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이었습니다. 프랑스인 친구가 Manif Pour tous라는 캠페인에 같이 참여하자고 제의를 해왔습니다. 한국에서 한번도 참여해 본 역사가 없던 제가 처음엔 물론 싫다고 했었죠. 이 친구, 삐진것같았습니다. 조금 생각해 본 후, 오후에 시간을 내주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날씨는 화창하고 하늘은 눈이 부시도록 푸르렀습니다. 오후 1시 빠리의 도핀대학이 있는 지점에서 출발 트로카대로까지 걷는 행진입니다. 프랑스의 전국 각지에서 일부러 이 행진에 참여하기 위하여 올라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찾기 위한 운동입니다.
처음에 저는 단지 동성연애자들의 결혼을 허용하는 법에 반대하는 캠페인으로만 알았었습니다. 그런데 행진을 하면서 방송으로 울려퍼지는 설명을 들어보니 정말 인간이 인간답게 살도록 노력하는 캠페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평소 저의 철학과 너무나 일치하는 그래서 더욱 감동적인 연설이 나오는 곳을 찾아 보았습니다. 어떤 분이 이렇게 마음에 드는 말들만 하는지 하고 말이죠. 알고보니 옆사진에 보이는 트럭에서 녹음된 음성으로 나오는 말들이었습니다.
아이에게는 엄마와 아빠로 구성된 정상적인 가정이 필요하다. 쓸데없이 많은 부모를 만들어주지 말아라. 입양을 하는 경우에도 아이의 필요에 맞추어서 부모가 양보를 해야한다. 의학적 기술을 이용해서 아이를 낳는 것도 금지해라. 낙태를 금지해라. 등등..
이쁜 여대생들도 모두들 깃발을 들고 참여했습니다. 깃발은 파란색, 하얀색, 붉은색으로 나뉘어져 원하는 깃발을 선택하도록 출발지점에서 나누어주더군요. 저도 푸른색 깃발을 골라서 행진 내내 흔들고 노래 부르고 했습니다.
신부님도 보이고, 참 도핀으로 가기 위해 전철을 탔을때 베레모를 쓴 허리가 구부정한 할아버지와 단발머리를 짧게 한 키가 작은 할머니를 만났는데 그 할아버지가 옛날에 장군이셨다고 프랑스의 미래를 위해 몸이 불편하신데도 불구하고 이 행진에 참여하신다고 했습니다.
뻐스 정류장 지붕 위에서 섹소폰을 부는 이꼬마들도 이 행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섹소폰을 한번 불때마다 군중이 대답을 하니, 아이가 젖먹던 힘을 다해서 섹소폰을 불어대더군요. 여기서 저 아이의 재능이 발견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쪽 길옆에서는 북과 기타와 바이얼린을 갖춘 그룹이 ‘네 뿌리를 어디에 잃어버린거야’ 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노래도 경쾌하고 가사도 좋았습니다. 행진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곳이었습니다.
어릴때부터 이런 캠페인에 참가하는 어린이들은 평생 올바른 길을 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바로 이런 사람들이 진정한 프랑스인들이라는 생각, 그래서 이곳에 참여한 사람들은 더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과연 자유, 평등, 박애의 나라구나!
인간이 인간으로 살기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끊임없는 투쟁이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실감한 날입니다. 인류가 모두 인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생각하고 노력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현장을 목격한 날이었습니다. 가슴이 확 트이고 무언가 희망이 움트는 그런 기운을 받은 아주 아름다운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