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을 이별하기가 서러웠던 것일까? 지독한 독감에 걸려 연말을 보냈다. 감기 바이러스가 내몸에 침범을 하여 내 에너지를 모두 빼앗아가 버린 듯 싶었다.
충분히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두문불출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빠리에선 드문 영하의 추위가 2017년을 환영하고 있었고 이런 저런 이유들을 핑계삼아 집에 침잠하고 있다가 오늘 , 1월 4일 첫외출을 시도했다.
먼저 뷰페 식당을 찾아 오랫만에 찾아온 식욕을 마음껏 누렸다. 녹차까지 마시고 찾아 올 물건이 있어서 멀리까지 갔었다. 돌아오는 길은 뻐스를 이용했다. 인상 좋은 할머니, 말이 할머니지 너무 이쁜 프랑스 할머니다. 인상이 좋아서 상쾌한건지 행복해보여서 상쾌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기분 좋은 할머니가 내 옆자리에 캐디를 갖고 앉았다가 까르푸를 가려면 어디서 내려야 하느냐고 묻는다. 나도 사실 까르푸에 갈일이 있었는데 이뻐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면 다시 다른 뻐스를 타고 갈 요량이었다. ‘할머니, 이뻐스 노선 중에 까르푸가 있어요? ‘ 반가움에 되물었다. 두칸 앞줄에 앉아 있던 젊은 아랍여자가 문득 끼여들어서 세정거장 다음에 내리면 까르푸라고 가르쳐준다. 이런 횡재가!! 이렇게 되면 난, 시간 절약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쁜 할머니가 내리는 곳에 따라 내려서 까르푸를 가는데 할머니도 내게 말을 걸고 싶었던가 보다. 할머니는 토스트 기계가 아침에 고장나서 그 기계를 사러가는 중이라고 했다. 나이 들어도 이렇게 상쾌한 느낌의 할머니가 되면 바람직하다. 하긴 나도 자꾸 사람들이 말을 걸려고 하는 걸 보면 괜찮은 여자에 속하는 것같기는 하다.
지구의 한편에서는 사람을 죽이는 전쟁이 한창이고 또 한편에서는 중병에 걸린 사람들을 구하려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분주하고 그런가 하면 자기 목숨을 자기가 버리는사람들… 목숨을 버리려는 사람들을 구하려는 사람들… 그렇쟎아도 세상은 요지경 속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요즘. 텅빈 뻐스 안에서 바라보는 빠리시내의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어둠이 잦아들어 사방은 어둑 어둑하고 약간의 비까지 뿌리고 있다. 어제까지 무척 추웠다는데 오늘은 부드러운 겨울이다.
뻐스에서 내려서 아름다운 빠리의 저녁 풍경을 사진에 담아본다. 사실,오늘 파블로 네루다의 영화가 개봉된다고 해서 영화를 보려고 했었는데 시간이 너무 빨리 가버렸다. 시리아의 내전이 끝날 것같은 조짐이 보이기도 하는데 새해에는 모든 분쟁들이 끝이 나고 아름다운 사건들만으로 한해가 가득 채워질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