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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판타지의 아버지’ JRR 톨킨을 낳은 영국 버밍엄과 옥스퍼드

 

     1930년 무렵 여름날이었다. 옥스퍼드대 앵글로색슨어 교수 J.R.R.톨킨(1892~1973)은 옥스퍼드 북쪽 노스무어가(街) 20번지의 벽돌집 서재 창가에 앉아 있었다. 부업삼아 고교 수료 시험 답안지를 채점하던 그가 늘 즐기던 캡스턴 잎담배를 파이프에 다져 넣고 불을 붙였다. 열린 창문 사이로 바람이 불어와 담배 연기를 허공에 흩었다. 그 때, 짧은 문장 하나가 갑자기 머릿속에 떠올랐다.
      “땅 속 구멍에 호빗이 살고 있었다.”
     답안지 빈 칸에 그 문장을 옮겨 적으며 톨킨은 생각했다.
      ‘그런데, 도대체 호빗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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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 빌보(가운데)와 드워프들.  /워너브러더스 제공

 

     톨킨은 침대 머리맡에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로 만들어 들려주며 이 문장에 살을 붙여 나갔다. 1937년 9월 17일 런던의 한 출판사가 ‘호빗’ 초판을 펴냈다. 먹성좋고 유쾌한 종족 호빗과 회색 수염을 휘날리는 거인 마법사 간달프가 용에게 뺏긴 고향을 되찾으려는 드워프들과 함께 떠나는 모험 이야기는 단숨에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1954년엔 ‘반지의 제왕’이 출간됐다. 신과 악마, 엘프와 인간이 얽혀드는 ‘중간계(Middle Earth)’ 수만년 역사가 태어났다. 영국 언론들은 호빗이 약 1억부, 반지의 제왕이 약 1억5000만부 팔린 것으로 추정한다. 20세기에 가장 많이 읽힌 책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톨킨의 책은 열등한 대중소설로 홀대받던 환상문학을 주류의 지위로 끌어올렸다. 그의 책은 극장 매출 총 18억 달러를 넘긴 영화 ‘반지의 제왕’과 ‘호빗’ 3부작으로 만들어졌다.

   이후 영화, 게임, 드라마들이 마법사, 요정, 괴수, 데미갓(半神)들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흥행 공식이 송두리째 바뀐 것이다. TV시리즈 ‘왕좌의 게임’의 원작 소설가 조지 R 마틴은 “톨킨의 책은 의심할 바 없이 모든 현대 판타지의 아버지”라고 했다. 톨킨이 불을 당긴 대중 문화의 ‘퀀텀 점프’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두 개의 탑과 샤이어의 원형, 버밍엄

   영국 제2의 도시 버밍엄의 한적한 교외 주택가에는 콜(Cole) 강의 물길이 잠시 쉬어가는 커다란 연못이 있었다. 늦봄 잉글랜드의 하늘은 푸르고, 250년 된 셰어홀 방앗간의 붉은 벽돌로 된 굴뚝은 백조가 노니는 연못에 잔잔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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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강이 모인 연못에 비친 증기방앗간 셰어홀 밀의 모습.(위) 내부에는 톨킨이 어린 시절을 보낼 무렵의 옛 방앗간 모습이 잘 보존돼 있다.  /버밍엄=이태훈 기자

 

     “어린 톨킨은 이 동네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을 보냈어요. 방앗간 마당에 들어가 장난을 치다 주인집 아들에게 혼쭐이 나 도망치곤 했는데, 그 아들이 늘 하얀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있었다네요. 톨킨과 남동생은 그를 ‘하얀 오크’라고 불렀죠.” 지금은 지역 박물관이 된 이 곳의 아이린 드보 큐레이터 부장은 “밀가루 뒤집어 쓴 성질 고약한 방앗간 집 아들이 톨킨의 판타지에서 악의 세력의 주력군 오크 종족이 하얀 피부색을 갖게 된 이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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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톨킨의 놀이터였던 모즐리 습지(Moseley Bog). 버밍엄을 찾는 톨킨 순례객들의 교과서와도 같은 책 ‘톨킨 중간계의 뿌리'(Roots of Tolkien’s Middle Earth)의 저자인 로버트 블랙햄은 무엇이 톨킨을 모든 판타지의 아버지로 만들었는지 묻자 “모든 것을 한꺼번에 설명할 수 있는 성배(聖杯)는 없다”고 했다. /버밍엄=이태훈 기자

 

     여기서 걸어서 15분쯤 걸리는 모즐리 습지 보호구역은 톨킨이 어린 시절을 보낸 놀이터였다. 반지 원정대를 도와 오크 군대를 향해 바위를 집어 던지던 중간계 고대 종족 ‘엔트’를 닮은 고목(古木)들이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고 서 있었다. 과거엔 맑은 물로 가득한 저수지여서 ‘콜드 배스(Cold Bath)’라 불리는 냇물가에 ‘블루 벨’ 꽃 무더기가 희고 푸른 빛으로 환했다. 톨킨 판타지 세계의 근원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쓴 로버트 블랙햄(67)은 이 곳에서 “중간계 풍경의 근본은 뉴질랜드가 아니라 미들랜드(브리튼 섬 중부 지방)의 자연이며, 톨킨이 이상향으로 여긴 호빗 마을 샤이어의 모델 역시 그가 뛰놀며 자란 버밍엄 교외”라고 설명했다. 블랙햄은 버밍엄에 오는 톨킨 순례객들의 교과서 격인 ‘톨킨 중간계의 뿌리’(Roots of Tolkien’s Middle Earth)의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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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톨킨의 시야를 지배했던 버밍엄의 건축물들은 그가 만들어낸 판타지 세계 ‘중간계’의 건축물들에 영감을 줬다. 왼쪽 두 탑은 버밍엄 에지버스턴의 패럿츠 폴리, 에지버스턴 워터웍스 탑. 가운데는 사우론에게 사로잡힌 백색의 마법사 사루만의 본거지 아이센가드의 오르상크 탑. 왼쪽에서 네번째는 버밍엄대 시계 탑 ‘올드 조'(정식 명칭은 조지프 체임벌린 기념 시계탑). 마지막은 사우론의 본거지 모르도르의 바랏두르 탑. 탑 위에 거대한 눈동자처럼 빛나는 발광체는 사우론의 눈 혹은 사우론 그 자체로 여겨진다. /버밍엄=이태훈 기자

 

     버밍엄 중심가에는 중간계 ‘두 개의 탑’의 모델이 된 ‘페럿츠 폴리’와 ‘에지배스턴 타워’가 아직도 서 있었다. 시계탑 용도로는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110 높이의 버밍엄대 조지프 체임벌린 기념 시계탑에는 캄캄한 밤에도 하얗게 빛나는 지름 5.25짜리 원형 시계가 설치돼 있었다. 블랙햄은 “저녁마다 이 시계탑을 보며 자란 톨킨은 훗날 바랏두르 탑 위의 어둠 속에 붉게 타오르는 사우론(반지의 제왕 속 악의 군주)의 거대한 눈에 관해 쓸 때 이 시계탑을 떠올렸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버밍엄의 자연과 건물이야 말로 톨킨의 판타지를 창조해낸 산파역인 걸까. “모든 걸 한꺼번에 설명할 성배(聖杯)는 없어요. 이 모두가 톨킨이 창조한 세계의 일부일 뿐이죠.”

◇‘모든 판타지들의 아버지’를 낳은 옥스퍼드의 작은 펍

     톨킨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그가 평생 대학교수로 재직한 옥스퍼드였다. 옥스퍼드대를 나온 영국 총리 26명 중에13명이 졸업한 크라이스트처치 칼리지, 루이스 캐럴의 책에 삽화로 실제 등장하는 가게 ‘앨리스 숍’ 등이 있어 늘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세인트 알데이츠 거리에서 5분만 북쪽으로 걸으면, 옥스퍼드에서 가장 유명한 펍 ‘이글 앤 차일드’의 고풍스러운 나무 간판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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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펍 중 하나일 옥스퍼드 세인트 자일스 거리의 ‘이글 앤 차일드'(왼쪽 아래).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은 펍 안 곳곳에 걸린 JRR 톨킨과 CS 루이스, 낭독모임 잉클링스의 문인들의 흔적을 설명한다. (왼쪽 위) 이 곳에서 만난 아르헨티나인 영문학도 이사벨라 판시타(오른쪽)는 톨킨의 흔적을 좇아 혼자 옥스퍼드까지온 순례객이었다. /옥스퍼드=이태훈 기자

 

     1930~40년대 톨킨은 이 펍에서 평생 친구 C.S.루이스(1898~1963)와 동료 작가·학자들과 함께 매주 화요일 낭독 모임 ‘잉클링스(Inklings)’를 가졌다. 루이스는 환상문학의 걸작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이자 20세기 가장 중요한 기독교 변증가로 첫 손에 꼽힌다. 두 사람의 우정은 신화적이다. 루이스는 근엄한 동료 학자들이 ‘애들 책이나 쓴다’고 힐난할 게 두려워 ‘반지의 제왕’ 출판을 주저하던 톨킨을 독려했고, 독실한 가톨릭 신자 톨킨은 무신론자였던 루이스가 크리스찬으로 회심해 ‘순전한 기독교’ 등 명저를 쓰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들은 이 펍에서 맥주잔을 부딪히며 작품 초고를 읽었고, 서로의 평가에 귀 기울이며 책을 써 나갔다. 이 작은 펍은 ‘모든 판타지들의 아버지’가 태어난 분만실이요, 세계 톨킨 팬들의 성지(聖地)다. 아르헨티나 여대생 이사벨라 판시타(24)도 이 펍을 찾아온 이방인 순례객이었다. 영문학도인 그녀는 “요크대에서 어학연수 중인데 이글 앤 차일드를 보기 위해 혼자 옥스퍼드에 왔다”고 했다. “12살 때 처음 영어로 읽은 책이 ‘호빗’이었어요. ‘반지의 제왕’, ‘실마릴리온’…. 뭐에 홀린 듯 톨킨의 모든 책을 찾아 읽었죠. 지금도 그의 책은 제 상상력의 원천이고, 그는 제 인생의 영웅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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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덜린 칼리지 뉴 빌딩 뒷편의 사슴 공원(Deer Park). 톨킨은 이 건물에 있던 CS루이스의 연구실에 함께 앉아 차를 마시며 창 밖의 자연을 내다보는 걸 좋아했다. /옥스퍼드=이태훈 기자

 

     옥스퍼드대 모덜린칼리지의 뉴 빌딩 뒷편에는 사슴 수십마리가 사는 ‘사슴공원’이 있다. 톨킨은 뉴 빌딩에 있던 루이스의 연구실에 함께 앉아 애프터눈 티를 마시며 사슴공원을 내려다 보는 걸 좋아했다. 두 사람은 처웰 강을 따라 사철 꽃이 피는 산책로 에디슨 워크를 걸으며 인생과 문학, 사랑과 신앙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도 즐겼다. 인근 옥스퍼드 대학 식물원에 서 있던 200살 넘은 남미 소나무는 톨킨이 기대 앉아 책 읽기를 즐겼다고 해서 ‘톨킨 나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나무는 작년 가을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지만, 여전히 옥스퍼드 대학과 도시 곳곳에는 톨킨의 다른 흔적들이 남아 순례객들을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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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대 식물원에 있었던 ‘톨킨 나무’.(왼쪽) 생전의 톨킨은 이 나무에 기대어 앉아 책을 읽거나 사색하기를 즐겼다.(오른쪽 위) 남미산 소나무의 일종인 이 나무는 수령 200년을 넘기며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해 지난해 9월 부러지고 말았고, 식물원은 안전상의 이유로 이 나무를 해체했다.(오른쪽 아래)

 

     지금은 옥스팜 가게로 바뀐 세인트 자일스 거리 톨킨의 옛 집에서 옥스퍼드 중심가를 가로지르는 밴버리 로드를 따라 13㎞쯤 북쪽으로 차를 달리면 울버코트 공동묘지가 나온다. 톨킨과 부인이 함께 묻힌 무덤엔 팬들이 다양한 언어로 써서 놓고 간 편지들이 돌 아래 놓여 있었다. 그 위로 작달막한 장미나무 한 그루가 자랐고, 그 가지가 바람에 흔들릴 때 마다 순례객들이 가는 실로 묶어 둔 절대반지 여러 개가 함께 흔들렸다. 변덕스러운 잉글랜드의 하늘은 이 곳에도 간간이 비를 내렸다. 빗물로 잉크가 번진 여러 편지 중 하나는 캐나다에서 온 ‘저스틴’이 써둔 것이었다. “톨킨, 모든 게 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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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북쪽 울버코트 공동묘지, 톨킨과 아내 이디스가 함께 묻힌 무덤 위엔 장미나무가 자라고 있었고, 그 가지엔 순례객들이 걸어놓고 간 절대 반지들이 바람에 흔들렸다. 묘비의 톨킨 아내 이름(이디스 메리) 밑 ‘루시엔’과 톨킨 이름(존 로널드 루엘) 밑의 ‘베렌’은 그의 책 실마릴리온 속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인 엘프왕녀와 인간 전사의 이름이다. 오른쪽 사진은 그 묘비석 아래 전세계의 팬들이 각자 나라의 언어로 써서 두고 간 편지들. /옥스퍼드=이태훈 기자

 

     왜 사람들은 세계 곳곳에서 톨킨을 찾아 여기까지 오는 것일까. 왜 죽은지 50년이 넘은 그의 무덤에 “고맙다”는 편지를 남기는 것일까.

◇창조는 또 다른 창조를 낳고

     환상문학의 계보에 관한 책 ‘판타지’를 쓴 이화여대 인문과학원 송태현 교수는 톨킨의 판타지가 지금처럼 거대한 문화적 물결이 된 것을 “시대적 요구가 반영된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이성과 과학기술을 숭배한 모더니즘의 시대가 세계대전과 핵무기라는 사생아를 낳은 뒤, 세계는 미신이라 폄하했던 종교, 신화, 초자연의 세계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 톨킨의 판타지가 여러 미디어로 변환돼 대중을 사로잡은 배경엔 모더니즘에 의해 탈주술·탈종교화됐던 세계를 재주술·재종교화하고자 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 대중의 욕망이 있다.”

 

톨킨의 무덤 위 장미나무 가지에 걸려 있는 절대반지(왼쪽), 울버코트 공동묘지 곳곳에 설치돼 있는 톨킨 순례객들을 표지판(가운데), 노스무어가 20번지 톨킨이 살던 집에 붙어 있는 푸른 명판. /옥스퍼드=이태훈 기자
톨킨의 무덤 위 장미나무 가지에 걸려 있는 절대반지(왼쪽), 울버코트 공동묘지 곳곳에 설치돼 있는 톨킨 순례객들을 표지판(가운데), 노스무어가 20번지 톨킨이 살던 집에 붙어 있는 푸른 명판. /옥스퍼드=이태훈 기자

 

     1969년 설립된 가장 오래된 톨킨 팬클럽 중 하나인 ‘톨킨 협회(Tolkien Society)’는 올해 봄 총회를 잉글랜드 남부 소도시 아런델의 노포크암스 호텔에서 열었다. 남녀노소 다양한 계층의 회원 200여명이 모인 행사는 마치 대가족의 명절 잔치처럼 시끌벅적하고 유쾌했고, 이들은 하루 종일 함께 웃고 놀고 떠들었다. 현 회장인 숀 거너(29)는 “톨킨은 우리 협회의 영원한 명예회장”이라고 말했다. “설립자 베라 채프먼이 톨킨 사망 1년 전인 1972년 런던에서 직접 그를 만나 ‘회장이 돼달라’고 부탁해 동의를 받았어요. 협회가 존재하는 한 톨킨은 영원히 우리의 명예회장입니다.”

 

가을 호빗 빌보와 프로도의 생일에 즈음해 열리는 톨킨 협회의 최대 행사는 '옥손무트'라 불린다. 옥스퍼드대의 칼리지 기숙사를 빌려 가장행렬(맨 위), 식사와 학술 세미나(가운데) 등이 이어지는 대규모 행사. 맨 아래는 런던 코믹콘 행사에 실마릴리온 속 인물들로 코스튬을 만들어 입고 참여해 입상한 톨킨 협회 회원들 모습. /톨킨 협회 홈페이지
가을 호빗 빌보와 프로도의 생일에 즈음해 열리는 톨킨 협회의 최대 행사는 ‘옥손무트’라 불린다. 옥스퍼드대의 칼리지 기숙사를 빌려 가장행렬(맨 위), 식사와 학술 세미나(가운데) 등이 이어지는 대규모 행사. 맨 아래는 런던 코믹콘 행사에 실마릴리온 속 인물들로 코스튬을 만들어 입고 참여해 입상한 톨킨 협회 회원들 모습. /톨킨 협회 홈페이지

 

     매년 톨킨 협회는 호빗 빌보와 프로도의 생일이 있는 9월 옥스퍼드에서도 대규모 총회 ‘옥손무트’를 연다. 700여명 정도가 모여 학술대회, 가장행렬, 파티를 사나흘간 이어가는 대규모 행사다. 모금을 통해 저개발국가에 톨킨의 책을 보내는 ‘톨킨을 세계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모두 각자 직업을 갖고 일하면서 오직 톨킨을 사랑한다는 공통점만으로 이런 일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톨킨이 죽은지 5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한 자리에 모이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묻자, 협회 아카이브 담당관인 팻 레이놀즈 박사는 “톨킨이 창조해낸 세계는 읽는 사람에게도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싶은 소망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고 했다. “누군가는 새로운 판타지 소설을 쓰고, 누군가는 중간계에 관한 노래를 만들죠. 제 본업은 박물관 큐레이터이지만, 여가 시간엔 톨킨 소설의 등장인물들 가운데 평범한 인간 캐릭터의 옷을 만드는 걸 좋아해요. 피터 잭슨은 영화감독이기 때문에 톨킨의 책을 영화로 만들었던 것처럼요. 그의 세계 속으로 들어선 사람들의 창조성을 자극해 또다른 무언가를 만들게 하는 것, 그게 톨킨을 톨킨이도록 하는 것 아닐까요?”

버밍엄·옥스퍼드·아런델(영국)=이태훈 기자

톨킨협회의 연차총회 겸 스프링무트 행사가 열린 아런델의 상징 건축물, 아런델 캐슬. /아런델=이태훈 기자
톨킨협회의 연차총회 겸 스프링무트 행사가 열린 아런델의 상징 건축물, 아런델 캐슬. /아런델=이태훈 기자