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놀이와 아이들의 놀이

날씨가흐리거나비가와도좀처럼기분이흐려지는편은아니었는데

어느새나도프랑스인들의기질을닮아버렸나보다.

최근몇주간주말마다비가왔다.

오늘아침만해도창호지를붙여논창을통해흐릿하게흘러들어오는

빛을보며당연히비가구질구질하게내리는날일거라고믿었었다.

그런데이건횡재다.

밝은태양이하늘높이솟아오른것이다.이기회를놓칠세라숲으로달려갔다.

아이들은놀이터에서어른들은물가에서각자나름의놀이를즐기고있었다.

이놀이를타고싶어서하염없이바라보았다.

11살까지만허락이되는놀이다.

조그만모형배를기계로작동하며노는사람들은어른들이었다.

저작은모형배는제법물살을가르고달렸다.

가지고온모형배들을조립하고있는사람들

한국에서의태양은참나를피곤하게했던것같은데,그래서양산을받쳐들고

태양을피하며살았던것같은데오늘난,비로서태양이행복임을발견한다.

그들을한참아래서바라보고있었던것같기도한데이제같은눈높이가된것같기도하다.

그래서나도그들처럼이제슬픈이야기는피해가고싶다.

늘웃기는이야기만찾아다니고슬픈이야기는피해가고

그들이왜그러는지이제이해가가기시작하는것이다.

세느강가를 거닐며

오늘은garedeLyon에볼일이있어서나갔다.

금요일오후라서문이잠겼다는것을깨닫고내게으름을탓하며잠깐황당했다.

그런데날씨가너무좋은것이다.올해들어가장따뜻한날씨라고하더니

목도리를풀어서가방줄에매고세느강변을따라걸었다.

노트르담성당이가까운거리가아니지만거기까지걷기로작정했다.

나의겨울은너무길었었다.

누군가여름은너무길었다고노래했지만나에겐겨울이너무길었었다.

모든것이동결되고차가워진세계를묵묵히견디어왔던것같다.

봄의기운이만연한바깥세계를보면서내안의모든것이

하나씩둘씩깨어나는것같기도하다.

돌아서면다시반복되는지루한일상들…

사람들은그지루함을극복하려고어쩌면초현실주의,

비현실주의를만들어냈는지도모른다는생각을…

거리엔서로냄새를킁킁거리며맡고있는두마리의개가있고

지나가는젊은프랑스남자의심상치않은눈빛이있다.

세느강가는봄을맞을준비로바쁘다.

관광객들을맞을페니쉬가한창공사중이고

여기저기물품공급트럭들이분주하게움직인다.

그리고난,12000킬로떨어진낯선도시를

아무렇지않게거닐고있다.

이제봄이오면난,노래를부를것이다.

겨울 숲 이야기

바람이제법차졌다는생각을하면서겨울숲을찾았다.

숲은발가벗은채떨지도않고서있었다.

숲은옷을벗어야겨울을견딜수있는가보다.

호수는엷은살얼음을입고추위를견디나보다.

살얼음위로갈매기들이일렬로서있었다.

가늘디가는빨간색발목들을전부드러내놓고

갈매기들은발목이시리지도않은지오래오래머물러있었다.

재빛하늘아래로태양이붉은빛을은근히내비치고

오리들은유유히추운호수위를노닐었다.

숲속깊은곳에샬레가있다.

한적하게자리한샬레안에는맛있는음식들도있고

각종와인도있고커피도있었다.

샬레안에는붉은빛식탁이있었다.

그식탁위에서커피를마신다.

샬레밖엔한겨울에도초록이있다.

초록이촉촉하게겨울을나고있다.

양파 스프

12월1일입니다.오후세시밖에안되었는데밖은어둑어둑합니다.

눈이살포시뿌리고있었어요.시청앞을지나려니스케이트장만드는공사가한창이구요.

벌써노틀담성당앞에는크리스마스트리가세워져있었습니다.

해마다겪는추위인데어느순간추위의강도를잃곤합니다.

스타킹만신은발이추워서오들오들떨고있습니다.

성당옆의카페에들어갔습니다.

따뜻해보이는분위기죠?

잘생긴프랑스남자가주문을물어옵니다.

그들이기다리는것은당연히비싼것을시키는것이죠.

이렇게추운날은프랑스요리중에양파스프라는것이최고라고생각합니다.

뜨거운국물을좋아하는우리네식성에는최고죠.

아니면덮힌포도주도있지만그것은독일사람들이좋아하는방식의술인데

대낮부터포도주를마시기에는익숙하지않습니다.

아니,술냄새를싫어합니다.웬지퇴폐적인느낌이들어서싫습니다.

양파스프는고기국물에양파를울궈서바게트를넣고

치즈를뿌린스프입니다.

제가좋아하는음식입니다.

김도솔솔올라오고맛있어보이죠?

숟갈로한번뒤집어보았습니다.

보이시죠.바케트빵잘라넣은것.

빠리에오시면한번시식해보시기바랍니다.

길을 잃고 싶었던 날

빠리북쪽의센느강

빠리북쪽은이민자들이많은지역이다.허름한건물들이많고검은피부의사람들이

많이보인다.여기저기모여있는검은색의청소년들은위협적으로보이기도한다.

그들은실업자들인지인상도험악하다.혹시나봉변을당할까잔뜩신경을곤두세웠다.

전철이지나왔던다리를찾는일이쉽지않았다.다리에이르는듯싶은막다른골목에

다다렀는데두려움이왈칵몰려든다.다행이유모차를밀고가는여인네를발견하고그뒤를따랐다.

다리가보였다.이제어느방향으로가야내가가고자하는방향인지감이잡히지않는다.

방향이틀리면다시돌아가면되지뭐.길을잃고헤매어도좋을것같다.

난,아무래도모험심이많은것같다.

빠리북쪽의어린이놀이터에서발견한흑인여자아이

놀이터에서키가크고늘씬한흑인여자아이를보았다.다가가서네가이쁘니

사진한장찍고싶다고했더니망설이지도않고포즈를잡는다.

어느블로거님이흑인에게서도아름다움을발견할수있느냐고의아한듯하시는말씀이

불현듯생각나서찍은사진이다.

아름답죠?

엘리제 궁 내부

아늑한정원을지나처음으로들어간엘리제궁은은으로된방이었습니다.

네모틀까지도은으로테를둘렀습니다.

천장이특이해서찍어봤습니다.

만찬장으로들어서니온통붉은색과황금색의잔치였습니다.

동양이나서양이나귀하신분들이선호하는색은붉은색과황금색인듯싶습니다.

만찬장천장의장식입니다.무언지몹시복잡합니다.

만찬장식탁위에서촛대를힘겹게들고있는여자의나신상입니다.

이방은니꼴라사꼬지대통령의집무실입니다.

전화선들보이시죠.

엘리제궁도역시베르사이유궁을모방해놓은셈이더군요.

옆에줄서있던프랑스여인은말했습니다.미국은일년에몇번백악관을

개방한다는데프랑스는일년에한번밖에엘리제를개방하지않는다고요.

제생각엔한번도과분한것같았는데말입니다.

강냉이와 까마귀

뱅셍숲에서였습니다.

한가한일요일오후,한국식품점에서강냉이를사서

벤취에앉아먹고있는데윤기가자르르흐르는까마귀들이

내옆으로하나,둘모여듭니다.

아마도강냉이냄새를맡았던모양입니다.

강냉이를몇개던져주었습니다.

멀리서눈치만보며감히다가오지못합니다.

그중에용감한까마귀가강냉이한알을냉큼입안넣고

두번째강냉이를또다시입안에물고멀찌감치날아갑니다.

다시강냉이를던져놓고디카를손에들고기다리니

웬일인지모두들눈치만보며가까이오지를못합니다.

기다리다지친내가벤취에서일어서니

일제히다가와강냉이알들을집어먹습니다.

그리고벤취를점령합니다.

강냉이한알을입에물고멀리달아난까마귀.

그들도욕심도있고눈치도있는가봅니다.

비둘기들은사람을두려워하지않는데까마귀들은

사람을무척두려워하는것같습니다.

사람들이그들에게몹쓸짓을한걸까요?

샤모니의 몽블랑 기차

눈부시게화창한날,차의뚜껑을내리고쌩제르베에있는친구부부들에합류하기위해

샤모니에서출발했다.샤모니에서차로30분거리에있는쌩제르베로가는길은너무나아름다웠다.

쌩제르베에는몽블랑트람웨이가있었던것이다.기차라고할수있는데매우느리게산등성이를올라가는

그래서아주천천히거대한산속에묻힌자연의아름다움을감상할수있는기차였던것이다.

몽블랑트람웨이역

허름해보이는작은역,마치아프리카에서나볼수있는것같은기차를타고산을올랐다.

하나밖에없는철로를타고..기차는천천히움직였다.

기차에서내려다본산악풍경

높은산자락밑으로펼쳐져있는아름다운풍경들!!!

아!정말이것은환상이다.꼬불꼬불이어지는철로를따라오르는기차가때로는천길낭떠러지위를

지나칠때면창문밑을내려다볼수없을정도의현기증이인다.상체를조금만움직여도마치기차가천길

낭떠러지위로구르고말것같은두려움에가슴을졸이며그순간을견뎠다.

한참을올라다내려다본길,기차가올라온철로가내려다보인다.

아슬아슬하게벼랑길의가장자리를용케도올라가고있는기차속에서가슴을졸이고있는데

어느새목적지에도착했다.

2380m의높이에종착역이있었고우리는여기서부터산을타고걸어내려갔다.

Chamoi,양인지염소인지모를가축한마리가서있었다.옅은갈색의눈동자를가느다란검은띠가

가로지르고있었다.고양이의눈을닮은듯하지만고양이의눈에비해엄청커다란눈을

껌벅거리고서있는데어쩌면새끼를잉태하고있는듯부른배를하고있다.

등산가방에등산신발그리고등산용지팡이까지완전무장을하고갔지만

내려가는길이만만치가않았다.좁고가파른길은자갈돌들로시작되었는데특히미끄러지지않도록

조심할일이었다.

가까운산모퉁이엔아직도녹지않은눈얼음들이군데군데보였다.

때로는눈얼음들이열기에폭삭부서지는소리들도들렸다.

때로아주험난해보이는길에는이미밧줄들이설치되어있어서그밧줄에의지하여

내려가면되게끔되어있었다.졸졸졸흐르는시냇물도만나고이름모를갖가지들꽃들도

만나며정말로유쾌한산내려가기를우리는즐겼던것같다.

드디어평지에다다랐다.내가뒤에서잘못될까봐한친구가일부러뒤쳐져서나를

지켜주는배려를해주었다.힘이들었지만이친구들에게폐가되지않으려고열심히걸었다.

거의6km에가까운거리를걸었다.나중에난,다리가후둘거린다고했더니친구들이화들짝놀라면서

얼른과자를가져다주며먹으라고했다.결국내이야기를듣고난후에고기를먹지않기때문에

생기는현상이라고단백질섭취를잘해주어야한다고충고해주었다.

올라갔다내려갔다를반복하며산길을중간쯤내려온뒤

내려가는기차막차를탔다.

기차안에서내려다본풍경

멀리알프스산자락아래로동화속처럼이쁜마을들이옹기종기펼쳐져있다.

난,그동화속의주인공이되어꿈을꾼다.

푸르디푸른하늘,한가로이떠도는구름들…

아!정말이렇게아름다워도되는것인가!

오후7시,저녁식사를하기위해도착한식당.치즈퐁듀를전문으로하는곳이다.

치즈퐁듀가또한이지방의특산물이기도하다.

6킬로라는거리를더구나거친내리막길을걸어내려온참이라

음식나온것들을디카로찍을에너지가없었던모양이다.아니,이자리에서까지

디카를들고저녁식사시간을방해하고싶지않았다.

식사가끝나고나오는길에한컷했다.

어떤 갤러리

이상하지?

5월이한껏푸르러야하는데한겨울처럼코트를걸쳐야한다는것이.

세상에이변이생긴것일까?

하느님에게다가가본다.

생각없이그저카페에서노닥거리는사람들도..

몽마르트언덕에널브러져서시간을보내는사람들도있다.

기도와함께하는시간만큼은마음이평화롭다.

돌아오는길,마주친갤러리에서유리창을통해그림사진도한컷찍었다.

요즘은아무생각을할수가없다.

생각의에너지가고갈된것일까?

아니,생각을너무많이했던탓일게다.

무아의경지로가는연습을해야할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