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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스 안에서의 사색

20170104_1717252016년을 이별하기가 서러웠던 것일까? 지독한 독감에 걸려 연말을  보냈다. 감기 바이러스가 내몸에 침범을 하여 내 에너지를 모두 빼앗아가 버린 듯 싶었다.

충분히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두문불출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빠리에선 드문 영하의 추위가 2017년을 환영하고 있었고  이런 저런 이유들을 핑계삼아 집에 침잠하고 있다가 오늘 , 1월 4일  첫외출을 시도했다.

먼저 뷰페 식당을 찾아 오랫만에 찾아온 식욕을 마음껏 누렸다. 녹차까지 마시고  찾아 올 물건이 있어서 멀리까지 갔었다.  돌아오는 길은 뻐스를 이용했다. 인상 좋은 할머니,  말이 할머니지 너무 이쁜 프랑스 할머니다. 인상이 좋아서 상쾌한건지 행복해보여서 상쾌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기분 좋은 할머니가 내 옆자리에 캐디를 갖고 앉았다가 까르푸를 가려면 어디서 내려야 하느냐고 묻는다. 나도 사실 까르푸에 갈일이 있었는데 이뻐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면 다시 다른 뻐스를 타고 갈 요량이었다. ‘할머니, 이뻐스 노선 중에 까르푸가 있어요? ‘ 반가움에 되물었다. 두칸 앞줄에 앉아 있던 젊은 아랍여자가 문득 끼여들어서 세정거장 다음에 내리면 까르푸라고 가르쳐준다. 이런 횡재가!! 이렇게 되면 난, 시간 절약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쁜 할머니가  내리는 곳에 따라 내려서 까르푸를 가는데 할머니도 내게 말을 걸고 싶었던가 보다.  할머니는 토스트 기계가 아침에 고장나서  그 기계를 사러가는 중이라고 했다. 나이 들어도 이렇게 상쾌한 느낌의 할머니가 되면 바람직하다. 하긴 나도 자꾸 사람들이 말을 걸려고 하는 걸 보면 괜찮은 여자에 속하는 것같기는 하다.

지구의 한편에서는 사람을 죽이는 전쟁이 한창이고 또 한편에서는 중병에 걸린 사람들을 구하려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분주하고 그런가 하면 자기 목숨을 자기가 버리는사람들… 목숨을 버리려는 사람들을 구하려는 사람들… 그렇쟎아도 세상은 요지경 속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요즘. 텅빈 뻐스 안에서 바라보는 빠리시내의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어둠이 잦아들어 사방은 어둑 어둑하고 약간의 비까지 뿌리고 있다. 어제까지 무척 추웠다는데 오늘은 부드러운 겨울이다.

20170104_172801 (1)뻐스에서 내려서 아름다운 빠리의 저녁 풍경을 사진에 담아본다. 사실,오늘 파블로 네루다의 영화가  개봉된다고 해서 영화를 보려고 했었는데 시간이 너무 빨리 가버렸다. 시리아의 내전이 끝날 것같은 조짐이 보이기도 하는데 새해에는 모든 분쟁들이 끝이 나고 아름다운 사건들만으로 한해가  가득 채워질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 본다.

최근에 내가 본 영화들

132903.jpg-r_1280_720-f_jpg-q_x-xxyxx‘세잔과 나’ 라는 이영화는 화가, 세잔과 작가, 에밀졸라의 우정을 그린 영화이다. 문체가 좋아서 사랑을 받았던 에밀졸라는 당대의 프랑스인들에게 미움도 많이 받았었다. 두어달 전에 보았던 영화인데 시간이 없어서 감상문을 쓰지 못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구절은 화가와 작가가 여자들을 놓고 논평하는 장면이다. 세잔느 는 여자를 성욕의 대상으로 보았던 것같고 에밀졸라는 글을 쓰는 사람이기때문인지 여자를 다르게 보았던 것같다. 세잔느가 먼저 알았던 여자를 에밀졸라가 차지해서 약간의 감정적 갈등을 일으키는 장면도 있다. 세잔느는 늘 문학에서 에밀졸라가 차지한 위치를 그림에서 이루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451429.jpg-r_1280_720-f_jpg-q_x-xxyxx한국 영화, ‘아가씨’는 프랑스 여자들때문에 보게 되었다. 영화관에서 만난 프랑스 여자들이 한국의 부산에서 8년을 살았다고 하면서 이 영화에 관심을 보였었다. 18세기에 감옥까지 갔었던 작가 ‘사드’의 이론이 무분별하게 들어가 있는 것같던 이야기, 여자들의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었는데 외국인들이 한국 여자들을 모두 이렇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이 들게 했던 영화이다. 누가 자막을 번역했는지는 모르지만 영화의 첫대사부터 틀리게 번역이 되어 있었다.

 

 

273282.jpg-r_1280_720-f_jpg-q_x-xxyxx‘oppression’이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언젠가 본적이 있는 영화의 스토리와 같았다. 아버지의 여자에게 사랑을 구하는 자식의 병적인 행동 양태,

뻔한 스토리를 공포스럽게 구성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계속 보기가 싫었다. 중간에 나와 버렸다.

 

 

 

 

070308.jpg-r_1280_720-f_jpg-q_x-xxyxx‘아빠 또는 엄마2’ 이렇게 해석할 수 있는 제목을 가진 이 영화는 왠지 복잡하고 유쾌할 것같아서 선택한 영화, 오늘 개봉된 영화이다.

별거를 하고 있는 부부의 이야기, 부인과 별거를 하면서 다른 젊은 여자와 동거를 하고 있는 아빠, 이들 사이에는 애가 네명이나 있다.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집에서 각자 살면서 늘 섞이고 .. 참으로 한국과 다른 풍속의 이야기이다. 남자의 이기주의.. 자기는 다른 여자와 동거하면서 부인이 남자가 생겼다고 하니 질투를 한다. 아이들의 요구로 다시 합치려고 시도하면서 일어나는 웃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들… 아이들이 있으면서 이혼을 하는 부부들은 어쩔수 없이 이기주의자들인 것이다.

Une 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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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éphane Brizé 감독의 영화, Une vie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을 영화화 한것이다. 스마트폰이 커피를 뽑아내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것같은 19세기의 여자의 일생,  ‘여자의 일생’이 영화화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세기에 한 여자가 살아 가면서 겪어야 했던 아픔을 표현해낸 것같다. 그 전에 나왔던 영화보다 한여자의 애환이 아들에 대한 애환까지 곁들여진 것같은 영화.  내용을 알고 보았기때문인지 이해가 가능했었지만 만약에 소설의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보았더라면 약간은 혼동이 왔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대부분의 내용을 영상으로 처리했다. 고통을 말로 표현하지 않고 온몸으로 표현해내는 연기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내내 마음이 무척 무거웠다. 미국 영화들이 감동을 만들어내는 영화들이면 프랑스 영화들은 대부분 현실을 객관적으로 표현해 놓아서  감동은 없지만 현실을 깨닫게 하는 장점이 있다. 아주 시적인 영화이다.

Mr. Min

20161120_133733 우연히 집근처 슈퍼에 갔다가 기막힌 것을 발견했다.  사실은 닭 가슴살 훈제된 것과 디저트를 사려고 성당에서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들렸는데  일본제 컵 라면이 있는 것이었다.  일본은 라면의 원조 나라라고 알고 있다.

어린시절, 외국에서 살때 아버지 친구분들이 일본 라면을 가져다 주곤 하셨는데 나에겐 매우 귀한 음식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늘 라면은 나에게 맛 있는 음식이었고 빠리에서도 가끔 한국 슈퍼에 들려서 몇개씩 사다 먹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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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한때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로 정평이 나 있었던 만큼 빠리에서도 일본식품은 비싸도 품질은 믿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많이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일본인은 예의 바르고 정직한 사람들로 알고 있어서 나는 일본 식품점에 가서 기꼬망 간장을 사는 습관이 있고 가끔은 카스테라도 사다 먹곤 한다. 그래서 오늘도 일본 컵라면을 보고 사고 싶은 마음이 들었었는데  일본 컵라면 바로 밑칸에 korean이라고 쓰여진 컵라면이 있는 것이었다. 내가 잘못 본건 아니가? 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자세히 보니 분명히 korean이라고 씌여져 있었다. 궁금해서 한국 컵라면이면 어떤 마크인지를 알아보려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Mr.Min이라는 마크이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  온 영양가 있고 맛도 좋은 라면’이라고 소개가 되어 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 보아도 made in korea 라는 말이 쓰여져 있지 않으니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한국에 Mr.Min 이라는 마크가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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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뚜껑을 열어 보았다. 한국 슈퍼에서 보았던 다른 어떤 컵라면보다 깨끗하게 포장이 되어 있다. 야채도 많이 들어 있는 것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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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을 부어서 3분을 기다렸다가 맛을 보았다. 아주 맛도 훌륭하다.

가끔 한국 음식이 그리울때 바로 옆에 있는 슈퍼로 가서 이 컵라면을 사다 먹어도 좋을 것같았다. 그렇게 맵지도 않고 품질도 좋은 것같으니 말이다.

빠리에는 ‘ Bon Marché’ 라는 수준 높은 백화점이 있는데  그 백화점에 가면 옆건물에 음식만 파는 백화점이 있다. 이 백화점의 음식들은 대부분 품질이 아주 좋아서 비싸기로 유명한데 그곳에 가면 일본 식품과 중국 음식들이 진열되어 있다. 그런데 한국 식품들이 보이지 않아서 가끔 소외감을 느끼곤 했었다. 아직도 일본 다음엔 중국, 그 다음이 한국이구나 하고 기가 죽기도 했었는데 Mr.Min은 이 유명 백화점에 진출해도 좋은 것같다는 생각이다.  Mr.Min이 한국마크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IRIS – 프랑스 영화

131351.jpg-r_1280_720-f_jpg-q_x-xxyxx 아침이 즐거웠다. 언제나처럼 일때문에 프랑스인들과 함께 했었는데 회계사 일을 한다는 프랑스인이 나에게 만유로 월급을 받아야 한다는 거였다.  사실 몇년 전에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내가 너무 돈을 밝히지 않았던 것이 문제인가 보다 하면서 수다를 떨었었는데 내 주위의 있는 사람들이 나때문에 마구 웃는 거였다.  수줍기로 말하면 지나쳐서 문제였는데 언제 내가 이렇게 발전했지? 그리고 나중에 한 프랑스 여자가 나때문에 즐거웠다고 일이 끝나자 마자 나에게 메일을 보내왔다.  그 기분으로 영화를 보러 갔는데  사실, 다른 영화를 보러 갔다가 시간이 맞지 않아서 IRIS란 영화를 보게 되었다. 빠리에서 일어나는 형사물이라고 볼 수 있는데 예측을 불허하는 사건의 전개, 그리고 형사들이 당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영화였다. 또 프랑스 형사들은 단순히 범인을 빨리 잡는데 주력하지 않고 의문을 품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게 하는 영화였다. 몽마르뜨 언덕의 큰 대문 집에서 일어나는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사람들의 세계, 나는 아직도 사실은 너무 보기 흉한 장면들이 나오는 영화에서는 눈과 귀를 가리는 바보같은 면이 있었는데 오늘은 끝까지 마음 먹고 지켜 보았다. 영화의 스토리 전개, 구성 이 잘 되어 있으면서도 무언지 모를 정의가 실현된 것같은 느낌을 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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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이야기 하면 욕망과 돈 이야기라고 함축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에는 정말  이상한 욕망을 가진 사람들도 있는가보다.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세계의 이야기, 아마도 이 세상에 존재하니까 영화화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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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NARD BUFFET 의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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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의 현대미술 박물관에서 요즘 열리고 있는 BERNARD BUFFET의 회고전에 다녀왔다. 1928년생, 예술가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부귀영화를 다 누렸던 화가인데 말년에 파킨슨 병에 걸렸고  결국은 1999년에 자살했다. 잘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늘 시기, 질투가 따라다니는 것은 인간이 사는 세상이면 어디에나 피할 수 없는 장애물같은 것인가보다.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 나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나에 대한 증오가 세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결코 그러한 증오심들과  사람들을 누구도 배제하고 싶지 않다.”

대가답게 처신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은 들었는데  그의 그림은 말년으로 갈 수록 색이 강하고 짙어져서 그가 일종의 정신병을 앓고 있었던 것같은 느낌을 준다.

옆의 그림은 그가 그린 자화상이다.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치부되는 만큼 그의 그림들은 힘이 있고 영혼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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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까페에서

Kenji_Mizoguchi_1오랫만에 문학까페에 갔다.  책제목이 ‘여자들의 사랑을 위하여’ 와 ‘야만적인 생각들’이었다. ‘야만적인 생각들’이라는 책은 온통 말장난이었다. 예를 들면 하느님은 하느님을 만든 자가 누구인지 알고 계시나? 진실에 대한 사랑이 있지만 난, 사랑의 진실이란 말이 더 좋다. 등등… 그런데 이날의 주인공은  ‘여자들의 사랑을  위하여’란 책을 쓴 영화 역사가였다. 그는 까페가 시작되고 30분이나 지나서 도착했고 사람들은 사실 그를 보기 위해서 기다렸던 거였다.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서 도착한 그 프랑스 남자는 영화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었고 속눈썹이 유난히 길어서 마치 여자같은 느낌을 주는 남자였다. 자신의 아파트에서 친구들이 모여 하는 공연이 있었기때문에 늦었다고 변명을 하였다. 프랑스인들은 자기 아파트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피아노 콘서트를 연다든지 강의를 한다든지 공연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도착해서 일본인 영화감독, Kenjimizoguchi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옆에 있는 사진이 바로 일본인 영화감독의 사진인데 그는 1898년에 도쿄에서 태어나서 1956년에 작고했다. 그의 대표 작품은 ‘ 47마리 여우들의 복수’라고 했다.  프랑스 영화 역사가는 일본인 영화감독에 빠져서 평생을 연구하고 사는 사람이었다. kenjimizoguchi는 승화를 통해서 현실을 찾아가는 영화감독이었다고 한다. 특히 그의 작품 ’47마리 여우들의 복수’는 유명한 영화감독 ,코닥의 엄청난 찬사를 받은 작품으로 kenjjimizoguchi야 말로 진정한 영화감독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고 한다. 속눈썹이 너무 길어서 여자같은 느낌을 주는 그 프랑스 영화역사가는 일본 영화감독의 이야기에  심취해서 때로는 울먹일때도 있었는데 Kenjimizoguchi 감독은 매번 여자와의 사랑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한 영화에서는 사랑이 너무 강해서 죽었던 사람이 돌아와서 함께 사는 내용이 있었는데 죽어서 돌아온 사람이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았고 그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보였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그 프랑스인 영화 역사가는 울먹울먹하고 있었다. 속으로 저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무척이나  사랑 예찬자이기도 하구나 생각하면서 그 일본인 영화감독의 영화를 한번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단한 일본인, 프랑스인을 저렇게 까지 몰두하게 만들다니…

사랑의 힘으로 죽은 사람도 돌아오게 했다는 말을 들으며 어쩌면 정말 부활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자난 주일 성당에서 프랑스 신부님의 강론이 부활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예수님의 부활을 믿어야 진정한 가톨릭 신자라는 거였다.

아무래도 난, 진정한 의미의 가톨릭 신자가 되고 만것같다.

 

성인, Saint vincent de Paul 그리고 한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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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의 세브르가에 가면 조그만 성당이 있는데 그성당 안에는 Saint Vincent Paul의 유해가 위의 사진에서처럼 안치되어 있다. 그리고 그 성인의 앞에 서서 보면  비록 눈은 감고 계시지만 얼굴 만면에 온화한 미소를 담고 있어서 성인으로 살아오신 분의 자취를 느낄 수 있다. 난, 마음이 많이 불편할때면 Saint Vincent Paul의 앞에 가서 마음을 진정시키곤 한다.

어쩌면 프랑스가 이렇게 굳건한 나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프랑스에 성인이 많이 나왔기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곤 한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마음에 들지 않을때이다.  빠리의 곳곳에 성당이 있고 그 성당들은 국보처럼 나라에서 관리를 잘 하고 있다. 늘 프랑스인들의 자유와 평화와 평등을 부러워해 왔다. 한국은 언제쯤이면 이런 자유와 평화와 평등을 누릴 수 있게 될까? 기다리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는 DNA를 개조하기 전에는 어쩌면 그런 자유와 평화와 평등을 누리게 되지는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든다.  한사람만 잘났다고 온 나라가 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때문에 어떤 일을 하는데서는 지지자가 필요한 것이다. 한국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어쩌면 모든 국민이 성인으로 거듭 나야 할 것같다. 우리 말에 ‘꼴뚜기 한마리가 어물전 망신을 시킨다’. 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 한국민은 혹시 모두 꼴뚜기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심한 자괴감이 인다.

그래도 한가지 사실에 희망을 걸어 본다. 한국인들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말이다. 성경 말씀에 ‘믿음, 소망, 사랑 중에서도 사랑이 제일이다’라는 말씀이 있다. 혼돈과 실망이 만연하는 이 시점을 그래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잊지 말고 가장 현명한 대책을 찾아내기를 마음 속 깊이 염원한다.

 

 

몽마르트의 저녁

20161101_175514오늘은 Toussaints(11월 1일)이다.  가톨릭에서는 이 날을 유명했던 성인이건 무명의 성인이건 성인들과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는 날로 정하고 있다. 보통 프랑스인들은 이 날, 국화를 사들고 묘지를 찾곤한다. 오랫만에 몽마르트 언덕을 올랐다.

 

20161101_170907몽마르트 언덕에 있는 광장에는 여전히 관광객들을 맞아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들이 많았고 관광객들도 많았다. 재주가 뛰어난  많은 화가들이 자신이 그린 그림들을 즐비하게 내놓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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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1_175323몽마르트 언덕에 어둠이 스며든다. 빠리시내위로 어둠이 내려앉고 집집마다 서서히 전등이 켜지고 있다.

세상이 시끄러울때는 조용히 기다려야 한다.  성스러운 정신을 찾아 아주 객관적으로 대처해야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찾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다.

20161101_175837몽마르트 언덕의 한구석에서는 아름다운 중국 신부가 웨딩 드레스를 입고 촬영을 마쳤고 신랑이 빨간 스웨터로 신부를 감싸고 부지런히 어디론가 가고 있다. 아무리 시끄러워도 삶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침 미사에서 프랑스 신부님이 아주 훌륭한 말씀을 하셔서 노트를 하려고 했었는데 볼펜이 없어서 노트를 못했다. Saint에 대한 아주 좋은 말씀이었는데 왜? 하필 오늘따라 볼펜이 없었던 것일까? 이 신부님은 내가 다니는 성당에 새로 오신 신부님이신데 미사 시간에 기도하시는 모습이 정말 조용하고 신에 완전히 몰입하고 계셔서 아주 감동적인 미사였다. 시끄러운 일들이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기를 가만히 기도한다.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캠페인, Manif pour tous

20161016_142615지난 일요일이었습니다. 프랑스인 친구가 Manif Pour tous라는 캠페인에 같이 참여하자고 제의를 해왔습니다. 한국에서 한번도 참여해 본 역사가 없던 제가 처음엔 물론 싫다고 했었죠. 이 친구, 삐진것같았습니다. 조금 생각해 본 후, 오후에 시간을 내주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20161016_144558날씨는 화창하고 하늘은 눈이 부시도록 푸르렀습니다. 오후 1시 빠리의 도핀대학이 있는 지점에서 출발 트로카대로까지 걷는 행진입니다. 프랑스의 전국 각지에서 일부러 이 행진에 참여하기 위하여 올라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찾기 위한 운동입니다.

20161016_144820처음에 저는 단지 동성연애자들의 결혼을 허용하는 법에 반대하는 캠페인으로만 알았었습니다. 그런데 행진을 하면서 방송으로 울려퍼지는 설명을 들어보니 정말 인간이 인간답게 살도록 노력하는 캠페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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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저의 철학과 너무나 일치하는 그래서 더욱 감동적인 연설이 나오는 곳을 찾아 보았습니다. 어떤 분이 이렇게 마음에 드는 말들만 하는지 하고 말이죠. 알고보니 옆사진에 보이는 트럭에서 녹음된 음성으로 나오는  말들이었습니다.

20161016_151006아이에게는 엄마와 아빠로 구성된 정상적인 가정이 필요하다. 쓸데없이 많은 부모를 만들어주지 말아라. 입양을 하는 경우에도 아이의 필요에 맞추어서 부모가 양보를 해야한다. 의학적 기술을 이용해서 아이를 낳는 것도 금지해라. 낙태를 금지해라. 등등..

20161016_151555이쁜 여대생들도 모두들 깃발을 들고 참여했습니다. 깃발은 파란색, 하얀색, 붉은색으로 나뉘어져 원하는 깃발을 선택하도록 출발지점에서 나누어주더군요. 저도 푸른색 깃발을 골라서 행진 내내 흔들고 노래 부르고 했습니다.

20161016_153339신부님도 보이고, 참 도핀으로 가기 위해 전철을 탔을때 베레모를 쓴 허리가 구부정한 할아버지와 단발머리를 짧게 한 키가 작은 할머니를 만났는데 그 할아버지가 옛날에 장군이셨다고 프랑스의 미래를 위해 몸이 불편하신데도 불구하고 이 행진에 참여하신다고 했습니다.

20161016_153717뻐스 정류장 지붕 위에서 섹소폰을 부는 이꼬마들도 이 행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섹소폰을 한번 불때마다 군중이 대답을 하니, 아이가 젖먹던 힘을 다해서 섹소폰을 불어대더군요. 여기서 저 아이의 재능이 발견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20161016_154859한쪽 길옆에서는 북과 기타와 바이얼린을 갖춘 그룹이 ‘네 뿌리를 어디에 잃어버린거야’ 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노래도 경쾌하고 가사도 좋았습니다. 행진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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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부터 이런 캠페인에 참가하는 어린이들은 평생 올바른 길을 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바로 이런 사람들이 진정한 프랑스인들이라는 생각, 그래서 이곳에 참여한 사람들은 더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과연 자유, 평등, 박애의 나라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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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인간으로 살기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끊임없는 투쟁이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실감한 날입니다. 인류가 모두 인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생각하고 노력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현장을 목격한 날이었습니다. 가슴이 확 트이고 무언가 희망이 움트는 그런 기운을 받은 아주 아름다운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