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7)

또다른한국인의사부부가있었다.30대의부부였는데우리보다먼저아프리카에정착했다.8살난딸과5살난아들이있었다.한1km쯤걸어가면커다란저택이나오는데그들은그수영장을갖추고있는커다란저택에살고있었다.그딸아이가학교에가면백인아이들과흑인아이들이놀린단다.눈이가느다랗고코가납작하다고…

그30대의의사엄마는아주현명한여자였다.딸아이에게말했다.’너도같이놀리면되잖아.너희들은코가이렇게크고눈이저렇게크다고말이야….’

아프리카에서(6)

우리가살고있는집은초현대식시설을갖춘집이었다.오른쪽으로는프랑스인의사의집이었는데아들만여섯이다.왼쪽으로는유엔에서일하는벨기에사람이살고있었는데딸만하나있었다.나이가나와동갑이었다.그녀의이름은카리인이라고했다.큰키에스스럼없이큰유방의일부가드러나보이는원피스를입고나댄다.어떤때는잠옷차림으로아침에지붕에올라가있는그녀를발견하기도했다.그녀의아버지는그녀를Garçonmanqué라고불렀다.남자아이같이행동하는여자아이에게붙이는별명이란다.그녀의집에는때때로파티가열린다.그만그만한나이의남녀학생들이모여서어른들의흉내를낸다.유엔에서일한다는그녀의아버지는집에있는날이많았다.

대부분의프랑스인들의집에는차가2대씩있었다.그눈이부시도록하얀피부빛깔과잘생긴이목구비,그리고거리낌없이내치는자신있는행동거지들…그속에서동양의이름없는나라의어린나는그저말없이구경하는구경꾼일뿐이었다.

아프리카에서(5)

중학교가있었다.중학교1학년,6èmeclasse프랑스여학생15명과아프리카여학생15명으로한반이형성되어있다.대부분의아프리카학생은기숙사에서무료로자고먹고공부도하는것이다.중국대사의딸도나와한반이다.얼굴이유난히하얀그녀는말이서툰나를하나에서열까지도와주었다.하루4시간수업.수업이끝나면프랑스아이들은학교앞에서부모가데리려오는것을기다린다.나도마찬가지…

더운교실에는천정에대형선풍기가돌아가고있다.선생님들은모두프랑스사람들.수학선생님은영화배우처럼생긴총각선생님,여학생들에게가장인기가있었다.프랑스어선생님은약간은통통하지만마음씨좋게생긴아줌마,남편이까만사람이었다.음악선생님,갸날프고이쁘게생긴프랑스처녀,내가흑인아이들에게봉변을당할때도와주었다.

아침에학교에도착하면으레이이들은악수를하거나얼굴을맞대는인사를한다.보자기를둘러입은듯한흑인아이들도주르르따라와서악수를청한다.내가원하지않는악수를할때아마도나는무의식적으로화장실에들어가서손을닦곤했던것같다.그들은아마도그것을유심히기억했던듯싶다.어느날인가휴식시간에한흑인아이가나에게와서자기가먹고있던망고(아프리카에서나는열매)를나에게먹으라고주었다.그것도입에들어가있던것을빼어서말이다.나는점잖게거절을했지만그녀의기세는기여이나에게그망고를먹일참이다.나는급기야울음을터뜨리고말았다.결국음악선생님의중개로해결은되었지만말이다.내어린시절에나는그렇게인종을차별했던것같다.

아프리카에서 (4)

사막은끝이없이수평으로펼쳐져있었다.그곳에는중국사람들의농장이있었다.한국대사관이없던시절,중국대사가아버지와나를자주초대해주셨다.중국대사관저에서처음으로둥글고돌아가는식탁에서식사를해보았다.요리사가만든중국만두는그모양새도우아했지만맛또한일품이었다.중국의사가없었기때문에중국말을할줄아는아버지는대사의절친한친구이기도했다.

끝나지않는수평선을바라보며몇시간을달려도착한곳은중국농장이었다.여자라곤눈을씻고볼래야보이지않고남자들의집단이었다.남자들이밥도하고반찬도하고그래서중국남자들은요리를잘한다고소문이난것일까?

워낙수줍음이많았던나는그자리가무척불편했었던기억이있다.그들은굉장한사람들이란다.물도없는사막에서농사를짓고쌀과배추와마늘들을생산해내었다.일년내내우리가먹을쌀과야채는그들이조댤해주었었다.

아프리카에서(3)

Boy라고불렀다.남자식모다.아침에와서집안청소와식사준비를해놓는다.긴다리와긴팔을가진보이는자전거를타고다닌다.가끔학교에서돌아오면보이의애인이정원에서수돗물을받고있는장면을목격하곤한다.이곳은물이귀하다.수돗물은어쩌면외국인의특권인셈이다.우리는프랑스사람들이살고있는지역에살았는데한귀퉁이에빈공터가있었다.어느날인가한흑인노인이그곳에움막을짓고자리를잡았다.지역의미관을중요시하는어느백인이그에게잔소리를했던것같다.그흑인이부르짖었다.이곳은우리땅인데웬잔소리가많소!

내어린마음에그흑인노인이답답해보였다.좋은집좋은장소들은모두외국인들이차지하고있었다.그들은참으로착한흑인들이었다.아버지께서말씀하셨다.흑인들은재미있단다.한참무료로진료를해주고나면집에가는차비좀달라고한단다.참으로순수한사람들이다.

아프리카에서(2)

아프리카의밤은깊고도검었다.칠흑같은어둠속에서벌레들의울음소리가그원시성을더욱느끼게한다.원시라곤하지만프랑스의식민지였던까닭에많은프랑스인들이거주하고있었다.그밤에노천극장이있었다.’REX’는노천극장의이름인데좌석가격이두종류로나뉘어져있었다.주로백인들은비싼좌석을차지하고흑인들은싼좌석을찾는다.때로는근처의나무위에로올라가서무료로영화를보는흑인들도있다.

그때나는처음으로아랍영화를보았다.어린기억에세상에저렇게잘생긴사람들도있구나생각했었다.그렇게영화를보고돌아오는밤이면집으로돌아오는거리엔우리차밖엔없었다.아버지는장난스럽게달리는차속에서운전대를놓고는재미있어하시곤했는데나는얼마나간이콩알만해졌었던지…

그런밤에길에서혹시라도흑인들을마주치면보이는곳이라고는눈동자의흰자위와유난히하얀치아뿐이었다.

아프리카에서 (1)

40도의태양열!

오후가되면거리는적막했다.뜨겁게내리쬐는태양열로달아오른아스팥트위로김이모락모락오르고있었다.아스팥트를지나면숲이있는데그한모퉁이좌판을놓고바게트를팔던흑인이대자로누워낮잠을즐기고있다.

아스팥트위를가끔식가로지르는도마뱀몇마리외에는인적을느낄수없는오후이다.

100원만주면커다란젖통을내놓고기꺼이사진모델이되어주는흑인처녀…

그무료한더위를아버지는바둑으로달래셨다.그리고내게섹스피어의햄리트를외우도록하셨었지.

백형주햄리트형님께서승하하시어만백성가슴에슬픔을안고…아마도이렇게시작되었던것같다.

때로는터반을쓴바나나장수할아버지가들리곤했다.마치신드밧드의모험에나오는주인공같은빼빼말른할아버지가바나나를팔기위해들리면나는기꺼이몇송이사주곤했다.그바나나는정말맛있었던기억이있다.

신드밧드가어느이름모를섬에닿았을때빼빼마른흑인노인이있었다.기동이불편해보이는그노인을도와주기위해등에업었는데그노인,얼마나힘이센지!신드밧드를놓아주지않았다.어떻게신드밧드가그위기를극복했는지는기억이나지않는데아라비안나이트는정말재미있는동화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