고 연구해서 갈비찜도 맛 보여주고 그 외의 훌륭한 궁중요리를 연구해서 그녀에게 한국의 맛스럽고 운치 있는 양반 요리의 진수도 보여주고 싶은 이 충동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독일에 갔을 때 뮌헨 역에서 김밥을 발견하고는 반가워서 사먹었어요.
그런데 스시라는 이름이 붙어서는 한국식이 아니라 일본식이더군요.
맛도 없고 가격만 비싸고.
그런 부실한 김밥이 아니라 태극 김밥으로 솜씨 발휘하셨다니 그 손맛을 저도 느껴보고 싶네요.
그나저나 깻잎 20장에 4유로나 하나요?
한국에서는 천원이면 몇 묶음으로 살 수 있는데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군요.
하긴 마트에서 깻잎을 사면서도 너무 싸다 싶었어요.
그런데 일본 스시도 때로는 맛이 좋다고 느껴질때가 있어요.
훈제된 연어와 오이 그리고 아보카드를 넣어서 김밥을 말은 다음에
기꼬망이라는 일본간장에 겨자를 섞어서 찍어 먹으면 그 또한 별미랍니다.
깻잎이 너무 비싸서 화분에 기르던지 해야할 것같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